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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인간 – 무라타 사야카

mooncake 2016. 12. 21.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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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집어들게 된 편의점 인간. 올해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처음엔 잠시 훑어보려했는데 결국 앉은 자리에서 책 전부를 읽게 되었다. 쉽게 읽히는 평이한 문체에, 중편 정도의 길이라 4~50분 정도 걸린 듯.

소설의 주인공은 대학교 때부터 18년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해온 36세의 후루쿠라 게이코. 어릴때부터 다른 사람들과 어딘가 조금 달랐던 그녀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통해 삶을 영위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결혼이나 취직활동에는 관심이 없는 그녀를 주위에서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프리터족이란 말이 있을만큼 일본엔 정식으로 취업하지 않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한국이나 일본이나 기존 질서에 편입하지 않는 사람들이 좋은 취급을 받지 못하는 것은 똑같구나 싶다. 아니 오히려 소설 속에 약간의 과장은 있다쳐도 나이를 일정 기준 이상 먹었지만 결혼이나 취직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일이나 결혼을 통해 사회에 소속될 의무를 지지 않는 사회의 짐"이나 “제거되어야 할 이물질” 취급을 받는 걸 보면 한국보다 오히려 더 심하다고 느껴질 정도.

남들과 같은 틀 안에서 살 것을 강요하는 사회와 세태에 대한 강렬한 풍자를 담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책을 읽는 내내 회사를 그만두면 내가 받게 될 취급도 이것과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아 우울해지고 어떻게든 회사는 참고 다녀야하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다. 결혼도 안하고 일도 안하는 사람을 세상에서 곱게 볼리가 없지. 말로는 꿈을 쫓으라고 하고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나가라고 하지만 그것도 결국 사회에서 요구하는 일정 기준의 규범을 충족할때나 허용되는 얘기일뿐이다.

짧은 시간에 휘리릭 읽었지만 여운이 오래가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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