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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derlust
광화문 현악사. 악보도 사고 송진도 사고 첼로활 털 교체도 하고… 오래전 열심히 드나들었던 가게. 이 곳을 지날때마다 여러가지 감회가 교차하는데, 가장 큰 감정은 어린 시절의 행복하고 빛났던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이 떠오르면서 (물론 약간의 과거 왜곡과 미화는 있음ㅋㅋ) 비루한 어른이 된 현재의 모습이 슬퍼지는 것이다. 어린 시절의 나는 내가 이렇게 살고 있을 줄 몰랐는데, 뭐 그런 심정. https://youtu.be/Wcgd1oCbW4g 어릴때 치던 모차르트나 하이든 피아노 소나타를 우연히 들을때도 비슷한 감정이 몰려온다.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순간 어린 시절로 돌아가면서 강렬한 그리움과 함께 슬픔이 느껴진다. 그때만 해도 내 인생은 밝은 햇살이 환하게 빛나는 꽃길일 줄 알았지 뭐야. 왜 이렇게 (새삼..
세종문화회관 천원의 행복 프로그램은 나날이 경쟁이 매우 치열해져서, 이번엔 간신히 한 좌석만 예매할 수 있었다. 또 원래는 3일의 공연 일정 중 피아니스트 백혜선의 공연을 보고 싶었으나, 남은 자리가 딱 하나뿐이라 선택의 여지없이 아르끼뮤직소사이어티&첸 웨이치의 공연을 보게 되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매우 만족 ^-^ 첸 웨이치Chen Weichih는 이번 공연에서 처음 접한 피아니스트인데, 맑고 서정적인 피아노 소리가 인상적이었다. 다른 연주도 들어보고 싶어서 구글링해봤는데, 아직은 활동자료를 거의 찾을 수 없어 아쉬웠다. 아르끼 뮤직소사이어티 단원들의 연주도 훌륭했다. 특히 2부의 브람스, 드보르작 피아노 퀸텟 연주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 앵콜곡은 규현의 "광화문에서" 다만... 절반 정도의..
2018년 6월 23일 토요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열린 서울시향 2018 실내악 시리즈 Ⅲ : 트룰스 뫼르크 트룰스 뫼르크 팬에겐, 올해 6월 21일부터 23일은 축제같은 3일간이었다. 내한공연이 1회만 있어도 감지덕지할텐데, 웅장하고 큰 규모의 공연을 즐긴 후(서울시향과 협연한 엘가의 첼로협주곡), 이튿날은 소규모 공연장에서 거장과 호흡을 같이 하며 생생한 연주를 즐길 수 있었으니까, 굳이 외국 공연장까지 힘들게 가지 않고도, 한국에서 최애 첼리스트의 공연을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었다. 하지만 트룰스 뫼르크의 엘가 협주곡 공연에 대한 리뷰에서 쓴 바와 같이 (http://mooncake.tistory.com/1852) 최애 첼리스트가 한국에서 내한공연을 가짐에도 불구..
9월 27일 수요일 저녁 8시. 흔치않은 마림바 독주회가 열려 반가운 마음으로 공연을 보러갔다. 마림비스트 전경호의 두번째 마림바 연주회 제목은 Sound becomes lights. 마림비스트 전경호가 시각장애인이라 팜플렛이 특별히 점자로 제작되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연주자가 시각장애인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공연이 시작되고 전경호가 피아노 반주자의 팔을 붙잡고 무대로 나오자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번 전경호 마림바 연주회의 프로그램. 바흐에서부터 현대작곡가까지, 그리고 클래식에서 재즈까지, 또 가급적 친숙한 곡이되 너무 뻔하지는 않도록, 다양한 음악을 공들여 골랐음이 보여지는 선곡이었다. 전반부의 무대는 피아노와 마림바로 심플하게, 후반부의 ..
오늘(2016년 10월 1일) 보고 온 공연 - 위대한 작곡가 시리즈 "말러"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 지휘 김지환, 바리톤 공병우. 프로그램은 구스타프 말러의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Lieder eines fahren den Gesellen와 교향곡 1번 거인Der Titan이었다.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가 약 20분 분량이고 교향곡 1번 거인이 약 50분 분량이라 합쳐도 70분 정도라 인터미션 없이 가려나? 했는데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후 15분간의 인터미션을 가진 뒤 교향곡 1번이 연주되었다. 일단 공연평은... 정말 솔직히 말해서,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거나 최고라고 하기는 어려운 공연이었다. 특히, 교향곡 거인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3악장은 기대가 컸던 탓인지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지만...
세종문화회관 온쉼표 공연 (구. 천원의 행복) 이번달의 공연은 "피아노포르테 나의 사랑"이라는 음악극이었다. 공연 시작 전, 무대 모습. 음악극 피아노포르테 나의 사랑은, 배우 윤여성의 모노드라마 연극 + 바이올리니스트 김혜정과 피아니스트 김용진의 연주 + 무용가 황지인의 무용이 곁들여진 종합예술무대였는데, 연극 자체는, 도입부와 중간 전개까지는 좋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진부하고 상투적인 이야기가 되어버려 조금 아쉬웠다. 연주된 곡 역시 몇 곡들은 너무 뻔하다 싶은 선곡이긴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 윤여성의 멋진 연기가 빛을 발하는 무대였고, 피아노와 바이얼린 연주 역시 매우 좋았다. 또한, 연주자와 연주자, 또 연주자들과 배우간의 합이 아주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훈훈한 분위기..
어제 보고 온, 정말로 근사했던 파이프오르간 공연. 올해로 9번째를 맞는 세종문화회관 파이프오르간 시리즈. 공연 시작 전부터 가슴이 두근두근. 근데 사정이 있어 촉박하게 도착했더니 프로그램북 매진... 심지어 무료 리플렛 조차도 안남아 있음. 직원분이 미안해하시며 프로그램 사진이라도 찍어가라 하셔서 다들 사진을 찍었다. 공연이야 뭐, 정말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근사했고 5인의 오르가니스트 모두 정말 마음에 쏙 들었으며, 피날레를 장식한 5인의 파이프오르간 합동연주는 정말 상상을 초월했다. 공연에 대해 자세히 후기를 쓰고 싶은데 일단 지금은 시간이 없어 여기까지만 쓰고 시간날때 상세히 적을 계획. 아무튼 5/28 공연의 부제였던 "눈부신 오르간의 밤(Pipe Organ Spectacular ..
오늘 또 아주 근사한 공연을 봤다. 세종문화회관 엠씨어터에서 열린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연주회. 세종문화회관 사회공헌프로그램인 천원의 행복 시리즈로, 11월 공연 제목은 "온"이었다. 아리랑환상곡 - 신판소리 "귀" - 뱃놀이(25현가야금 협주곡) - 수궁가 "가자 가자" - Under the sea & Over the rainbow - 축제 -얼씨구야 (앵콜곡) 으로 이어졌는데, 국악이랑 전혀 안친한 내가 집중해서 즐겁게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건 생생하고 열정 가득한 연주회 현장에 있었던 덕인 것 같다. 정말 훌륭한 공연이었다. 신판소리 귀를 열창한 성시영은 첫 등장부터 포스가 남달랐는데(온몸에서 끼를 발산하는 느낌ㅎ) 심지어 본업은 국악관현악단의 피리꾼이고, 노래를 잘해서 소리꾼으로도 전격 발탁되었..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7월의 마지막날, 회사 동기언니 덕에 다녀온 "한 여름밤의 실내악". 좌석이 첫째줄의 제일 가운데자리였다.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시절 이후 연주자들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접한 건 처음. 그래서 좋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첫 곡을 시작할 때 연주자들이 굉장히 예민한 상태였던지라 나도 덩달아 스트레스를 받았다. 콩쿨에 나가거나 무대에서 연주를 하기 직전의 못견디게 예민한 상태, 신경이 빠짝빠짝 곤두서는 그때, 과거의 그 기분들이 연주자들을 통해 고스란히 느껴졌던 것이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사람을 조여오는 지독한 긴장감. 그런 기분을 느끼지 않고 산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지났구나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물론 연주자들의 예민함과 날카로움은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사그라들었고 나중엔 "즐기며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