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lust
화분 만들기, 게으른 주말, (넷플릭스) 어느 날 월터 형제들과 살게 됐다 시즌2 본문

얼마전 다육식물 화분 만들기를 했다.
준비물도 남들이 다 마련해주고
내가 하는 건 그저 마사토 넣기 -> 배양토 넣기 -> 다육식물 심기 -> 배양토 채우기 -> 마사토로 마감의 과정이었는데
"배양토 채우기"도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어릴 때 집의 작은 정원엔 여러가지 나무와 꽃이 있었고 할머니와 부모님은 봄이면 새로운 나무와 꽃을 심었다. (잔디도 여러번 심었는데 자꾸 죽어서 어느 순간부턴 포기하심;;) 할머니는 거의 매일 정원을 돌보고, 집안의 화분도 열심히 가꾸셨다. 아빠는 2층 베란다에서 상추, 토마토 등을 키우기도 했었다. 그래서 "가드닝"이 심정적으로 낯선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작은 화분 만들기롤 해보고 확실히 알게 됨. 나에겐 너무 어려운 영역임. 식물을 대하는 게 너무 조심스럽고, 일단 흙 만지는 게 싫음ㅎㅎ
어릴 때는 몰랐는데 집안의 나무와 꽃, 화분을 즐기는 것도 다 누군가의 품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나저나 요즘은 뭔가 시도할때마다 결론이 늘 “재미 있었다. 하지만 계속 하고 싶지는 않음”이라니.
정말로 게으른 주말을 보냈다.
공부와 여행준비를 해야 한다고 아무런 일정을 안잡았는데
공부도 여행준비도 안하고, 집안일도 안하고, 거의 잠 + 영상 시청으로 주말을 보냈다.
(왜 자꾸 공부 타령이냐면 곧 시험이 또 있...)
대도서관의 사망 소식도 충격이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니 그때 그때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가장 행복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단기적으로 즐거운 것"과 "장기적으로 즐거운 것"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분명 주말엔 할 일들을 미루고 게으름 부리고 멍때리는 게 행복했는데, 일요일 저녁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오늘 아침엔 기분이 더 나빴다. 공부나 여행 준비는 그렇다쳐도 집안일이라도 조금 했더라면 이렇게까지 기분이 안좋지는 않았을 것. 해야 할 일들을 미루는 게 그 당시엔 달콤해도, 하루이틀만 지나도 자기효능감을 엄청나게 깍아먹는다.
그런데 요즘 진짜 모든 일이 다 귀찮다. 번 아웃인가. (번 아웃이 올만큼 열심히 산 것 같진 않지만)
그래서 주말 내내 게으름 부리면서 뭘 했냐면
넷플릭스에서 어느 날 월터 형제들과 살게 됐다 시즌2를 봤다.
첫번째 시즌이 나왔을 때, 내 취향에 맞을 거라곤 생각못했었는데 의외로 재밌어서 끝까지 다 봤다. 그리고 이번에 시즌2가 나왔길래 한번 볼까...? 했다가 주말 이틀 만에 시즌 전편을 다 봐버렸다.
도대체 왜 이 나이에 미국 틴에이저 드라마가 재밌는 건지 모를 일이다.
심지어 배경도 뉴욕이나 LA가 아닌 콜로라도 시골 한복판 (근데 그래서 신선하고 재밌긴 했다ㅎㅎ) 내용은 틴에이저 드라마 클리셰 집합판으로, 주변 사람에게 차마 추천은 못하겠지만 ㅋㅋㅋㅋ “아는 맛"으로 편하게 보기 좋은 드라마다.
드라마 얘기 나온 김에, 얼마전에 수세미 뜨개질을 할 때는 넷플릭스에서 굿위치를 봤다. 넷플릭스에서 5년 내내 주구장창 추천 드라마로 띄워주길래 드디어 보게 되었는데(넷플 네가 이김!), 뜨개질을 하면서 대충 봐도 내용 파악에 전혀 문제가 없는 잔잔한 드라마라 좋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뭔가 부자연스러운 점을 발견했는데, 등장인물이 모두 백인이고, 심지어 엑스트라들도 전부 백인이라는 것. (물론 내가 화면에 시선 고정하고 열심히 본 것은 아니라서 엑스트라 중에는 다양한 인종이 있었을수는 있다) 그동안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다양한 인종을 일부러 배치시키는 게 다소 부자연스럽다고 느낄 정도였는데, 이렇게 백인으로만 가득한 미국 드라마를 보다 보니 기분이 이상해지면서 기계적 PC(Political Correctness)에 집착하던 드라마나 영화들이 차라리 고마운 거였다는 걸 깨달았다. 이것저것 검색해보다가 굿위치를 제작한 홀마크TV (카드와 장식품이 나오는 그 홀마크 맞다)의 주 시청층의 취향에 맞추기 위한 것이라는 변명을 보기는 했는데, 여튼 내가 북미에 살아본 적이 없어서 헛소리하는 걸 수도 있지만 대충 미국 북동부에 위치한 마을이 이렇게까지 백인으로만 구성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나는 대부분의 일을 귀찮아하고 미루는 편인데 가족 마일리지 합산도 그 중 하나였다. 계속 미루다가 지난주에서야 대한항공 가족 마일리지 합산 처리를 했는데 의외로 절차가 아주 간단했다. 전에는 신청서를 써서 팩스로 넣어야 했던 것 같은데, (아시아나는 지금도 그렇다) 대한항공은 앱에서 가족의 인적사항 및 회원번호를 넣고, 가족관계증명서만 첨부하면 끝이다. 오전 11시 반쯤 앱에서 가족 등록 신청을 하고 "48시간 내 처리 예정"이라는 메세지를 확인했는데, 오후 1시 8분에 가족회원 등록 절차가 완료되었다는 메세지를 받았다. 점심시간이 끼어 있었는데도 이 빠른 처리 속도를 보라! 난 이럴 때 제일 국뽕 차오름ㅋㅋㅋ
그나저나 이 간단한 걸 귀찮아하다가 소멸된 가족의 마일리지가 아깝구만…
+ 이미 블로그에 썼지만 올해 꼭 써야하는 휴가가 많이 남았는데, 여즉 여행을 결정하지 못한 상황. 막상 현지에 도착하면 재밌게 보낼 것은 확실한데 (심지어 돌아오면 기억은 더 미화됨) 여행 가기가 너무 귀찮다. 이렇게 아무것도 하기 싫으면 안가는 게 맞겠지?ㅜㅜ
++ 문득, 여름이 너무 빨리 가버렸다-
계속 여행 갈까말까갈까말까 변죽만 울리다가, 제대로 놀러가지도 못하고, 회사만 다니다가 여름이 훅 지나가버렸군.
'Trivia : 일상의 조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불꽃놀이 방구석 직관 - 2025 서울세계불꽃축제 (12) | 2025.09.29 |
|---|---|
| 일상잡담-의식의 흐름 : 시험 스트레스, 여행 고민, 약간 망한 인생 (3) | 2025.09.22 |
| 일상잡담-내용없음주의 (10) | 2025.08.27 |
| 일상잡담-몬탁, 아파서 얀 리시에츠키 공연 못감, 애플페이와 교통카드, 고양이 (0) | 2025.08.11 |
| 일상잡담-휴대용선풍기, 괄사마사지, 코바늘, 가챠폰, 알러지, 유로화 환율과 여행 (15) | 2025.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