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lust
에펠탑 공중피크닉 초코빵의 기억 본문
2007년 가을 엄마와 파리에 갔을때, 성수기는 지난 터라 대부분의 장소는 많이 붐비지 않았지만 에펠탑만큼은 여전히 줄이 참 길었다. 저녁시간과 겹쳐 한 시간 넘게 줄을 서있다보니 뭐라도 요기는 해야 할 것 같아서 잠시 엄마를 혼자 세워두고 매점으로 향했다. 끼니가 될만한 샌드위치를 사고 싶었으나 이미 다 떨어졌단다. 남은 건 정체를 알 수 없는 빵 몇 개 뿐. 실망스러웠지만 아쉬운대로 남아 있는 빵이라도 포장해 달라고 해서 들고 왔다.
한참을 기다려 에펠탑 위로 올라갔다. 엄마는 예전에도 파리에 오셨던 적이 있지만, 그땐 일정상 에펠탑을 멀리서 보기만 했을 뿐 에펠탑 위로 올라온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기뻐하셨다. 에펠탑 위, 파리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벤치에 앉아 아까 매점에서 포장해 온 봉투를 열었다. 아무런 기대없이 그냥 빵을 한입 베어물었는데, 어머나 세상에, 빵이 너무너무너무 맛있는 거다!!! 하얗고 말랑말랑한 빵 안에 초콜렛이 잔뜩 들어 있었는데 난 내 멋대로 "아, 이 뺑 오 쇼콜라(Pain au Chocolat) 참 맛있구나!"라고 생각해버렸다. 조금 춥긴 했지만 반짝반짝거리는 파리 시내를 내려다보며 공중에서 엄마와 같이 맛난 초콜렛빵을 먹었던 순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기억들 중 하나다. 그러니까, 언제나 원하는 것을 전부 다 얻을 수는 없지만 가끔씩 차선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오히려 더 좋을 수도 있다는 것. 이게 바로 여행의 묘미 그리고 인생의 묘미가 아닐까.
그런데, 그 초코빵 말인데... 이후 파리 빵집들에서 본 뺑 오 쇼콜라는 내가 에펠탑 위에서 먹었던 초콜렛빵과는 완전히 달랐다. 대부분 알고 계시겠지만 패스트리 비슷한 빵에 초코렛이 약간 들어가 있는 게 진짜 뺑 오 쇼콜라다.
(이것이 바로 진짜 빵 오 쇼콜라!)
일반적인 빵 오 쇼콜라가 어떻게 생겼는지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Pain au chocolat의 뜻은 그저 초코빵일 뿐이니까 내가 먹었던 빵도 다른 종류의 빵 오 쇼콜라겠지,라고 편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구글에서 Pain au chocolat로 검색하면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위 사진과 유사한 빵들만 가득 뜬다. 그렇다면 내가 먹었던 빵의 이름은 따로 있다는 것인데,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난 그 빵의 정체를 알아내지 못했다;; 다시 한번 그 빵을 꼭 먹고 싶은데 가능할까? 에펠탑 주변 매점에서 "특별한 초코빵"을 팔았을 가능성은 극히 낮을테니 아마도 정말 평범하고 흔한 빵일텐데 도대체 왜 알 수가 없는 걸까... 긴 시간을 거치며 점점 더 내 기억속에서 미화되고 있는 탓도 있겠지만, 그 빵은 정말 맛났다. 꼭 다시 한번 맛보고 싶다. 아님 적어도 이름이라도 알았으면 좋겠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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