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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의 음악들

mooncake 2020. 10. 3. 19:50

 

Kirinji - Sweet Soul

 

제사도, 가족 모임도 없어 그 어느 때보다 조용했던 이번 추석날 저녁

부모님은 안방에서 TV를 보고 계시고(아마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이었을거다ㅋ),

나 혼자 부엌 식탁에 앉아 창밖의 달을 바라보며 키린지의 노래를 듣고 있는데, 그냥... 괜찮아, 이 상태로도 나쁘지 않아, 라는 생각을 했다. 키린지의 음악은 그런 매력이 있다. 뭔가 그냥 다 괜찮아져. (하지만 음악이 끝나면 바로 현실로ㅎ)

 

레코드샵이 추석 맞이 세일을 해서, 뭐 살 게 있나 하고 둘러보는데, 조르지오 데 키리코의 그림을 연상케 하는 음반이 있어 노래를 들어봤다.  

바로 이 그림 ^^

Sneaker - Loose In The World (Full Album)

 

70년대부터 80년대 초까지 활동했던 미국 밴드인데,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Steely Dan, Eagles 그리고 The Doobie Brothers의 영향을 받았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난 첫 곡 Believe Me Tonight을 듣는 순간 밴드 시카고 Chicago 생각이 났다. 아마 70년대 말 80년대 초 특유의 소프트 락 사운드 때문이겠지. 암튼 처음 듣는 곡인데도 굉장히 친숙하다. 

 

LP 가게를 뒤지는 건 전혀 모르던 곡과 뮤지션을 알게 되는 묘미가 있다. (그건 유튜브나 스트리밍 사이트들도 마찬가지지만, 이상하게 뭔가 좀 다름) 그래서 추석 맞이 세일을 통해 LP를 질렀냐고 묻는다면... 아직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고민만 하고 있다. 원래 새 LP는 이사 후에나 사려고 했는데 요즘 내 옆의 LP 매니아가 자꾸 뽐뿌질을 넣어서 마음이 흔들리는 중ㅎㅎ

 

Antonio Carlos Jobim - Wave 1967

 

새 LP는 새 집으로 이사간 다음에!라는 기조를 세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계속 구하려던 LP가 있기는 했으니 바로 이 것. 조빔의 LP는 (+질베르뚜도) 꼭 사고 싶었는데 번번이 놓쳤다. 하... 

유튜브로 너무나 쉽게 들을 수 있고 오래전부터 CD로 수천 수만번쯤 들은 이 음반을 왜 굳이 LP로 또 갖고 싶은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LP로 들어보고 싶은 소망이 있다. 덕후란 그런 것이지.

 

Ra.D - Walkin'

 

추석 연휴 전날

평소보다 약간 늦은 퇴근길, 그래도 연휴의 시작이라 발걸음만은 가벼웠던 그 길 (어느새 4일 전이네 ㅠㅠ), 조용한 길거리에서 들었던 라디의 따끈따끈한 신곡. 무슨 노래를 들었어도 기분이 좋았겠지만, 라디의 새 노래라 더 좋았던 것 같다.

 

Ra.D - Happy Birthday

 

아무도 안궁금해하겠지만ㅋㅋ 라디 곡 중에선 이 노래를 제일 좋아해요.

 

Jan Lisiecki / Krzysztof Penderecki : F. Chopin, Piano Concerto No.1

 

추석과는 관계없지만 살짝 끼워 넣는, 얀 리시에츠키. 원래 올리려던 영상은 이게 아니었다. 작년에 발매된 얀 리시에츠키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 1악장을 올리려고 했는데, 유독 그 영상만 티스토리 유튜브 플러그인에서 자꾸 오류가 나서 포기. 일단 베토벤 피협부터 얘기해보자면 언제였지, 한 1~2주 전쯤 이걸 틀어놓고 잠을 청하는데 유독 소리가 너무너무 좋아서 매우 행복했다. 녹진녹진하게 귀에 감겨드는 느낌, 피아노 소리가 유독 더 진주알처럼 매끄럽게 느껴지는 그런 밤이었다.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왜 밤이 되면 음악 소리가 더 좋은 걸까? 그래서 늦잠을 자고 다음날 출근해서 후회를 하곤 하지.

 

위의 영상은 2016.10.29에 갔었던 얀 리시에츠키의 공연 영상이다. 갑자기 추위가 찾아와, 그 날 입고 나간 도톰한 베이지색 트렌치코트가 엄청 추웠다. 혹시 공연 끝나고 싸인회가 있을까 싶어 얀 리시에츠키의 씨디를 주섬 주섬 챙겨갔는데 싸인회가 없어서 사아알짝 아쉬워했던 기억이 난다. 공연의 여운이 쉽게 가라앉지 앉아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예당 로비에 앉아 20분 정도 멍 때리다가 대학로로 이동해 선배와 연극을 보고 떡볶이를 먹었다. 연극은 참 재미가 없었다. 그게 벌써 햇수로는 5년 전의 일이다. 이때만 해도 매년 얀 리시에츠키의 공연을 볼 수 있을 줄 알았지. (얀이 내한공연 안 오는 해는 내가 찾아가려고ㅎ) 아무리 생각해도 작년 9월 얀 리시에츠키의 교토 공연을 포기한 게 너무 후회된다. 임시집으로의 이사를 앞두고 있어 정신도 없었고 태풍도 오고 무엇보다 일본 불매 운동 중이라 일본 여행이 꺼려졌는데, 코로나 시국이 되니깐 아 그런 거 몰라, 마음에 걸리더라도 다녀왔어야 해!라는 마음이 든다 ㅠㅠㅠㅠ

 

Víkingur Ólafsson - Rameau: Musette en rondeau 

 

비킹구르 올라프손이 연주한 라모의 곡들도 참 좋다. 조용한 밤에 불 꺼놓고 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영혼이 편안해지는 기분이 든다. 

 

Laurindo Almeida - Claire de Lune Samba

 

가을 되니깐 생각나서 오랜만에 들었다. 로린두 아우메이다가 (예전엔 로린도 알메이다라고 했지만 포르투갈어 배웠으니 제대로 써봄ㅎ) 연주하는 드뷔시의 달빛. 

 

Laurindo Almeida - Wave

 

로린두 아우메이다가 연주하는 조빔의 웨이브도 물론, 너무 좋다.

 

Laurindo Almeida - Dingue Li Bangue

 

근데 평소에 제일 자주 생각나는 로린두 아우메이다의 연주는 이거다. Claire de Lune Samba를 듣기 위해 이 음반( Chamber Jazz)을 샀는데 Dingue Li Bangue가 제일 첫 곡이라 그런지 귀에 확 박혀 버림. 

 

예성 - Splash

 

마무리는 신나는 곡 2곡으로. (음악 관련 글을 쓸때마다 늘 생각하지만 과연 여기까지 음악을 듣거나 적어도 텍스트만이라도 읽어주시는 분이 있을까? 단 한분이라도 있다면, 정말 감사합니다ㅎㅎ) 

 

Earth, Wind & Fire - Sing A Song

 

어스 윈드 앤 파이어의 셉템버를 듣지 않았는데 9월이 지나버렸다는 사실에 망연자실. 아니 벌써 10월이라뇨... 여튼간에 남은 3개월이라도 의미있게 신나게 잘 지내보고 싶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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