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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derlust
일요일 오후를 함께한 책.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책이 제법 두꺼웠는데, 술술 잘 읽혀서 생각보다 빨리 읽었다. 아직 한겨울이지만 살짝 봄의 기척이 느껴지는 따스한 햇빛. 재미있는 책. 요크셔 골드로 우린 맛있는 밀크티. Halie Loren의 아름다운 목소리 (물론 그 외에도 많은 음악들. 음악과 책이 유난히 더 생생하게 귀와 머리속에 박힐 때가 있는데, 어제 오후가 그런 날이었다) 이 사소한 순간이, 기분이 참 좋았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나에게 "과거" 쪽에 가깝다. 고등학교, 대학교 때는 그의 글을 정말 정말 좋아해서, 나라는 존재의 형성에 큰 기여를 했는데, 어느 순간 신간이 나와도 잘 읽지 않게 되었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도 몇년이 지나서야 ..
언젠가친구가 갑자기 토끼정 크림카레우동이 너무 땡긴다고 해서가장 가까운 토끼정을 찾아간 곳이,롯데백화점 본점 지하의 토끼정 안쪽 테이블은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데 자리가 몇 개 안되고 우리가 앉은 자리는지나가는 행인과 계속 눈이 마주쳐서참 별로였다.남들이 계속 지나다니는 통로에서 밥 먹는 기분그다지 상쾌하지 않아... 다른 쪽 자리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고. 백화점 임대료도 비싸고 공간이 한정적이니 어쩔 수 없었겠지만아쉬운 부분. 나는 함밤 스테-끼 밥을 골랐다 친구는 크림카레우동이 먹고 싶다더니갑자기 마음을 바꿔 꼬꼬네 하이얀 우동을 주문함ㅎ 갑자기 딴 소리지만 치킨 스튜에 우동면을 넣을 생각은 누가 처음 했을까?이상하다는 게 아니라 정말로 신기해서 +_+ 맛은,그냥저냥... 토끼정이 처음 유행하기 ..
기분이 좋아지는 것들을 모아보자^^ 정말로 내 마음에 든 것은 커피의 맛보다는 커피가 있는 풍경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한다. 내 앞에는 저 사춘기 특유의 반짝반짝 빛나는 거울이 있고, 거기에는 커피를 마시는 내 모습이 또렷하게 비쳤다. 그리고 등 뒤에는 네모난 틀 속 조그만 풍경이 있었다. 커피는 어둠처럼 검고, 재즈의 선율처럼 따뜻했다. 내가 그 조그만 세계를 음미할 때, 풍경이 나를 축복했다. 그것은 아담한 소도시에서 한 소년이 어른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은밀한 기념사진이기도 하다. 자, 잔을 가볍게 오른손에 쥐고, 턱을 당기고, 자연스럽게 웃어요…… 좋았어, 찰칵. 때로 인생이란 커피 한 잔이 안겨주는 따스함의 문제, 라고 리처드 브로티건은 어느 작품에 썼다. 커피를 다룬 글 중..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르 메르디앙(르 메리디앙) 호텔의 수영장♡ 작년 9월 베트남/말레이시아 여행도 출발전부터 기관지염 천식 발열 등으로 고생했기 때문에 여행 내내 다량의 항생제와 해열제로 버텨야 했는데엎친데 덮친 격으로 호치민과 말라카에서 내 평생 최악의 호텔들을 만난지라 잘 쉬지도 못해 더더욱 힘들었다 호치민과 말라카에서 최악의 호텔을 만나게 된 경위는 이랬다.평소, 여행 갈때마다 호텔 선정에 너무 많은 공을 들이던 나... 숙소 선정하는 기준이 까다롭던 나...비교적 가격대비 거의 늘 만족스러운 호텔에 묵을 수 있었지만, 반면 과한 시간낭비다 싶은 면도 있어서, 앞으론 숙소 선정에 지나친 시간을 들이는 건 자제하는 게 어떨까?란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호치민/말라카 숙소를 고를때는 평소 나답지 않게..
1971년, 그해는 스파게티의 해였다. 1971년, 나는 살기 위해서 스파게티를 계속 삶았고, 스파게티를 삶기 위해 계속 살았다. 알루미늄 냄비에서 피어오르는 증기야말로 나의 자랑이며, 소스팬속에서 보글보글 피어오르는 토마토 소스야말로 나의 희망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스파게티의 해에" 중에서) 머리속에 위의 문장이 자꾸만 맴돈다. 2009년, 그해는 피아노의 해였다. 2009년, 나는 살기 위해서 피아노를 계속 쳤고, 피아노를 치기 위해 계속 살았다.....로 변주된채. 오래전 덤덤하게 읽었던 이 단편이 갑자기 이렇게 마음에서 살아나게 될 줄은 몰랐다. 물론 이 열기가 얼마나 갈진 모른다. 어쩌면 피아노의 달(月)이나 혹은 피아노의 한 주쯤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지금 이 순간은 살기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