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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담 - 커피빈 모닝세트, 꿈, 의식의 흐름대로 쓴 한탄, 플레이모빌 및 온갖 잡담 본문

Trivia : 일상의 조각들

일상잡담 - 커피빈 모닝세트, 꿈, 의식의 흐름대로 쓴 한탄, 플레이모빌 및 온갖 잡담

mooncake 2016. 12. 13. 20:20

 

(1) 가끔씩 아침으로 커피빈 모닝세트를 먹는데, 늘 잉글리쉬머핀 세트로 먹다가

 

 

처음으로 햄에그 포카치아 샌드위치를 먹어봤더니 맛이 꽤 괜찮다. 다음번엔 패스트리로 먹어봐야지. 이런 사소한 변화로도 기분이 달라지는 걸 보면 그동안 너무 변화없이, 고인물처럼 지내고 있었나보다.

 

(2) 월요일 아침에 꾼 꿈.

누군가 근사한 라벤더 밭을 보여준다길래 험준한 숲(어디까지나 내 기준)을 지나는 여행을 떠났는데, 도착해보니 아름다운 보라빛 라벤더 밭 뒤쪽으론 멋진 건물과 아파트들이 여러채 있고, 심지어 작은 갤러리까지 있는 동네였다. 나름 도시이므로 다른 편한 경로로 와도 될 걸 왜 굳이 숲을 지나야 했냐는 의문을 가졌으나 어쨌든 라벤더 밭과 노을색 주홍빛 건물을 둘러싼 하늘이 근사하다고 생각하며 동네를 좀 더 돌아보려는데 알람이 울려 잠에서 깼다. 여행 가서 제대로 구경하려는 찰나 잠이 깨면 얼마나 아쉬운지...

 

몇주전엔 오아시스 재결합 기념(!!!) 내한 공연을 보러간 꿈을 꿨는데 친구랑 자리잡는다고 한참 왔다갔다하다가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려고 해서 막 두근두근거리던 도중 알람이 울려 잠이 깬적도 있다. 하루종일 얼마나 억울하던지... 현실에선 오아시스가 재결합하는 일이 절대 없을 것 같아 더욱더ㅋㅋ

 

(3) 요즘 계속 휴직 고민을 하고 있다. 결정은 빠를수록 좋다던데, 이도저도 못하고 있는 중. 올해 내내 "조만간, 곧, 세계여행을 떠나야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은 하나도 시작하지 못하고 계속 어정쩡한 상태로 지냈다. 또, 올해 중간중간 나름 즐겁게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일년을 돌이켜보니 내내 마음이 편치도 않았고, 또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목표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한해를 대차게 말아먹은 기분이 든다. 이룬 것도 없고 즐겁지도 않았다. 그래요 망했어요. 제대로 망했어요. 더 슬픈 건 몇년 내내 망하고 있...

 

(4) 플랜 A가 망했다면 빨리 플랜 B로 옮겨가야 하는데 플랜 B도 없을뿐더러 플랜 A가 망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조차 않은 것이 문제. 어린애냐...

 

(5)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올해 8월엔 네덜란드 콘세르트 헤바우에서 알렉산드르 가브릴류크가 연주하는 쇼팽 피협 2번을 들었고 올해 10월엔 예술의 전당에서 얀 리시에츠키가 연주하는 쇼핑 피협 1번을 들었다는 사실이다. 이거라도 없었으면 어쩔뻔했어...

 

(6) 슬픈 사실이지만 내 직업운은 영 꽝인가보다. 운이 없어도 너무 없어. 노력? 노오오오력? 노력은 할만큼 했다. 게다가 회사생활이 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은 모두다 알잖아. 최근 몇년은 운이 없어도 어쩌면 이렇게 없을 수 있는지. 나름 여러 자구책을 마련해봤지만 그냥 다 망했다.  

 

(7) 화가 나고 드럽고 치사해서 그냥 대차게 회사를 때려치고 싶지만 역시 문제는 돈.

 

(8) 올해 네번째 해외여행을 계속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벌써 12월 중순이 되어가고, 적당한 비행기표도 안보이고, 컨디션도 별로고... 포기해야겠지?ㅠㅠ

 

(9) 한동안 그간 나의 여행들이 돈지랄이었단 생각이 좀 들었는데 - 맨날 급여행 가느라 남들보다 비싸게 티켓 산 적이 많으므로 돈지랄이 맞긴 맞다 - 지난 주말 뉴욕과 브라이튼 여행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니 우울한 내 인생에 그나마 여행에 대한 추억이라도 있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물질적 소비를 하는 것보단 여행에 쓰는 돈이 훨씬 더 오래, 길게, 소중하게 남는다. 추억으로 산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나 늙었나?;;;)

 

(10) 많은 외국어들을 깔짝깔짝 건드려봤지만 그래도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독일어는 꽤 진지하게 습득한 편인데, 작년부터 하도 아무것도 안하고 살았더니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독일어를 죄다 까먹어버렸다. 정말 언어를 까먹는 속도란 빛의 속도보다 빠른 듯. 아무리 귀찮아도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독일어는 하루에 문장 한개씩 외우기라도 해야지, 이거 안되겠다.

 

(11) 위의 이야기와 연장선상에서, 새로운 걸 배우기는 커녕 알던 것도 까먹다니 참 슬픈 일이다. 맨날 스트레스만 잔뜩 받고, 새로운 지적 자극은 거의 없었던 결과인 듯. 나날이 쇠퇴해가는 느낌. 지금이라도 정신차리지 않으면 정말 바보가 되어버릴지도.

 

 

(12) 올해 나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은 이것으로 정했다. PLAYMOBIL 9679!!

지금은 추운 겨울, 회사에 매여있는 몸이지만 마음만은 따듯한 카리브해변가 바에서 칵테일 한잔 하며 느긋하게 뒹굴거리는 느낌으로^^

 

이미지파일 퍼오느라고 구글에 모델명으로 검색했더니 언어별로 제품이름이 조금씩 다른 게 좀 재밌다.

일단 독일어로는 Karibikinsel mit Strandbar (카리브섬과 해변 바)

(미국) 영어로는 Caribbean island with beach bar (독일어와 동일)

프랑스어로는 Île avec vacanciers (섬과 휴양객들)

 

내 눈에 띄인 외국어는 일단 이렇고 갑자기 재밌어져서 다른 언어로는 뭐라고 하나 좀더 봤더니

 

포르투갈어로는 Ilha do Caribe com praia (카리브섬과 해변)

네덜란드어로는 Vakantie-eiland met strandbar (휴양지 섬과 해변 바)

체코어로는 Karibský ostrov s barem (카리브섬과 바)

이탈리아어로는 Isola caraibica con chiringuito (카리브섬과 바)

덴마크어로는 Tropisk ø Med Juicebar (열대섬과 주스바)

그리고 영국에선 Island Juice Bar라고 이름을 붙였고

스페인어로는 Isla del Caribe con playa (카리브섬과 해변)

처음에 언어별로 제품이름이 다르다고 했지만 언어보단 각 나라 담당자 취향에 맞게 의역이 들어간 듯^^

 

대개 독일 원어 제품명 Karibikinsel mit Strandbar과 비슷하게 번역해두었으나 그 중 프랑스어 제품명의 개성이 유독 강하다. 카리브도 날려버리고 바도 날려버리고 섬과 휴양객들이라는 이름을 붙여, "사람"에 포커스를 뒀다. 뭔가 인본주의에 근간을 둔 프랑스 인문학의 영향이 어쩌고 저쩌고 이런 헛소리를 지껄여도 될 것 같음ㅋㅋ

(*참고로 mit, with, avec, com, met, con 같은 각 언어의 전치사들은 처음엔 "해변 바가 있는 카리브섬"란 식으로 써놨다가 좀 어색해서 그냥 "카리브섬과 해변 바" 형식으로 고쳤음)

 

근데 이게 뭐라고 쓸데없이 구글에서 각 나라 제품명을 검색해보고 있었지...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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