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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derlust

외할아버지가 보내주신 베트남/말레이시아 여행 본문

외국 돌아다니기/2014.09 Vietnam & Malaysia

외할아버지가 보내주신 베트남/말레이시아 여행

mooncake 2014.11.10 11:19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르 메리디앙 수영장의 일몰)

 

 

작년의 마지막 날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장례를 치르고 2~3일쯤 지났을까, 엄마가 봉투 하나를 주신다. 외할아버지가 손자손녀들에게 마지막으로 주는 용돈이라고. 건강이 악화되셨을 무렵, 미리 준비해 놓으라 이르셨다고...

 

할아버지를 보내드린 후 마음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먹먹한 상태였는데, 할아버지가 마지막 순간까지도 우리를 얼마나 생각해주셨는지 느껴져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

 

그렇게 외할아버지에게 마지막으로 받은 백만원을, 어떻게 해야 잘 쓸 수 있을까 고민했다. 흐지부지 없어져버리는 건 싫었다. 그래서 처음엔 특별한 물건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늘 생각만 하던 스피커는 어떨까??? 아님 로모소노프 찻잔셋트도 좋고. 또는 몇년째 벼르고 있던 카메라 렌즈를 사도 좋겠다 싶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물건은 언젠가는 고장나거나 깨지거나 낡아서 버릴 수 밖에 없는 것. 할아버지가 주신 돈으로 물건을 사는 것 보다는 "특별한 기억"을 만드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건은 소멸되지만 기억은 내가 살아있는 한 늘 함께 있는 것이니까. 그리고 나에게 특별한 기억이라면 역시 그 무엇보다도 여행. 그래, 여행을 떠나자!!는 결론을 내렸다. 할아버지 역시 여행을 좋아하셨음을 생각하면 더욱 더 흡족한 결정이었다.(80대 후반 연세때에도 뉴질랜드, 이집트 등등의 장거리 여행을 다녀오신 분이다^-^)

 

올해 갔던 여행은 총 세 번.

여행날짜로는 후쿠오카 여행이 제일 앞에 있고, 비행기표를 끊은 것은 포르투갈 여행이 먼저이니 둘 중 하나를 할아버지가 보내주신 여행으로 생각해야겠지만, 후쿠오카는 할아버지가 보내주신 곳이라 생각하기엔 특별함이 부족하고, 포르투갈은 여행경비는 할아버지가 주신 돈 만으로는 부족해서 역시 좀 의미가 퇴색되는 것 같고.

그래서 기본여행경비(항공료, 숙박비)도 딱 들어맞고, 매년 가던 여행들보다 추가적으로 한번 더 간 셈인 베트남/말레이시아 여행을 할아버지가 보내주신 걸로 생각하기로 했다^^

 

출발하기 전부터 몸 상태가 안좋아서 고생한 걸 제외하면, 꽤 재밌었던 베트남/말레이시아 여행. 할아버지가 보내주신 거라고 생각하니깐 괜히 더 애틋한 기분이 든다. 빨리 여행기 써야지+0+ 근데 일단 작년 영국 여행기부터 마친 후에.. 그리고 그 후엔 포르투갈 여행기도 써야 하는데.. 도대체 언제 다 쓰지? 흑흑흑흑흑.

 

2 Comments
  • 단단 2014.11.11 04:00 아... 그 베트남/말레이시아 여행을 그렇게 해서 다녀오신 거였군요. 감동이 텍사스 소떼처럼 밀려옵니다. 전에 할아버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제사도 간소화하셨다고 하셨는데, 후손들에게 귀감이 되는 참 멋진 분이셨네요. 저도 엄마한테 돌아가시기 전에 손주들 여행 경비 남겨놓으라고 귀띔해야겠어요. 손주들한테 물려줄 좋은 그릇들은 잘 준비해놓고 계시기는 하는데 손주가 많으니 좀더 준비하셔야 할듯요. ㅎㅎ 비싼 그릇이라도 그냥 덜렁 물려주기만 하면 소중한 줄 모를 테니 손주들 올 때마다 맛난 음식 담아 내셔서 "할머니가 맛난 음식 담아주셨던 그릇" 추억까지 같이 만들어놓으시라고 했어요. ㅎㅎ 여기 영국인들이 잘 그러거든요. 영국 TV에서 골동품 프로그램 볼 때마다 참 감동합니다. 어쩜 노인들이 그렇게 후손들에게 물려줄 물건들을 깨알같이 모으고 잘 간직하는지. "할머니, 이 나무 의자 멋져요." 꼬맹이 손녀가 지나가면서 한 말 잊지 않고 기억했다가 수십년 뒤 돌아가시면서 유언장에 "이건 꼭 아무개한테 주거라." 남기질 않나.

    여행기를 다시 쓰기 시작하셨군요. 재미있게 잘 보고 있습니다. ^^
  • mooncake 2014.11.11 11:23 신고 참 대단하시지요? 극심한 고통 가운데서도 손자손녀들 챙길 생각을 하셨다는 게요. 마치 할아버지 떠나보내고 맘 아플 거 다 아셨던 것 처럼, 할아버지가 이제 그만 슬퍼하라고 부드럽게 다독여주시는 느낌이 들었어요.

    할머니가 맛난 음식 담아주셨던 좋은 그릇. 멋집니다...^^ 그런 게 정말 소중한 유산인 것 같아요. 살아가는데 마음 의지할 수 있는 따듯한 기억들요. 누군가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받았던 기억은 확실히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저도 사실 할아버지댁에서 받아온 그릇이 하나 있고(좋은 그릇은 아닙니다ㅋㅋ) 또 몇달전엔 친할머니가 오래전에 쓰셨던 그릇 하나를 발굴한 게 있어서 언젠가 블로그에 글 써야지~하고 있었더랬는데, 할머니 할아버지가 물려주는 물건 얘기하시니까 엄청 반갑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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