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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테라코타 캐서롤 그릇과 긴 여정에 대하여 본문

찻잔과 오래된 물건

포르투갈 테라코타 캐서롤 그릇과 긴 여정에 대하여

mooncake 2023. 11. 21. 18:00

11번가 아마존에서 포르투갈 테라코타 그릇 업체인 CERÂMICA EDGAR PICAS의 캐서롤 그릇을 하나 샀다. 11번가 아마존에서 물건을 구입하면 빠르면 2~3일, 늦어도 4~5일 안에는 도착했는데 영영 소식이 없어서 배송 상태를 조회해보니깐 미국 내륙에서 긴 여행을 하고 있었다. LA공항으로 빨리 이동하고 바로 비행기에 올라타는 캘리포니아 부에나 파크, 산 버너디노 물류센터의 물건들과 달리 내 그릇은 무려 켄터키 - 일리노이 - 위스콘신까지 세 개의 주, 네 개의 도시를 거치고 있는 중이었다. (갑작스러운 궁금증이 발동하여 올해 산 물건들을 찾아보니까 대부분 캘리포니아에서 출발했고, 딱 세 개만 다른 지역에서 출발했다. 이 그릇은 켄터키에서, 스키피 땅콩버터는 일리노이에서, 미니어쳐 첼로는 콜로라도의 오로라에서.)


 
시카고 오헤어 공항엔 LA만큼 인천공항으로 오는 비행기가 자주 있지 않아서 그런지, 내 그릇은 11월 5일에 오헤어 공항에 도착하고도 11월 8일에서야 비행기를 탔고, 11월 9일에 통관이 완료된 뒤, 11월 10일, 드디어 우리집에 도착했다. 
 
 

 
바로 이 테라코타 그릇입니다. 
 
미국 물류센터를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으니 아마존 특유의 부실한 포장 탓에 그릇이 상할까봐 걱정을 했는데, 물건이 도착해서 뜯어보니 너무나 포장이 탄탄히 되어 있어 감탄했다. 아마존에서 이렇게 꼼꼼히 포장해서 보낸 물건은 처음이다!!!!!!!!  이 단단하고 세심한 포장도 그렇고, 그릇에 종이가격표를 뗀 흔적이 있고, 그릇에 먼지도 많이 붙어 있는 걸로 보아 발송 직전 아마존 창고에 보관되어 있던 게 아니라 개인 판매자가 일반 매장에 진열되어 있던 제품을 아마존 창고 쪽으로 포장해서 보낸건가 싶기도...? 
사용 전 8시간 동안 물에 담가놔야 한다고 해서 그대로 했고, 아직 이 용기로 만들 음식은 생각나지 않아서 일단 그릇장에 얌전히 보관 중.  손잡이가 귀엽고, 상당히 토속적인 느낌이다 : )
 
https://weareportugal.com/collections/ceramica-edgar-picas
 

Cerâmica Edgar Picas - Barcelos Regional Pottery

A collection of Barcelos Regional Pottery, made from clay, that are used for cooking hot foods in ovens and stoves, to serve cold foods, and to be used as decorative items. Shop a selection of handmade and hand painted clay cooking pots and pans, serving

weareportugal.com

 
세라미카 에드가 피카스의 테라코타 그릇은 포르투갈 바르셀로스 지역에서 만들어진 도기인데 

이 피쳐가 제일 갖고 싶지만 11번가 아마존에는 없었고...

 
이 오벌 접시도 예쁜데 역시 11번가 아마존에는 없다. (하지만 굳이 배대지를 사용할 생각까지는 없다ㅎㅎ 언젠가 인연이 닿으면 살 수 있겠지)
 
 
그리고, 
내 그릇이 거쳐 온 켄터키주의 헤브론, 일리노이의 크레스트힐, 위스콘신의 커노샤
헤브론과 크레스트힐은 난생 처음 들어보는 동네들이라 구글맵에서 검색을 해봤다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하니까 늘 하는 일 없이 시간이 부족한 것 같다ㅎㅎ)
 
헤브론, 켄터키주
2010년 기준 인구가 6천명이 안되는 작은 도시. 연관검색어에 첫번째로 아마존이 뜬다. 구글맵에서 보이는 사진도 한적하고 목가적인 풍경이다.
 
크레스트힐, 일리노이주
2020년 기준 인구 약 2만명. 헤브론보다는 큰 도시고 유적지 사진도 뜬다. 역시 아마존 물류창고로 존재감을 알리고 있는 도시다 (특히 한국에서는ㅋ) 이 동네엔  헬스게이트 헌티드 하우스라는 유령의 집이 있는데, 이거 재밌겠는 걸...하고 검색해봤더니 상당히 무섭다. 쫄보인 나는 못가겠군.
 
커노샤, 위스콘신주
완전 초면인 헤브론이나 크레스트힐과는 달리 커노샤는 들어본 듯 하다. 2020년 기준 인구는 10만명에 가까운, 위의 두 도시에 비교하면 꽤 큰 도시다. 검색하면 나오는 사진들도 꽤 예쁘다. 

 
예전엔 이렇게 낯선 도시들을 발견하면 와! 다 가보고 싶어!라고 생각했지만 이젠 잘 모르겠다.
가기 싫어졌다기보다는 과연 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다. 
 
낯선 도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11월 초에 도쿄 다이칸야마 숙소를 검색하느라 부킹닷컴 검색 창에 dai.. 까지 입력하고 있는데 또 난생 처음 보는 도시들이 등장해서 캡쳐를 해뒀다ㅋㅋ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런 쓸데없는 걸 하느라 시간이 늘 부족하다)

 
브라질 미나스 제라이스주의 꼰쎄이싸웅 다 이비티포카
오스트레일리아 퀸즈랜드의 데인트리
스페인 카스티야 라만차의 다이미엘
스페인 발렌시아의 다이무스
 
전부 다 초면이고 프랑스 꼬뜨다쥐르의 캅 다이만 그나마 아는 곳이다. 내가 다녀온 에즈와 모나코 사이에 껴있는. 
아직도 이 세상엔 내가 모르는 곳이 너무나 많구먼 (당연하지만 새삼 놀랐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예전엔 이렇게 처음 보는 동네들을 볼 때마다 다 가봐야지 이글이글 타올랐는데, 이젠 잘 모르겠다...
아마 현실적으로는 저 다섯 곳 중 그래도 가능성이 제일 높은 곳은 스페인 다이미엘이 아닐까. 마드리드에서 2시간 정도 걸리니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다. 실제로도 저 다섯 곳 중 제일 마음에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막상 마드리드에 가면 워낙 주변에 갈 곳이 많아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 같고 ㅎㅎ 캅 다이도 글쎄, 브라질 꼰쎄이싸웅 다 이비티포카의 난이도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다시 남프랑스에 가더라도 역시 갈 곳이 너무 많아 우선순위에서 밀리지 않을까...
 
그래도 방구석에서 여행, 미지의 세계에 대해 생각하는 건 여전히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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