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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낙 밀크글래스 에스프레소잔과 숭례문 수입상가 본문

찻잔과 오래된 물건

루미낙 밀크글래스 에스프레소잔과 숭례문 수입상가

mooncake 2021. 5. 10. 00:30

 

 

며칠전, 회현역 쪽에 볼일이 있어서 갔다가 날씨도 좋고 해서 남대문 시장을 가로질렀다. 남대문 시장의 반대쪽 끝에는 숭례문 수입상가가 있다. 근 십여년 만의 방문일 정도로 오랜만에 갔지만, 사실은 어릴 때부터 엄마가 숭례문 수입상가에서 외국 그릇을 종종 구입하셨기 때문에 나에겐 꽤 친숙한 장소. 나도 엄마를 따라다니며 이곳에서 미니어쳐도 샀고, 장난감도 샀고, 엄마가 물감이나 베롤Berol의 120색 색연필을 사준 곳도 이곳이었고, 또 니콘 똑딱이 디카도 여기에서 샀고, 따져보면 내 어린 시절의 취미생활과 연관이 참 많은 곳이다 :) 

  

 

 

오랜만에 간 숭례문 수입상가는 여전했다. 좁은 통로며 빼곡히 들어찬 물건들. 오랜 추억이 되살아나는 장소다. 그런데 역시나 전통시장 (수입상가를 전통시장이라 말하니 뭔가 좀 이상하긴 하지만 남대문 시장이니까ㅎ) 쇼핑은 나랑 잘 맞지 않는다는 걸 새삼 느낀 방문이기도 했다.

 

일단 물건을 구경하는 자체가 눈치 보이고 가격도 일일이 물어봐야 하니 피곤하다. 특히나 그릇은 나에게 가격 탄력성이 매우 높은 재화이기 때문에...  

 

 

 

추억여행 삼아 한바퀴만 둘러보고 나오려다가, 한 가게의 커피잔들이 내 눈길을 사로 잡았다. 사진 아래쪽 로고가 새겨진 에스프레소잔들도 마음에 들었구 사진 중간, 오른쪽 끝의 밀크글래스 에스프레소잔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근데 커피잔 하나 사는데 사장님이 뭔가 말씀도 많고 훈계도 많으시다. 커피잔 한 개만 사는 사람은 처음 본다는 둥(저는 이런 얘기를 처음 듣습니다ㅋㅋ), 프랑스 제품이라 비싼건데 밑지고 판다는 둥(아직도 지금이 8~90년대인 줄 아시나보다ㅠㅠ), 여긴 원래 도매시장이라 소매는 취급 안한다는 둥... (사장님 그러면 제가 애기때부터 엄마 따라다니며 산 물건들은 다 뭐죠) 아무튼 좀 피곤했다. 

 

그래도 루미낙 커피잔은 마음에 든다 ^-^

 

 

 

루미낙 밀크글래스 에스프레소잔!!!! 

아무 장식도 없는 이 평범한 커피잔이 뭐가 좋아요?라고 누군가 물으신다면, 글쎄요 모르겠어요 그냥 좋아요.

일단 밀크글래스 처돌이라 그런 것 같고,

호텔이나 카페에서 쓸법한 식기를 좋아하는 취향 탓도 있는 듯^^ (카네수즈나 시라쿠스 미국 같은) 

 

 

아주 평범하고 기본적인 형태지만, 사진으로는 다 표현되지 않는 특유의 질감이 있고 그게 아주 마음에 든다. 밀크 글래스도 어떤 건 유리 느낌이 더 많이 나고 어떤 건 도자기 느낌이 더 많이 나는데 이건 후자에 속한다. 

 

 

 

일반적인 커피잔들과 비교하면 사이즈는 이 정도. (로얄 알버트 문라이트 로즈 & 젤트만 바이덴 차이나 블라우)

 

 

 

젤트만 바이덴 차이나 블라우와의 사이즈 비교샷 한장 더 ^^

벨기에 벼룩시장에서 사온 찻잔인데 그때가 너무 그립다 흑흑... 

 

 

 

같은 회사(ARC) 아코팔의 스카니아Scania와도 비교해 봄. 저 스카니아는 예전에 소서 없는 버젼을 사놓고 여태 후회 중. 같은 찻잔인데 소서 있는 게 훨씬 예쁨!!! 빈티지 찻잔이라 소서만 따로 구하는 것도 어렵고, 그렇다고 소서 있는 똑같은 찻잔을 또 사기도 좀 그렇고... 애매함

 

 

 

커피도 담아서 마셔보았움! 커피에 곁들일 까까가 어쩐 일로 똑 떨어져서, 아쉬운대로 부엌 서랍에 굴러다니던 가나 초콜렛이라도 가져와 그릇에 담아 봄. 원랜 초콜릿 판 모양대로 곱게 잘라 담으려 했는데 그마저도 내 마음처럼 깔끔하게 부러지지 않아 포기하고 대충 담았다 ㅠ.ㅠ 해서 어설픈 티타임이지만 맛있고 즐거웠다. 그거면 됐지 뭐 ^^ 

 

PS 그릇 가게 사장님이 내 에스프레소잔을 처음엔 루미낙이라고 하다가 그 다음엔 코닝이라고 해서 ?? 했는데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그릇 뒷면엔 ARC France라고 써있음. (프랑스 ARC에 아코팔Arcopal 루미낙Luminarc 다 포함되므로 루미낙이 맞음.) 대체 미국 코닝Corning은 왜 같이 소환된건지 영 궁금한 1인... 혹시라도 아코팔이 미국 코닝에 지분투자, 기술전수, 합병 같은 거라도 했나?해서 검색해봤지만 그냥 말 실수이신 것 같다. 아님 밀크글래스 류의 그릇을 코닝이라고 표현하신 것두 같구.  

 

PPS 갑자기 생각났는데 밀크글래스 처돌이라고 했지만 제작년 우리집 지하실에서 발굴된 박스 하나 분량의 밀크글래스를 통째로 처분한 흑역사가 있음. 그땐 내가 너무 여유가 없었음. 슬퍼지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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