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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via : 일상의 조각들

길을 잃다

mooncake 2016. 12. 4. 23:00


i-Dep - Rainbow



지난 8월에 다녀온 암스테르담 도서관.

서가의 책을 비추던 조명이

얼핏 보면 알전구를 켜놓은 듯 하여 참 예뻤다.



암스테르담 도서관을 보고 나와 늦은 밤, 인적 드문 어두운 길을 걸어 트램역을 찾아갔는데 

그 당시엔 오로지 깜깜하다고 생각했던 길에

오늘 여행 사진을 들여다보니 그래도 생각보다 많은 불빛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색색의 조명이 반짝거리는 강가의 술집이라던가



어두운 다리밑을 밝히고 있던 조명이라던가


한없이 어둡게 생각되는 요즘이지만

시간이 지나 들여다보면 이 시기에도 나름의 빛과 아름다움이 있었다고 생각하게 될까,

오로지 시간만이 말해줄 수 있는 문제일테다.



작년도 그렇고 올해도 그렇고, 도통 마음먹은대로 풀리는 일이 없어서 좌절=>분노=>우울의 단계를 지나고 있다.

아니 왜 꼭, 내가 가정한 최악의 일만 벌어지는 거냐고. 한두개쯤은 원하는대로 풀려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상황이 너무 답답해서 "아 짜증나! 이제 그냥 나도 내 마음대로 살테야!"를 외치며 올해안으로 회사 일을 마무리하고, 당장 내년초부터 늘 소망해왔던 장기 여행을 떠날까 고민 중인데 막상 실행에 옮기려니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일단 장기 여행은 준비할 게 많은데 나는 아무런 준비도 안되어 있는 상태고(하지만 내 평소 여행 습관을 보면 시간이 있다고 해도 준비를 제대로 할리는 없으니 일단 떠나는 게 나을 듯), 돈 걱정도 만만치 않고, 건강 문제도 걸리고, 또 결국 장기 여행을 다녀와봤자 내 상황은 달라질 것이 없고 오히려 악화될 가능성이 높으니, 이건 단지 유치한 현실도피가 아닐까 싶어 망설이는 마음. 또 고민을 계속하다보니 "내가 진짜 장기 여행을 원하는 게 맞나...?"와 같은, 몇년간의 목표와 신념을 뒤흔드는 생각마저 든다. 주변에선 좀 더 신중히 생각하라며 붙잡는 중이고, 나도 회사 그만둘 생각을 하니 여러가지로 마음이 막막하고, 하지만 내일 다시 회사 나갈 생각을 하니 일과 사람들이 지겨워서 토할 것 같고. 


가까운 곳이라도 훌쩍 다녀와야 이 마음이 달래질까,

아직까지는 사람들을 만나 억지로 밝은 척을 하지만 마음 속은 혼돈과 우울이 그득하고, 

자신만의 껍질 속으로 숨고 싶은 마음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이러면 참으로 곤란한데... 



i-Dep - Mystic Music



JS Bach English Suites BWV 806-811, Alan Curt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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