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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derlust

미세먼지 디스토피아 + 이런 삶에도, 의미가 있을까 본문

Trivia : 일상의 조각들

미세먼지 디스토피아 + 이런 삶에도, 의미가 있을까

mooncake 2017. 3. 21. 11:30

 

어릴 때 공상과학소설을 참 좋아했었다. 미래의 지구 또는 우주 행성에서의 삶을 그린 이야기들을 특히 좋아했다. 

 

요즘 미세먼지로 가득한 길거리를 어쩔 수 없이 걸어야만 할때마다, 어린 시절 읽었던 디스토피아 세상 속으로 들어간 기분이 든다. 어릴때 공상과학소설을 좋아했다지만, 결코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좋아하진 않았는데, 왜 현실이 되는 것은 하필이면 이런 쪽일까. 단언코, 어린 시절의 나는, 성인이 된 내가, 매일같이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고 그날의 실외활동 여부를 결정한다거나, 봄이 와도 미세먼지와 황사 탓에 하나도 반갑지 않은 삶을 살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나마 화사하고 청명한 봄을 기억이라도 할 수 있어 다행인걸까, 지금 어린아이들은 그런 봄이 있었다는 것 조차 모를테니.

 

지난해 연말 악화된 허리디스크 때문에, 초반의 심각한 방사통이 어느 정도 잡히고 난 후로는 겨울 내내 열심히 걸었다. 나에게 추위는 쥐약이지만 마스크 등의 각종 방한용품을 장착하고, 빨리 나아 재밌게 살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열심히 걸었다. 하지만 좀 따듯해지는가 싶더니 미세먼지의 공습이 시작되어 이번엔 심한 기관지염과 편도선염에 걸려버렸고, 열흘 넘게 항생제를 먹어도 차도가 없다. 비단 걷기 운동과 미세먼지 탓만은 아니고, 어릴때부터 일년의 절반은 각종 호흡기 질환에 시달려왔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새삼스레 짜증이 난다. 요 몇달, 나의 삶은 유독 더 잿빛 투성이었다. 평일엔 회사에 나와 골골거리며 돈을 벌고, 주말엔 약에 취해 계속 잠만 잔다. 이런 삶에도 의미가 있는 걸까.

 

물론 알고 있다, 비록 힘들게 버티는 것이긴 해도 회사를 다닐 수 있는 상태인 게 어디냐며,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그 정도만 해도 충분히 행복한 거라고. 과거의 많이 아팠던 내 자신이 지금 내 자신을 봐도 똑같은 말을 할 것이다. 평균보다 자주, 많이 아프다고 해서 내 삶에 즐거움이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니다. 좋은 순간들, 아름다운 추억은 분명히 있었다. 발전의 기쁨을 느낀 순간 역시 있었다. 그게 최근 몇달간 없었다고 해서, 내 삶이 온전히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은 너무 지쳤다는 기분이 든다.

 

 

13 Comments
  • 둘리토비 2017.03.21 23:19 신고 제가 읽었던 책이기도 한데,
    "퇴사학교", "퇴사의 추억", "퇴사하겠습니다" 이 책을 추천해드리고 싶군요.
    지금 mooncake님의 고민에 좋은 동행을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점에 가시면 꼭 읽어보세요~^^
  • mooncake 2017.03.23 09:35 신고 뭘 하든 건강이 제일 우선인 것 같아서... 그리고 그게 저에겐 제일 어려운 일이구요ㅠㅠ
  • lifephobia 2017.03.23 07:08 신고 아.. 뭔가 저와 비슷한 딜레마네요.
    저는 걷는 걸 참 좋아하는데, 선천적으로 기관지 천식이 있어요.
    그래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네요.
    달달한 뭔가 하나 드시면서, 힘내시길요! ^-^
  • mooncake 2017.03.23 09:36 신고 천식이 있으시군요. 저두요. 다만 저는 최근 몇년엔 천식이 심하지 않아 흡입기는 사용하지 않는데, 대신 감기랑 기관지염이 자주 걸리고 한번 걸리면 다시 천식이 도져서 고생해요ㅠㅠ
    암튼 요즘같은 심한 미세먼지, 천식 기관지염 비염 등등 호흡기계 질환 지닌 사람한텐 정말 최악인 것 같아요. 라이프포비아님도 건강관리 잘 하세요~!!
  • iamcool 2017.03.23 11:19 신고 요즘 참 공기질이 안 좋긴 하더군요. 둘레길 걷는 걸 추천해 드리고 싶네요. 그나마 산쪽으로 들어가면 공기가 좀 낫습니다.

  • mooncake 2017.03.23 13:10 신고 회사 다니며 점심시간에, 출퇴근시간에, 틈틈이 걸었는데, 몸 좀 회복되고 나면 주말에 둘레길 걷는데 집중해야겠네요.

    근데 정말 이 공기 어쩌죠?ㅠㅠ
  • 듀듀 2017.03.30 16:05 요즘 정말 공기 안좋죠 ㅠ ㅠ
    보통 사람들도 목 칼칼하고 아픈데
    문케익님 더 힘드시겠어요 ㅠ 기관지염은 조금은 나아지시고 계신건지요?
    허리통증이 나아지시니 날씨까지 말썽을 부리니.. ㅠㅜ..
    야외에서 넘 무리해서 산책하지 마시구 ㅠ
    집에서 간단히 맨손체조(??) 나 스트레칭이라도 한번 해보셔유ㅋㅋ
    가끔 유투브 동영상보고 스트레칭하면 몸이 은근 시원하더라고요^^
    요즘은 날씨가 안좋아서 봄나들이 하고싶지 않은 날씨까 ㅠㅜ;;
    가끔 우중충한 하늘보면 막 기분까지 다운되더라고요 ㅠ
    그래도 활기차게 지내야쥬!ㅋㅋ문케익님도 건강하셔야 해용~^^
  • mooncake 2017.03.31 11:52 신고 이제 많이 나아졌어요^^
    듀듀님 저 너무 우울해서 마카오로 슝 날라왔어요. 마카오도 공기는 그닥이지만ㅋㅋ
  • 듀듀 2017.03.31 16:20 역시 문케이크님 ㅎ
    여행가셨다 하시니 제가 다 신나욥 ㅋㅋ
    여행 씬나게 즐기다 오셔요♡
    재충전 제대로 하고 오시길요 히히
  • mooncake 2017.04.06 16:11 신고 몸은 녹초가 되었지만 기분전환은 확실히 되었어요. 지금은 듀듀님이 여행 중이시죠? 터키 다녀온지 얼마 안되신 것 같은데 또 벚꽃 보러 가셔서 어찌나 부러운지. 즐겁게 다녀오세용!
  • 2017.03.31 03:18 비밀댓글입니다
  • mooncake 2017.03.31 11:50 신고 안녕하세요^^
    어제 남겨주신 글 보고 너무 감사해서 눈물이핑 돌았어요. 지금 여행 중이라 긴 답글은 서울가서 다시 달께요. 따듯한 말씀 넘넘 감사합니다!! 요즘 사는 게 너무 고달팠는데 큰 힘이 되었어요^^
  • mooncake 2017.04.19 16:46 신고 안녕하세요, 제가 답글 다시 달겠다고 해놓고 너무 늦었어요. 너무 오래돼서 다시 보실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감사했다는 이야기 다시 드리고 싶어서 답글 남겨요.

    예전에 알러지 검사도 해봤고요, 알려주신 방법들, 평소에 실천하려고 노력은(ㅎㅎ) 하고 있습니다. 저도 블로그에 글 쓰지만, 답글이나 댓글 길게 쓰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시간 내서 글 길게 남겨주신 점 다시 한번 정말 감사드려요ㅎㅎ

    각종 질병과 일련의 불운들로 제 인생이 참 시시하다고 생각되는 순간이었는데, 충만한 삶을 살고 있다고 위로해주셔서 마음에 촛불이 켜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힘내서 다시 열심히 살아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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