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lust
헬싱키의 빈티지 그릇 가게 본문
아침에 출근 준비하다 힘들어서 잠시 넋을 놓고 앉아 있었는데, 그때 내 눈에 사진 속 헬싱키 빈티지 그릇 가게에서 사온 찻잔 세 개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문득, 아, 저 찻잔들을 고를때가 참 행복한 순간이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내 눈 앞에 잔뜩 펼쳐진 이딸라와 아라비아 핀란드의 향연. 난 그저 그릇들을 실컷 감상하고, 원하는 걸 고르기만 하면 된다. 이토록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
하지만 사실 이 당시의 내 심정은,
아침 일찍 마켓에 갔더니 문 연 가게도 몇 개 없고, 날은 춥고, 졸리고 피곤하고, 포르보행 버스를 예약해놓은터라 시간은 촉박하고, 빈티지 그릇은 생각보다 너무 비싸고, 거기에다 그릇들을 보면 볼수록 내가 진짜 사고 싶은 게 뭔지 미친듯이 헷갈리기 시작해서 마음이 무지 복잡하고 여유가 하나도 없었다ㅋ
비단 여행 뿐만이 아니더라도,
왜 이토록 그 당시엔 전혀 모르다가 "지난 후에" 사실은 그때가 아름다운 순간이었구나, 행복한 순간이었구나...라고 느끼는 일이 많은 걸까.
여러가지로 힘에 부쳐 허덕거리는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는 나름 아름다운 순간이었다고 회상하는 날이 올까?
+)덧.
그래서 결국 이 가게에서 사온 찻잔 두개랑 유리잔 한개는 예쁘긴 예쁜데 그래도 이렇게 사진으로 다시 핀란드의 찻잔들을 보고 있노라니 다른 찻잔들이 훨씬 더 예뻐보여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마음 같아선 정말 다 싸짊어지고 오고 싶...지만 지금 이 순간도 현재 갖고 있는 물건들만으로도 벅차서 허우적대고 있으니 물욕은 이쯤에서 접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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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
2016.03.24 23:39 신고
그릇들이 온통 이국적인 느낌이에요!
제 취향은 두번째 사진의 아랫줄 맨오른쪽... 깊고 짙푸른 색이 정말 고와요. :) - mooncake 2016.05.06 17:24 신고 아아 저는 왜 그릇은 사도사도 계속 사고 싶을까요?ㅎㅎ
- 空空(공공) 2016.03.25 09:06 신고 예쁜 그릇들을 보니 눈이 환해집니다^^
- mooncake 2016.05.06 17:24 신고 와 정말요?ㅎㅎ
- 밓쿠티 2016.03.25 18:58 신고 여행 다녀와서 사진으로 다시 보면 후회가 남는 물건이 꼭 있더라구요 ㅋㅋㅋㅋ그래도 그런 미련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일상이 아닌 여행을 즐겼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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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cake
2016.05.06 17:25 신고
그쵸 맞아요^^
밓쿠티님 말씀이 맞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사실 뭐, 정말 원하면, 왠만한 건 다 인터넷으로 어떻게든 구할 수 있으니...^^ - roynfruit 2016.03.25 21:58 신고 그릇들이 참 아기자기하니 예쁘네요ㅎ
- mooncake 2016.05.06 17:30 신고 그쵸^^ 여력만 된다면 죄다 사고 싶...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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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티틀러
2016.03.26 01:59 신고
지나간 일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우리가 적당히 망각하고 살기 때문 아닐까요.
저도 여행다닐 때마다 '내가 왜 내돈주고 이 고생을 하나' 싶다가도 막상 돌아오면 그 고생했던 건 잘 기억이 안 나고 사진 보면서 '그래도 돌아다닐 때가 좋았는데...' 라는 생각이 들거든요ㅎㅎㅎ - mooncake 2016.05.06 17:30 신고 ㅎㅎ여행의 기억은 확실히 무슨 거름망, 체 같은 게 있어서 여행 당시엔 죽도록 힘들었어도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었던 기억은 희미해지고 좋은 기억은 뚜렷이 남죠. 그래서 매번 다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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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토비
2016.03.26 16:13 신고
역시 핀란드의 그릇,찻잔은^^
제가 한국에서 자주 가는 단골점도 있답니다.(성남 근처 위치)
조금씩 구입도 하면서 집안의 그릇들을 바꾸어 보려구요~ - mooncake 2016.05.06 17:29 신고 오~ 예쁜 그릇 사시면 어머니가 기뻐하시겠는걸요?!
- lifephobia 2016.03.28 19:39 신고 제가 이번 여행에서 우연히 이곳을 들어간다면 굉장한 우연이겠네요 ㅋㅋ 헬싱키라니까 괜히 반가워요 ㅋㅋ
- mooncake 2016.05.06 17:29 신고 아~ 라이프포비아님 핀란드 여행기 보면서 반가워하고, 부러워하고, 그러고 있습니다ㅎㅎ 저도 빨리 핀란드 여행기를 써야겠다는 생각도 하구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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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듀
2016.04.01 10:49
와 정말 아름답네요 ㅠ 정말 구경하는것만으로도 행복할 듯 ㅋㅋ
저 테이블 통쨰로 가져오고 싶어요^^;; 무민접시도 귀엽고.. 안예쁜거 없어서
고르는게 무척 힘들 것 같아요 ㅋㅋㅋ
보기만해도 힐링되는 사진입니당 ㅋㅋ
그런데 물욕은 정말 왜이리 자꾸 생기는지 ㅠㅠㅠㅋㅋㅋ현대인의 비애인 것 같아요 ㅋ
맨날 뭐살지 찾아보는게 일상인 것 같아요 저는;;ㅋㅋㅋㅋㅋ -
mooncake
2016.05.06 17:29 신고
ㅋㅋ테이블을 통째로! 제가 이래서 듀듀님 좋아하지말입니다ㅋㅋ
그러게요 이 물욕을 어찌하나요... 물욕의 노예... 흑흑... 하지만 또 그게 삶을 살아나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구요^^ -
styleesther
2016.04.23 20:16
맨 마지막 사진이 젤 맘에 들어요. 가슴이 콩콩..
글을 읽다보니 저도 쇼핑의 뒤끝에 괴롭던 순간들이 떠오릅니다.
요즘은 나이들어 결정장애까지 있어서..
이게 진정 네가 즐기는 것이냐, 반문할때도 있어요 ㅋ -
mooncake
2016.05.06 17:28 신고
저요 저, 결정장애 정말 심해요ㅎㅎ
특히 이렇게 빈티지 시장에서 어마어마한 종류의 찻잔이 놓여 있을때는 좀처럼 몇개만을 고를 수 없어 정신이 혼란스러워져요. 저도 제가 제일 원하는 게 뭔지 알기가 어렵더라구요ㅋ - 꽃줌마 2018.06.06 00:24 와우. 역시 아름다워요 ㅎ 샵 이름이나 정보 알 수 있나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