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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잡담 - 스탑워치 카운트업, 독서대, 드레스룸 공부방 본문
회사 커리어와 관련된, 길고 힘든 공부를 시작했다. 코시국이 아니였다면 절대 안했을 공부다. 평상시라면 회사 다니며 틈틈이 여행 다니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바쁘고, 회사 생활보다는 매일매일의 행복이 훨씬 더 중요하니까. 그러나 개인적인 상황과 코로나19가 겹치면서 그 어느때보다도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게 되었고 결국 삶에 목적성과 목표를 부여하기 위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으나(+물론 그 외, 몇개의 자잘한 이유들이 더 있다) 잘한 짓인지는 모르겠다. 성과를 내는 게 바늘구멍 수준으로 어렵고, 정작 공부를 그리 열심히 하고 있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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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진짜 집중해서 공부하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 것 같길래 스탑워치를 사서 카운트 업 기능으로 순 공부 시간을 측정해봤다.
그 결과는 생각보다 더 처참. 토요일 하루종일 순 공부시간은 달랑 2시간 4분. 스스로에게 거하게 팩트폭력 당함. 이 정도 해놓고 공부하느라 스트레스 받는다고 하면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흑흑…
이런 집중력을 가지고 지금까지 용케 잘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학생일 때는 순공부시간을 재본 적이 없어서 지금보다는 좀 더 집중해서 했을 수는 있지만, 스스로 ADHD를 의심할 정도로 산만하고 딴 생각이 많고 딴 짓을 많이 하는 성향은 늘 같았으니깐. 그리고 호흡이 긴 공부를 해 본 적도 없다. 늘 놀다가 당일치기로 위기를 모면했을 뿐. 수능 공부도 딱 백일 전부터 시작했고.
그래서, 이쯤에서 공부를 접는다고 해도 그간 공부한 시간이 억울하진 않을 것 같다. 공부시간 측정을 통해 새삼 내가 얼마나 딴짓(나름 의미있는 딴짓이 아닌, 의미없이 흘려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을 많이 하는지, 시간을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쓰는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낭비해온 나의 잠재력에게 애도를 표함.
*아니 근데, 공부할 땐 2분 3분이 그리 더딘데 딴 짓 할 땐 빛의 속도로 몇 시간이 지나간다. 가는 세월을 붙잡고 싶으면 계속 공부를 하면 되나? 하지만 그러면 그저 길고 괴로운 인생이 되겠지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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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시간이 길진 않지만, 그래도 목디스크가 도지기 전에 독서대는 사야할 것 같다. 나는 독서대를 좋아해 본 적이 없다. 어쩌다보니 몇개 갖고 있기는 했지만 제대로 써본 적도 없고, 물건을 잘 못버리는 내가 대학원 졸업 하면서 미련없이 버린 게 독서대일 정도로, 단순히 내 소지품으로서만 안좋아하는 게 아니라 도서관이나 연구실에 놓인 타인의 나무 독서대를 봐도 가슴이 답답해지곤 했다. 이유가 뭘까 생각해봤는데 도서관까지 독서대를 들고 다니며 공부하는 사람들은 대개 공부를 굉장히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고,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공부하지 않는 자신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아서였을까? 그냥 단지 나무 독서대의 다자인이 내 미감과 맞지 않아서일 수도 있지만ㅋㅋ 아무튼 지금도 나무 독서대를 보면 답답한 기분이 든다. 독서대를 사려고 검색해봤더니 시간이 그렇게 오래 지났는데도 저렴한 가격의 독서대들은 디자인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 아니 도대체 왜?라고 외치며 좀 더 찾아보니까 투명 소재를 쓴 것은 좀 낫다. 그치만 안좋아하는 아이템에 또 돈을 써야만 하다니, 뭔가 억울한 기분이.
*허리가 아프니깐 누워서 책(과 태블릿)을 볼 수 있는 거치대가 사고 싶은데 부피가 적지 않고 미관을 해친다는 것이 문제. 그래도 건강이 우선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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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내 책상은 거실에 있는데, 부모님이 아래층 거실에서 TV를 보시면 그 소리가 내 거실까지 다 올라오기 때문에 고민하다가 접이식 책상을 샀다! 사진은 거실에서 찍었지만 지금 이 접이식 책상은 드레스룸에 있다. 제일 조용하고 아늑한 곳이 드레스룸이라서 공부는 주로 드레스룸에서 한다. 가벼워서 옮겨 다니기도 편하기 때문에 재택 근무를 하는 날엔 거실 책상 옆으로 옮겨서 ㄱ자 형태로 놓고 일을 하기도 하고… 고정된 장소에서 지루함을 자주 느끼는 나에게 딱. 다만 단점이 있다면 노트북을 쓰거나 책을 읽을땐 괜찮은데 글을 쓰면 좀 흔들린다. 그래도 3만원 정도 주고 샀는데 디자인도 괜찮고 다용도로 활용 가능해서 마음에 듬. (플레이모빌 조립할 때도 유용할 것 같아 심지어 하나 더 살까 생각 중!)
*드레스룸은 사선 벽면이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사실 여기는 골조가 완성되었을 때부터 사선 벽면 고정창 앞에 책상을 놓고 싶다고 생각했었으나… 결국은 벽면 형태에 맞춘 서랍장이 설치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서랍장 앞에 접이식 책상을 두고 사용 중인데, 이 곳에 앉아 있으면 창으로 보이는 하늘이 주는 개방감과 동시에 사선 벽면 공간이 주는 아늑함이 참 좋다. 드레스룸을 다른 곳에 만들 수 있었다면 이 공간은 작은 서재 공간으로 완벽했을텐데, 아쉽다. 한편, 현재의 드레스룸을 침실로 쓸까…도 고민을 좀 했었다. 역시 사선 벽면이 주는 특유의 느낌이 있어서 침실로도 좋았을텐데, (제대로 책임지지도 않을 건축사의 의견을 참고하다가) 이도 저도 아닌 선택이 되어버렸군. 그렇다고 지금 와서 배치를 바꾸기엔 이미 드레스룸에 붙박이 가구들이 설치되어 있어서 쉽지 않고…
무기력과 행복하지 않은 기분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게 공부라니 과거의 내가 보면 기가 찰 일이다ㅋㅋ 좋은 선택이었는지 아닌지는 결과가 말해주겠지. 열심히 하다보면 좋은 날이 오리라 믿으며…
Kimura Kaera - Buttefly
새해니까 모쪼록 밝은 마음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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