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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꽃, 코로나19 여담 본문

Trivia : 일상의 조각들

봄날의 꽃, 코로나19 여담

mooncake 2022. 3. 29. 11:30

어제 병원에 다녀오다가 꽃을 샀다. 바깥에 진열된 꽃들이 예뻐서 잠시 바라봤는데, 꽃집 사장님이 밖으로 나와 적극적으로 영업하시는 바람에 얼결에 카네이션을 샀다. 1대에 2천원, 총 6천원. 내 손으로 집에 놓을 꽃을 사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고등학교 때 학교 앞에 가끔씩 오던 꽃트럭에서 안개꽃이나 노란 프리지아를 산 게 마지막이지 싶다.
꽃은 정말 예쁘지만, 꽃이 시드는 게 싫고, 시든 꽃을 버리는 것도 싫어서, 꽃 선물을 받을때마다 즐거움과 난감함이 교차하곤 한다. 남자친구에게 받은 꽃다발 버리기 싫어서 여기저기 달아놓고 말렸다가 벌레가 번식했을 때의 충격이란.

예전에, 아마도 거의 10년 전쯤에, 누군가 여행을 가면 여행지에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꽃을 사다가 호텔방에 꽃아놓는 거라는 글을 읽고 신기해 했었다. 나는 여행을 가면 항상 하고 싶은 일들로 마음이 조급해서 호텔방에 꽃꽃이를 해놓을 정신적, 시간적 여유 따위는 1도 없기 때문이다. 사실 여행지가 아닌 집에서도, 주기적으로 생화를 사다가 꽂아놓는다는 것은 상당한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꽃 구독 서비스가 생겨서 예전보다는 간편하게 생화를 즐길 수 있게 되기는 했지만.

전지가위가 어디 있는지 몰라서 대충 부엌가위로 잘라 유리병에 꽃을 나눠 담았다. 원래 초록색 병에 세 줄기 모두 꽃으려고 했는데, 실수로 하나를 잘못 자르는 바람에 하나는 좀 더 작은 사이즈 투명 유리병에 담았다. 초록색 병은 아래층 거실 테이블에, 투명 병은 위층 침실 작은 창 앞에 놓았다. 꽃 6천원 어치로 기분이 화사해졌다 : )

 

 


코로나 증상 발현 후 26일째.
아직도 목이 아프다. 돌았나봐 진짜ㅋㅋㅋㅋ 두통, 기침, 가래, 가슴 통증 모두 지속되고 있는 데 그래도 다행인 건 차차 나아지고 있다는 것.
자잘하게 몸이 아픈 것 보다 더 큰 문제는 기력도 의욕도 없다는 점이다.
일도 하기 싫고 공부도 하기 싫다. 휴직하고 싶은데 주담대 원리금 상환해야 해서 휴직 못함^-^
예전에도 엄청나게 의욕 넘치는 직장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월급 받는 만큼, 본인에게 주어진 의무와 책임은 다 했는데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다는 게 문제다.
몸 보다는 마음이 더 문제가 아닐까 생각도 해봤는데, 일만 하기 싫은 게 아니라 놀 의욕과 기운도 없는 걸 보면, 기력 소진으로 인한 탓이 확실히 더 큰 것 같긴 하다. 한달을 통으로 날렸으니, 밀린 일들이 한두가지가 아닌데, 난감하다.

 


코로나가 다른 감기나 독감보다 더 힘들었던 건, 단지 증상이 더 심해서가 아니라(이건 사람마다 다 다르지만 나는 열이 39.5도까지 올라가서 안떨어졌고 4주 가까이 고생 중이니…) 신경써야 하는 일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감기나 독감에 걸리면 병원 다녀와서 약 먹고 앓아눕기만 하면 되는데, 코로나는 어디서 검사 받을지 고민해야 하고, 병원 비대면진료 받기 위해서 전화를 수백통 해야되고, 또 가족에게 전염시키면 안되니 엄청나게 신경이 쓰이고 보살핌을 받기도 어렵다. 음식도 일회용기 사용할 만한 것, 음식쓰레기 거의 나오지 않는 걸로 먹으려고 노력했고. 첫 주에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구 두번째 주가 되니 방과 화장실을 치우기는 해야 되는데 기력이 없어서 간신히 청소했다. 몸 아픈데 청소까지 해야 하니 정말 힘들더라. 한 번 걸렸다고 다른 변이가 안걸리는 건 아니니 우울하고 심란하다.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 감염이면 좋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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