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wanderlust

코로나19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본문

Trivia : 일상의 조각들

코로나19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mooncake 2022. 3. 24. 15:00

(1) 진단

3월 4일 금요일 오전 즈음부터 목이 아프기 시작. 그러나 미세먼지가 심해서 목이 아픈 줄 알았다 ㅠ.ㅠ 2월에도 목이 아프고 열이 나서 코로나인 줄 알았다가 아니였던 적이 있기도 하고. 하지만 금요일 저녁부터 열과 함께 심한 두통이 시작되었고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세트아미노펜을 먹고 일찍 누웠지만 밤새 아파서 잠을 설치고 다음날 아침에 체온을 측정했더니 39.5도. 자가진단키트를 해봤더니 희미하게 두 줄이 비친다. SHIT. 토요일이라 선별검사소가 많지 않고,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어 2시간씩 줄서서 기다려야 한다는 게 문제였다. 이때만 해도 병원 신속항원검사는 확진 인정이 되지 않고, 꼭 PCR검사를 받아야 하던 때였다. 

고열의 상태로 PCR 검사를 받으러 갈 엄두가 나지 않아, 일단 집 근처 병원에 가서 약처방이라도 받을 생각에 주섬주섬 옷을 꿰어 입고 갔더니 다행히도 그곳이 PCR검사를 해주는 병원이었다! 두줄 나온 자가진단키트를 보여주니 바로 PCR 검사를 받고 약을 처방받아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2) 경과

진단 검사를 받은 당일 밤 늦게 병원에서 PCR 검사 결과 양성이라는 문자는 받았으나, 보건소에서는 며칠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고,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어도 4일 넘게 39도가 넘는 고열이 지속되었다. 병원에선 너무 오래 열이 내리지 않으니 위험하다며 보건소를 통해 입원하라 하였으나, 확진자가 폭증하는 탓인지 보건소에서는 연락이 없고, 전화 연결도 되지 않았다. 

병원 약 처방을 받기 쉽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였다. 통화가 되지 않아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없어 결국 어머니가 두 번이나 직접 병원에 찾아가서 약을 받아와야만 했는데, 내가 만약 혼자 살고 있었다면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갔을지 모르겠다. 고열과 각종 증상으로 힘든 와중에 병원과 보건소에 전화 수십번 하는 거... 정말 못할 짓이었다. "아픈 데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은 난생 처음 겪어보는 일이니까, 정말 난감하고 힘들더라. 

 

(3) 증상과 후유증

- 보통 오미크론에 걸리면 성인은 열이 잘 나지 않고, 증상이 아주 심하지 않거나 오래 가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 듯 한데, 나는 열이 많이 났고, 목은 칼날을 넣고 있는 듯이 아팠고, 중간의 일주일 정도는 아예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으며, 두통 기침 콧물 가래 모두 심했고,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설사 증상도 있었다. 주변 사람들을 보면 보통 일주일 정도면 털고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 듯 한데 나는 몸이 너무 안좋아서 꼬박 2주를 병가 내고 쉬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컨디션이 좋지 않다.

- 또, 후각을 완전히 상실했었다. 언제부터 후각이 사라진 건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어느 순간 내가 아무런 냄새도 맡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멘붕에 빠졌다. 냄새를 잘 못맡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후각 기능 자체가 삭제되어버린 느낌이었다! 그래도 미약하게 향수 냄새가 느껴지기 시작한 것은 3월 15일 저녁의 일로, 코로나 증상 발현일로부터 11일 정도 지난 다음이니까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뒤로 후각은 차차 돌아와서, 지금은 원래 후각의 80% 정도는 회복한 것 같다. 

- 오늘이 증상 발현일로부터 3주 경과 시점인데 차차 나아지고는 있으나 여전히 기운이 없고, 목도 아프고, 기침도 있고, 두통도 있고, 가슴도 답답하다. 산소포화도는 일단 정상 범위이니 나아지겠거니...하고 기다리는 중. 

- 예전에 부정맥이 있었고 주요 증상은 빈맥이었다. 증상이 심했던 시기에는 베타차단제를 복용했고 다행히 최근 몇년간은 큰 문제가 없었는데 이번에 코로나를 앓으면서 다시 가슴 답답함과 가슴 두근거림이 심해져서 또 빈맥이 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써보니까 빈맥이 아니라 오히려 서맥이었다!!!! 난 원래도 맥박이 좀 빠른 편이라 맥박이 50, 54 이렇게 찍히는 건 처음 봤다. 서맥도 가슴 두근거림을 느끼게 한다는 것은 처음 알았넹(...) 기운 좀 차리면 조만간 심장내과 진료 받으러 가야겠구나 생각했는데 다행히 최근엔 다시 60 이상의 맥박을 회복했다. 

- 입맛이 계속 없다. 정말 여간하면 입맛이 떨어지지 않는 사람이 난데 말이다ㅋㅋㅋㅋ 근데 2주간 잘 못먹은 것에 비해선 살이 2kg 밖에 안빠져서 살짝 억울하다. 계속 누워만 있고 입맛 없다는 핑계로 젤리 초콜렛 과자 같은 거나 먹은 탓이겠지.

 

(4) 그 외

- 도대체 어디서 감염이 된 건지 모르겠다. 물론 확진자 폭증으로 인해 이젠 언제 걸려도 이상하지 않다는 말을 내뱉던 시점이긴 했지만, 그 어느때보다도 더 조심하고 집에만 있었는데 말이다. 핵아싸 집순이모드로 지내고 있었는데 코로나에 걸리다니 정말 억울함ㅋㅋ 그리고 인후통과 발열이 나타난 건 3월 4일 금요일이지만 생각해보면 3월 2일 수요일부터 입맛이 없었고 "이해할 수 없을 만큼 피곤"했는데 이미 이때 감염이 되었던 것 같다. 

- 빨리 3차 접종하지 않은 걸 후회 중. 3차 맞고도 돌파감염되는 사람들은 많지만, 이렇게까지 아프지는 않았을 것 같아서. 원래는 오늘이 3차 접종예약일이었다는 사실 ㅠ.ㅠ

- 엄청 아프기도 했지만 또다른 스트레스는 부모님에게 옮길까봐 두려웠다는 것. 엄마는 3차 접종까지 완료하셨지만 아빠가 건강 문제로 1차 접종만 하신 상태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이 한 집에 살면 결국 다 감염되더라...라는 얘기를 해서 정말 엄청 걱정했는데 다행히 부모님 모두 무사하시다. 그래도 집이 이층이라, 한 층에 사는 것보단 나은 환경이었던 것 같다. 물론 이층으로 나뉘어 있다고는 해도 내부 계단도 있고 1,2층 거실 사이에도 뚫린 공간이 있어서 공기가 다 통하기 때문에 절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화장실 갈 때 외에는 방 밖으로 나가지 않고, 식기도 가급적 일회용 제품을 쓰고, 아픈 와중에도 자주 환기하려고 노력한 게 도움이 됐던 것 같다. 

- 확진 후 3주째 고생하고 있는 건 그리 놀랍지는 않다. (disappointed but not surprised) 원래도 감기나 독감에 걸려도 남들보다 심하게, 오래 앓는 편이었고 중이염, 급성부비동염, 기관지염, 폐렴같은 합병증도 자주 앓았다. 그 덕에 어릴때부터 하도 항생제를 먹어서 항생제 내성도 심하다(그래서 핸드폰에 항생제 내성 검사결과지를 저장해서 갖고 다닌다. 내성 있는 항생제 처방은 피해야 하고 아직 내성이 생기지 않은 항생제라 하더라도 나중을 위해 가급적이면 먹지 말아야 하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아파야 하는지, 남들은 열은 거의 안난다는데 왜 나만 유독 고열에 시달린건지 엄청 억울하다. 역시 인생은 불공평하다. 아무튼 건강, 체력 문제가 늘 내 인생의 걸림돌이다. 튼튼하기만 했어도 훨씬 좋은 인생을 살고 있었겠지. 그래도 지금보다 더 나빴을 수도 있으니 너무 불평하지는 말아야겠지 ㅠㅠㅠㅠ 

- 원래 하고 있던 공부도 올스탑 상태. 한달을 통째로 날렸다. 그뿐인가. 핑계일지도 모르지만 코로나를 앓으면 회백질이 쪼그라든다는 연구결과도 있고, 고열에 오래 노출된 것도 마음에 걸린다. 공부 스케쥴에 큰 지장이 생겼고 머리도 나빠졌을 가능성이 있으니 공부를 포기해버리고 싶어졌다. 간만에 생겼던 의욕을 간신히 멱살 잡고 끌고 가고 있었는데 하필 코로나에 걸렸다. 이 모든 건 공부하기 싫은 핑계일까 ㅋㅋ  

- 원래 이번달부터 회사일이 엄청 바쁠 예정이었는데 일정에 차질이 생겨서 한가한 시기이다. 물론 일정이 뒤로 밀렸다는 건 그 이후가 두배로 빡세진다는 이야기이므로 걱정을 하고 있었으나 코로나에 걸리고 보니 3월이 한가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이번주 부터 연차와 출근을 섞어가며 회사에 나오고는 있으나 회사에 나와 있어도 계속 멍 때리는 중. 한마디로 시간을 어마어마하게 낭비하고 있는데 사실 지금은 1주차처럼 격렬하게 아프거나 2주차처럼 기운이 하나도 없는 건 아니니까 노력하면 뭔가 할 수는 있겠지만 하기가 싫다. 이게 아직 몸이 안따라줘서 하기 싫은건지 아니면 쉬다보니 계속 쉬고 싶은건지 구분이 잘 안간다ㅋ  

- 아무튼 빨리 컨디션이 회복되었으면 좋겠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