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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via : 일상의 조각들

지극히 개인적인 수다들

mooncake 2016. 5. 23. 14:30

2016.04. 도쿄 큐후루가와 정원에서 만난 고양이(네츄라 클래시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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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한 불만이 온 몸을 감싸고 있는 요즘.

어떻게 이 우울한 상태를 타개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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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년간의 나는 해외여행을 최우선순위로 두고 살아왔다. 그런 것 치고는 평균적으로 일년에 세 번 정도 다닌 건 너무 적은 것 같지만 나로서는 최선을 다한 결과다. 휴가와 돈과 체력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그런데 올해들어 뭔가 삐그덕거리기 시작했다. 예전같으면 앞뒤 안가리고 떠났을텐데 자꾸 이것 저것 재게 되고, 전엔 여행과 관련된 모든 것이 다 좋았다면, 이제는 "피곤함"과 "귀찮음"이 먼저 떠오른다. 이게 단순히 내가 많이 지쳐있기 떄문인건지 아니면 나라는 인간의 패러다임(은 너무 거창하지만...)이 바뀌어 가고 있는건지 지금으로썬 그냥 지켜볼 수 밖에...

 

지난 주말에 블라디보스톡을 포기한 건 정말 이해가 안간다. 시베리아 항공이 약 28만원, 그리고 숙박 직전 막판 세일이라 젬추지나 호텔이 2박에 단돈 55달러! 이 정도면 공항놀이 하면서 + 시베리아 항공 타봤다 + 러시아 땅 밟아봤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의의가 있었을텐데 하지만 모든 게 너무 귀찮았다. 오죽하면 토요일날 오전도 "아 여행 안가서 좋네. 안그랬음 지금 짐싸고 공항으로 가느라 미친듯이 바빴을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몇년전의 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대해 강렬한 로망을 품고 있었는데 이젠 누가 돈 주고 타래도 싫다. 역시 여행은 무조건 어릴때 많이 다녀야 하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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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에너지가 다운된 탓인지 요즘 나의 출근복장도 좀 문제가 있다. 핸드백 대신 만다리나덕 백팩을 메고 구두 대신 컨버스나 슬립온을 신고 있다. 컨버스를 신고 간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TPO를 고려한 옷을 입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아침만 되면 만사가 너무 귀찮고 피곤해서 또 편한 옷과 신발과 가방에 손이 간다. 사람이 이렇게 늘어지면 안되는데. 정말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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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나는 게으르지만, 요즘들어 정말이지 모든 게 다 귀찮다.

"그래 모든 게 다 귀찮을 때도 있지, 그냥 한갓지게 쉬자"고 마음을 먹었더니 이젠 또 모든 것이 견딜 수 없이 지루하고 심심해오기 시작한다. 마치 어찌할바 모르는 사춘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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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은 그럭저럭 내 삶에 만족하고 있었는데, 너무 오래 고여 있었던 탓일까,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서일까, 나이 대비 이룬 게 없어서일까. 너무 발전없고 뻔한 내 삶이 한심하고 지루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사실 인생의 큰 고비를 만나 한번 꺽인 이후부터는 내 삶은 늘 그랬는데 새삼 오늘 내 삶이 불만족스럽게 느껴지는 건 나에겐 마약과도 같은 "여행에 대한 흥분과 기대"가 사라져버려서일 것이다. 그렇게 많지도 않은 여행을 빼고 나면 내 인생에선 남는 게 없누나. 왠지 이런 불만을 현실에서 중얼중얼 말한다면 누군가 내 등짝을 치며 "그러지 말고 술이나 한잔 하러 가자"라고 할 것 같지만 지금은 그러고 싶지도 않다는 게 문제.  

 

뭐 이러다 또 좋아지겠지... 늘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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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즐거울 때는 스스로 발전하고 있다고 느껴질 때, 무언가를 새로 배울 때, 새로운 것을 접할 때인데, 올해 들어서는 그런 순간이 거의 없었다. 이렇게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이 나를 우울하게 한다. 게다가 구상해보는 여행 일정은 세우는 족족 업무 스케쥴과 상충되어 또 답답해 죽을 것만 같고... 벌써 5월 말, 빨리 이 답보 상태가 지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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