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lust
스타벅스 미드나잇 베르가못 콜드브루, 커피빈 폴딩 밀크박스, 앤틱 찻잔, 발뮤다 더 스피커 고민 본문
3월 16일은 스타벅스와 커피빈 MD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꽤 바쁜 날이었을 거다. 두 브랜드에서 동시에 벚꽃 & 봄 신제품이 출시되는 날이었거든. 나로 말하자면 굳이 아침 일찍 서둘러 매장에 가볼 생각은 없었으나. 외부에서 일을 마치고 근처에서 일하는 친구를 잠시 만나기로 했을 때, 친구가 오기 전 막간의 시간을 이용해 혹시 벚꽃 우산이 남아 있는지 스타벅스에 들려보긴 했다. 하지만 역시나 없었다ㅎㅎ
대신 새로 나온 시즌 음료, 미드나잇 베르가못 콜드브루를 마셨다.
이름(미드나잇, 베르가못!)이나 비주얼(보라색 매니아)이나 내 취향을 빼다 박은 것 같더라니, 몇년간 나온 스타벅스 시즌 음료 중 제일 맛있었다. 대만족! 근데 나중에 보니깐 이 음료, 호불호가 엄청 갈림;;
친구와 헤어지고 집에 가는 길엔 커피빈에 들렸다. 이 날 출시된 커피빈 밀크 폴딩박스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재고가 남아 있을지 확실하지도 않은데, 커피빈으로 가는 동안 폴딩박스를 살까말까 계속 고민했다. 어떻게 보면 예쁘고, 어떻게 보면 초록색 플라스틱 우유 상자가 연상되어 별로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캠핑도 안다니면서 대체 왜 캠핑템이 갖고 싶냐 이 말이다.
커피빈에 도착했더니 민트그레이는 품절이고 인디핑크만 남아 있었다. 두 색상 중 뭘 살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인디핑크만 남아 있는 걸 보고 오히려 안도했다ㅋ
아아메와 폴딩박스를 주문하고 커피를 기다리는 사이, 이 날 같이 출시된 상품들을 구경했다. 핑크색 유리컵이 마음에 들었지만 참았다.
머들러를 좋아해서 이것도 사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리하여 폴딩박스를 제외한 모든 유혹을 이겨낸 후, 폴딩박스 가방을 마주하고 앉아 승리의 아아메를 마셨다.
집으로 복귀.
좀 안어울리지만, 2층 거실 피아노 옆에서 캠핑템을 조합해 봄.
* 우드캠핑의자는 작년 12월 초에 우연히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한 건데, 아직 2층 거실에 둘 안락의자를 결정하지 못해서 임시로 사용 중이다. 이것도 나쁘진 않지만, 이러다가 영원히 안락의자는 못사는 거 아니야?라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중. (작년 12월 말 이사 후 산 가구들은 전부 "임시" 가구들 뿐이다. 지누스 침대프레임도 그렇구 드레스룸에 둔 이케아 접이식 의자에, 커피빈 폴딩박스는 임시 침대 옆 임시 협탁으로 사용 중. 인테리어가 마무리 되지 않고 멈춰져 있는 탓도 있지만 결정장애 탓도 크다. 물건을 신중하게 들이려는 태도 자체는 좋은 건데 요즘은 그게 너무 지나쳐서 스스로를 괴롭히는 듯)
커피빈 폴딩박스는 나무 상판이 제법 튼튼하고 견고해서 마음에 든다. 그 위에는 나고야 주류 상점에서 개당 300원 주고 사온 삿포로 맥주잔을 올려보았다. 맥주잔이지만 맥주보다는 왠지 여름에 보리차나 오렌지주스를 따라 마시는 게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의 유리잔이다. (오렌지주스도 진짜 오렌지주스보다는 Tang같은 가루 주스가 더 잘 맞을 것 같다ㅎㅎ 정작 가루 주스는 마셔보지도 못했는데 말이지^^)
자리를 옮겨서 한장 더 찍어봄.
이때쯤(3월) 네이버 뮤직앱 바이브Vibe에서 발뮤다 더 스피커 행사를 하고 있어서 열흘 넘게 고민 중이었는데, 캠핑의자에 캠핑폴딩박스까지 마련했으니 오! 발뮤다 스피커도 질러야겠군!!! 이라고 생각하고 바이브 앱에 접속했으나 행사는 끝나 있어서 실망. (전날까지도 행사 중이었는데, 타이밍 참ㅋㅋ)
그치만 그 뒤로도 네이버 npay에서 발뮤다 할인+케이스 증정 이벤트가 있었고 그 뒤에 또 바이브 x 발뮤다 앵콜 이벤트가 있었으나 아직도 못질렀다는 것이 함정이다.
정상가 449,000원이니까 바이브에서 하는 행사가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기는 한데, 발뮤다 스피커 음질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지 않아서 구입을 망설이고 있다. 발뮤다라는 브랜드 특성상 대단한 음질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음질이 별로라고 할 때 이게 45만원짜리 스피커치고는 별로다 - 인지 그냥 아예 별로다 - 인지 전혀 감이 오지 않기 떄문이다. 스피커 음질에 대해서 많이 민감한 편은 아니지만 일정 기준 이하의 스피커는 안듣느니만 못하기 때문에.
여튼 발뮤다 스피커를 침실용으로 쓰구, 휴대성이 좋으니 가끔은 다락층에 들고 올라가서 써도 괜찮을 것 같긴 하지만 고민하는 사이 앵콜 행사도 끝나버렸음;;;
그리고 마지막은.... 도대체 이 포스팅이 왜 "찻잔과 오래된 물건" 카테고리에 있는지에 대한 이유^^
커피빈 폴딩박스 위에 삿뽀로 유리잔 놓구 사진 찍다가 뭔가 마음에 안들어서 OSCAR SCHALLER & Co의 찻잔을 놓고 찍어봤다. 백년 넘은 앤틱 찻잔이다. 폴딩박스랑 정말 안어울리는 아이템이지만, 이거야, 이게 내 스타일이지! 하면서 혼자 즐거워했다. 캠핑장에 가서도 커피는 도자기 찻잔에 마시겠어!라는 말도 안되는 갬성ㅎㅎ
대충 찍은 사진 한장이지만 나에 대해 많은 것을 나타내는 사진이다.
이사온 날부터 지금까지 구석에 쌓여 있는 악보와 책들 ▷ 정리 못함, 게으름
피아노와 첼로(검정 케이스 안에 들어 있음), 옛날 찻잔 ▷ 나의 취향과 취미들
피아노 의자 위의 낡은 악보들 ▷ 옛날 물건 잘 못버림, 과거에 머물러 있음
안락의자 대신 "몇달째 임시로" 쓰고 있는 캠핑의자 ▷ 결정장애
딱히 취향 아닌데도 남들이 우르르 사길래 따라 산 폴딩박스 ▷ 귀가 얇음
ㅎㅎㅎㅎ
이렇게 써놓고 보니깐 참 결점 투성이 인간이다. 그리고 왜 물건 리뷰 쓰다가 이 밤중에 자아비판 모드가 된 걸까 이러니깐 우울하지;;;
여튼간에 마무리는 그릇 자랑으로! 최근 몇년간은 이사다 집짓는다 뭐다 정신없어서 그릇을 거의 안샀는데 그래도 예전에 사둔 그릇 보면 그렇게 뿌듯하구 좋다. 워낙 게으른데 물건 욕심은 많아서 넘쳐나는 물건 간수하느라 삶이 고달픈데 그래도 또 적지 않은 즐거움을 주기두 하구... 바로 이 찻잔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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