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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버리기] 는 계속된다 본문

Trivia : 일상의 조각들

[물건 버리기] 는 계속된다

mooncake 2019. 7. 7. 23:19

사실상 두달 이상 손을 놓고 있다가 오늘에서야 다시 본격적으로 물건 버리기에 돌입.

한번 대량으로 버리고 나면 가속도가 붙는다더니, 그것도 나에겐 해당이 되지 않았다. 하기야 미니멀리즘이 대대적으로 유행하기 한참 전부터 물건을 줄이려 했지만 잘 안됐는데, ​십몇년동안 못한 걸 그리 쉽게 할 수 있을리가.
쇼핑을 좋아하고 취미가 다양한 반면, 방 정리 물건 정리할 기력이 부족하고 버리는 걸 싫어하니 짐이 많이 쌓일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나에게 물건을 버리는 건 정말 정말 괴로운 일이다.

그래도 물건을 대대적으로 정리하고 줄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맞닥뜨렸으니, 대안은 없다.

생각해보면 참, 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다.
(1)물건을 쇼핑하는데 쓴 시간
(2)물건을 사기 위해 쓴 돈과 그 돈을 벌기 위해 쓴 시간
(3)그리고 지금, 물건을 버리기 위해 쓰는 시간과 체력

(1)번이야 쇼핑하며 즐거웠으니 됐다쳐도, 나의 회사생활이 적잖이 괴로웠다는 걸 생각하면 무분별한 쇼핑으로 힘들게 번 돈을 마구 써버린 건 어리석은 짓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이니 (3)이라도 후다닥 해치워야하는데 참 택도 없다ㅋㅋ 머리로는 이게 시간낭비에 비합리적인 행동이란 걸 알아도, 버릴 물건과 간직할 물건을 시간 들여 선별하게 된다. 물건 버리는 일이 괴로우니 중간에 현실도피성 딴짓을 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시간이 아깝다. 정말 아깝다. 참 멍청한 일이지만 이렇게 생겨먹은 인간인 걸, 어쩔 수 있나.

다만, 비록 버리는 건 잘 못하고 있어도, 물건이 버리기 힘들어 쇼핑이 대폭 줄어든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예전엔 쇼핑 없이 무슨 재미로 살아? 라고 생각했는데 이 상태로만 간다면 앞으로의 인생은 큰 물욕없이 살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왜 이미 갖고 있는 물건들에 대한 물욕은 버리지 못하는지...ㅠㅠ)

얼마전 유튜브를 보다가 옷 버리기에 대해 좋은 팁을 하나 얻었다. 잘 안버려지는 옷이 있다면 일단 입고 외출해보라는 것. 외출 내내 그 옷을 입고 나온 걸 후회하다가 집에 돌아오는 순간 버리게 된다는 얘기였는데, 실제로 그래서 오늘 한번도 안입은(그래서 버리는 게 망설여졌던) 원피스를 버릴 수 있었다. 심지어 진짜 입고 나가지도 않았음ㅎㅎ 입고 나가려고 준비하다가 거울을 보고는 “이거 도저히 안되겠다”라며 바로 벗어서 버릴 수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 읽은 미니멀리즘 관련 책인 후데코의 “일주일 안에 ​​​​80퍼센트 버리는 기술”에 따르면 한번이라도 버릴까? 생각이 든 물건은 결국 버리는 게 맞다고... 내 경우, 그렇게 따지면 정말 남겨둘 물건이 많지 않을 것 같다. 현재 갖고 있는 물건의 10%도 남지 않을 듯. 완전히 실천하긴 어렵겠지만 마음이 흔들릴때마다 되뇌어 보려고 한다. 물건정리/미니멀리즘에 대한 책/블로그/유튜브는 결국 내용이 거기서 거기인데도 계속 새로운 것을 찾아보는 이유는, 그렇게라도 해야 일시적인 자극을 받아 반짝 효과라도 얻기 때문이다. 참 별거 아니면서도 세상 어려운 일이 물건 버리기다.

PS
몇달전 처음 옷을 대량으로 버릴때만 하더라도 “오늘 치마 7개, 바지 10개, 원피스 5개, 티셔츠 10개, 가방 6개를 버렸다”라는 식으로 버리는 옷의 양을 셌는데 이젠 하도 많이 버리다보니 숫자 세는 게 불가능하다ㅎㅎ 그런데도 아직도 옷이 잔뜩 남아 있는 거 실화?

*나에게 이토록 옷이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옷이 여러곳에 분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내 방 작은 옷장이 두 개, 부모님과 같이 쓰는 옷방(이곳엔 주로 다른 계절의 옷을 보관), 그리고 돌아가신 할머니방의 옷장까지 내가 써서 총 방 3곳에 옷이 있다보니 옷 관리가 안되고 계절이 바뀔때마다 필요한 옷을 못찾아 계속 옷을 사게 되는 악순환이 벌어졌다. 할머니방 옷장이 넘쳐나 행거까지 놓게 되었으니 말잇못. 생전에 한 깔끔 한 정돈하셨던 할머니가 보시면 정말 어이없는 풍경일 듯. 심지어 엄마 말로는 지하실에도 내 옷이 일부 내려가 있다고 하니 사실상 방 4곳에 보관 중인셈. 연예인도 아닌데 이건 너무 심한거다. 이번에 옷 정리하면서 보니까 새 옷도 너무 많고 존재를 아예 잊었던 옷도 너무 많다. 기억 못해서 혹은 못찾아서 몇번씩 산 아이템도 여러개다. 옷이 많을수록 꺼내 입는 옷의 숫자가 떨어진다던데 딱 내 얘기였다. 앞으로는 옷을 줄이고 한 장소에만 보관해서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옷을 사들이지 않도록 반성, 또 반성하자.

나는 그래도 내가 “나름” 알뜰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여행을 좋아하고 쇼핑을 좋아하고 취미가 다양해 평소에 돈을 많이 쓰기는 하지만(...) 그래도 일정 범위 안에선 규모있게 돈을 쓴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대대적으로 물건 정리하면서 보니깐 진짜 엄청난 착각이었다. 가끔은 이렇게 지나온 삶을 돌이켜보고 자아성찰 및 그간의 삶을 정리하는 시간도 필요한 것 같다.

PPS
사실 제일 쉬운 옷 버리기도 쩔쩔 매고 있지만 옷은 아무것도 아니다. 언제든 다시 사면 되니까. 정말 버리기 곤란한 것들은 따로 있다... 특히 인형 장난감 CD 책 찻잔 그릇 미니어쳐 그리고 추억의 물건들은 어쩔거야 정말...

PPPS
나의 목표는 미니멀리스트가 아니다. 태생상 불가능하다. 그냥 호더 전단계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 더이상 물건들에 치이지 않고, 좋아하는 물건들을 잘 활용하며 즐겁고 편안한 기분으로 사는 것이 목표다.
자기가 가진 물건들 때문에 힘들지도 않고 삶이 쾌적하다면 굳이 물건을 버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일단 물건을 대폭 줄여야만 하는 상황에 봉착했고(에휴) 평소에도 많은 물건들 때문에 불편했으므로 이번 기회에 정리하려고 하는 것. 근데 위에도 썼듯 진도가 매우 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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