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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사, 락사, 락사 (싱가폴 & 말레이시아) 본문

외국 돌아다니기/2014.09 Vietnam & Malaysia

락사, 락사, 락사 (싱가폴 & 말레이시아)

mooncake 2014. 11. 30. 16:45



내가 난생 처음 먹어본 락사(Laksa)는 작년 싱가폴 출장 때 나이트 사파리 레스토랑에서 사먹은 "울루울루 락사"였다.


("나이트" 사파리라 야외 레스토랑도 어두컴컴해서 화질이;;;)

 

현지선 현지음식이라는 강한 신념을 바탕으로 다른 일행들이 비교적 안전한 선택을 할때 과감하게 락사를 주문했는데 다행히 그 락사는 참 맛났다. 커리를 비롯해 각종 향신료 향기가 가득한 진하고 걸쭉하고 매콤한 국물이 인상적이었고, 락사에 들어 있던 피쉬볼과 관자도 탱탱하니 맛있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그때 몸이 많이 아팠기 때문에 그 맛난 락사를 절반도 채 먹지 못했다는 것이다. "밥을 먹기 힘들 정도로 아픈데도 맛있는 음식"이라니! 그럼 컨디션이 좋을땐 얼마나 맛있을 것인가 두구두구두구. 그때부터 나의 락사 사랑은 시작되었다.


(락사랑 같이 먹었던 싱가폴 슬링과 사테ㅋ) 


아참, 난 메뉴판에 써있던 울루울루 락사(Ulu Ulu Laksa)가 락사의 한 종류인 줄 알았는데, 한국에 와서 보니 "울루울루"는 나이트 사파리 레스토랑의 이름이었다. 예를 들면 롯데월드 로티식당에서 "로티우동"을 파는 셈이다. 어쩐지 다음날 현지 직원이 싱가폴 음식 뭐 먹어봤냐고 물어서 어, 락사랑 사테 맛있드라. 했더니 무슨 락사였냐고 또 묻길래 "울루울루 락사" 그거 맛있드라. 했더니 그 직원이 엄청 이상하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던 기억이...;;; 


한국에선 딱히 락사를 맛볼 곳을 만나지 못해서, 어렵사리 시작된 락사 사랑은 9개월 가까이 휴지기에 접어들었다가 지난 9월 말레이시아 여행때 다시 불이 붙었다.


 

말라카 푸리 호텔 조식에서 먹은 락사.

면 따로 락사 국물 따로 각종 고명들 따로 준비되어 있어서 원하는 비율대로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싱가폴에서 먹었던 락사하곤 조금 다른 맛이었지만 (일단 국물 색깔부터가...) 역시나 맛있었다. 싱가폴에서 먹었던 락사보다는 순한 맛이었고 국물 안의 고명들 때문인지 한국의 육개장 느낌도 살짝 났다. 이 맛난 락사 덕에 전날 호텔방에서 커다란 벌레가 나왔던 충격이 조금 상쇄되었다. 한 그릇 더 갖다 먹고 싶었는데 옆자리 중국인 부부가 토스트 한두조각에 커피, 주스 정도로 식사를 마무리 하길래 괜히 내가 너무 많이 먹는 것 같아 나 답지 않게 부끄러워져서 "내일 많이 먹자" 생각했는데 그 담날은 락사가 없어서 대좌절모드. 그럴 줄 알았으면 말라카에서 기회가 있을때 락사를 사먹었을텐데 말이다.



쿠알라룸푸르 센트럴마켓 푸드코트에서 먹은 페낭 아삼 락사(Penang Assam Laksa).

첫 한 숟가락을 떠먹었을땐, 이전에 먹었던 락사들과 맛이 상당히 달라서 깜짝 놀랐다. 생선 반마리가 통째로 들어 있는 것도 이색적. 아마 해산물 싫어하는 사람에겐 문화충격일 듯ㅋ 이전의 다른 락사들과 비교했을때 국물이 맑고, 좀 더 시큼하면서 비린 맛이 많이 났다. 오 어쩜 이렇게 맛이 다를수가... 란 생각에 굳이 가게 앞까지 가서 메뉴판을 다시 봤더니 Penang assam laksa라고 쓰여있었다. 페낭(피낭)과 쿠알라룸푸르의 음식 문화가 많이 다르다는 얘기를 얼핏 들었었는데, 락사 하나에서도 확실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워낙 해산물을 좋아해서 맛있게 먹었는데, 일반적인 한국인 입맛에는 싱가폴이나 말라카의 뇨냐 락사가 더 잘 맞을 것 같다. 



그리고 센트럴 역 근처 Nu sentral 쇼핑몰 1층 "Simply D"에서 먹은 치킨 락사.

여기 락사는 그동안 먹었던 락사들과는 또 달랐는데, 특별한 감흥은 기억나지 않는 걸 보니 그냥 무난하고 평범한 맛이었나보다.  

락사 맛 자체보다는 가게가 깔끔하고 직원이 엄청나게 친절하고 프렌들리해서 기억에 남는다. 또 내가 외국인이라서인지, 원래 그렇게 주는지는 모르겠지만 소스를 수저에 따로 담아 양을 조절할 수 있게 한 것도 센스있었다.



이렇게 그간 먹은 락사를 정리해놓고 보니 한가지 남은 후회는 왜 말레이시아에서 락사 라면이나 락사 소스를 사오지 않았냐는 것.

정신없는 와중에 라면 5개 들이 한 봉지를 사오긴 했는데 와서 보니까 락사 라면은 아니였다.

그리고 이럴때마다 늘 내가 내리는 결론은 "한번 더 가는 수 밖에 없겠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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