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wanderlust

우리집 길고양이 + 스타벅스 다크 모카 프라푸치노 본문

Trivia : 일상의 조각들

우리집 길고양이 + 스타벅스 다크 모카 프라푸치노

mooncake 2015. 6. 3. 12:30


(숨은 그림찾기ㅋ)


서울 시내에 마당과 지하실을 가진 집이 많이 남지 않아서인지, 우리집은 길고양이들의 천국이다.

여행을 다녀오고 나니 못보던 어미 길고양이가 새끼들을 데려와, 아기고양이가 무려 5마리(우리가 파악한 바로는ㅋ 아빠는 아기고양이 7마리가 한번에 노는 걸 봤다고 주장하시는데, 설마...)나 있다. 

집에 오니까 엄마가 소근소근 "얘, 작년에 우리집에 있던 새끼 고양이가 어미가 돼서 아기고양이를 잔뜩 데려왔어!"

근데 내가 봤을땐 작년에 있던 그 녀석 같진 않은데ㅋㅋ 암튼 엄마는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다. 

사실 고양이를 좋아하는 건 난데, 고양이들은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우리 엄마 앞에만 주로 나타난다. (내 눈에 띄이는 건 실수에 가까움ㅋㅋ)

엄마는 고양이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길고양이들이 불쌍해서 꼭 밥을 주신다. 근데 밥만 줄뿐이지 고양이를 쳐다본다던가 말을 건다던가 가까이 가지는 않으심. 철저히 무관심. 고양이, 특히 길고양이들의 습성을 생각해보면 고양이들이 우리 엄마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밥은 꼬박 주는데 아는 척은 안하니 얼마나 마음이 편할 것인가.

반면, 나란 인간은 밥을 자주 주지는 않으면서(=집에 붙어 있는 시간이 짧고, 집에만 있는 날은 또 아예 집 밖으로 안나가므로...) 간혹 마주치면 "꺅 고양아, 냐옹냐옹, 일로 와바, 아이구 이쁘다"하면서 시끄럽게 난리부르스에다가 심지어는 빨간 불빛을 내뿜는 기계(디카)를 들이대니 싫어할 수 밖에 ㅋㅋ 

*빨간 불빛은 AF보조광을 말합니다ㅎㅎ 난 왜 개나 고양이가 나랑 잘 놀다가두 카메라만 들이대면 고개를 돌리는지 몰랐는데 직접 AF보조광을 맞아보니 싫긴 하겠더라는...ㅠㅠ AF 보조광을 끄면 초점 잡는데 어려움이 많을까나...ㅠㅠ)


(스타벅스 다크 모카 프라푸치노)


여행 가기 일주일 전쯤인가 회사에서 정말 열받는 일이 있었는데 동료 직원이 "이거 진짜 효과 있다니깐" 하면서 스타벅스 다크 모카 프라푸치노를 입에 물려줬다. 쭉 들이키면 상당한 기분 개선 효과가 있다면서ㅋㅋㅋㅋ 스타벅스 프라푸치노가 지겨워진터라 설마.. 했는데 요건 꽤 맛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기분이 많이 나아졌다. (사실은 동료의 따듯한 마음 덕이 더 컸겠지만^^)


오늘 스타벅스 쿠폰이 있어서 스타벅스에 갔다가, 뭘 먹을지 한참 고민했다. 사실 내가 오늘 아침에 진짜 먹고 싶었던 건 에스프레소 투샷에 진한 우유거품을 얹은 커피였으나, 뭐든 먹을 수 있는 쿠폰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메뉴를 먹는 건 괜히 좀 억울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고민하다 6300원짜리 다크 모카 프라푸치노를 사먹었다. 맛있지만 살은 찌겠지...ㅋㅋㅋㅋ


이탈리아를 돌아다니는 동안, 정말로 스타벅스의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절실했다ㅋ 특히 한낮에 온도가 33도까지 올라가고 강렬한 햇살이 사정없이 나를 괴롭히던 날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벤티 사이즈로 시켜서 주우우우욱 흡입하면 기운이 번쩍날 것만 같았으나 이탈리아엔 스타벅스가 없었다(곧 생긴다는 말은 들었다) 그러다 벨기에에 갔더니 곳곳에 스타벅스가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스타벅스 앞까지 갔으나 생각해보니 날씨가 서늘한 벨기에에선 더이상 스타벅스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냥 아무 카페나 가도 맛있는 에스프레소나 카푸치노를 먹을 수 있는 걸! 그래서 이번 여행 내내 단 한번도 스타벅스에 가지 않았다는 사실, 다만, 브뤼셀 공항 다이아몬드 라운지에서 스타벅스 커피를 먹었다ㅋ 나중에 리뷰하겠지만 브뤼셀 공항 다이아몬드 라운지 참 마음에 들었다(시설이 좋아서가 아니라 음식과 주류가 좋아서ㅋㅋ). 간만에 비싼 연회비 내고 PP카드 유지하는 보람을 느끼게 한 라운지다ㅋ



*

회사와 나.

여행 가기 전에 워낙 몸 고생 + 마음 고생이 심해서 그랬는지 이번 여행은 정말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특히 피렌체에서 죠토의 종탑 올라갔다 온 후로는 완전 맛이 가서 오후 3시부터 호텔에 들어가서 쉬고 싶은 걸 억지로 참아가며 꾸역꾸역 버텼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미련하다ㅋ 암튼 그때 너무 힘들어서 울고 싶을 정도였는데, 그 와중에도 휴가가 끝나 회사 갈 일을 생각하니 그래도 몸이 괴로운 지금이 낫다 싶었다. (정확히는 여행 중인 지금도 힘들고 회사 가도 힘드니 내 인생은 절망의 구렁텅이야!라는 생각이었지만ㅋㅋ)


비싼 돈 들여 힘들게 휴가 다녀오면 적어도 한달은 즐거운 마음으로 회사에 다닌다던지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여행 다녀와 출근한지 5일째지만 벌써 마음엔 먹구름이 가득하다. 내가 회사에서 제일 부러워하는 사람은 승진이 빠른 사람도 아니고 고연봉자도 아닌, 퇴사할 용기를 낸 사람들인데(ㅋㅋ) 그래서 퇴사한 사람들의 퇴사배경과 현재 상황에 대해서 열심히 파악해보면, 비교적 젊은 나이에 퇴사를 감행한 사람들은 다들 뒷배경이 든든하거나 회사를 안다녀도 먹고 살 수 있는 출중한 개인기가 있었다. 하다못해 물려받을 부모님 가게라도 있던데 나는 아무것도 해당사항이 없다... 슬프다... 


회사는 완전 정치판이고, 불합리한 일 투성이라서 이곳에 발을 담그고 그런 일들을 쳐다보는 것 조차도 싫은데, 사실 따져보면 세상이 원래 그런 것도 같다. 여길 떠나 어딜 가더라도 비슷할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생각은 무모하게 퇴사를 감행하는 일은 예방해주지만, 그러나 점점 더 사람과 세상이 싫어지고 한도끝도 없이 우울해지는 부작용이 있다. 여행 잘 다녀와서 왜 뜬금없는 우울증인지. 것참. 

회사는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려 해도, 회사에서 생기는 속상한 일이나, 불합리한 일들, 부조리, 온갖 스트레스들을 아무렇지 않게 넘기고 묵과할 수가 없다. 바꿀 수 없는 일에 대해 마음 끓여봤자 나만 손해라는 걸 잘 알아도 말이다. 



그래서 이 잡글의 결론은? 1. 고양이는 귀엽다.  2. 회사 다니기 정말 싫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