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lust
여행의 장애물과 쌓여 가는 "못 떠난 여행들" 본문
4월 이후, 호시탐탐 여행 가려고 계속 기회를 엿보는 중이었는데 못갔다.
일이 너무 바쁘다거나
출근하느라고 너무 피곤하다거나
몸이 안좋다거나
시험이 있어서 부담스럽다거나
비행기값이 너무 비싸다거나 (닥쳐서 발권하니 비싸겠지ㅜㅜ)
등의 이유들과,
여기에는 밝히지 않는 이유 한가지 더. (이게 사실 가장 크긴 하다)
그래도 9월엔 정말 유력한 여행이 여러개 있었다. 이번달엔 난 진짜 유럽에 갈 줄 알았어.
(1) 9월 14일 스칸디나비아 항공 비즈니스를 타고 폴란드 그단스크에 가려 했다. 호텔 예약도 해놨는데, 일정이 짧아서 망설이는 사이 307만원이던 항공료가 500만원이 되었다. 내 기준 비즈니스 항공권의 심리적 저항선은 350만원 내외.
북극항로를 처음으로 운항하는 팬스타 아크로호가 펠릭스토우, 로테르담, 그단스크 등을 거쳐 부산으로 돌아올 예정이라는 기사를 보니 그단스크에 못간 게 더 아쉽게 느껴진다.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15일 오후 4시, 그단스크는 아침 9시) 그단스크 공항에 도착했을 것.
(2) 중국동방항공 비즈니스를 타고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여행도 계획했었다. 출발일은 9월 12일. 가격은 320만원대. 단, 트리에스테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고 베네치아에 내려 기차를 타고 트리에스테로 가야했다. 트리에스테 공항에 도착하는 비즈니스석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베니스 간김에 예전에 못 간 무라노, 부라노 섬도 가고, 트리에스테에 머물며 슬로베니아 류블라냐, 크로아티아 로비니 당일치기도 다녀오고 싶었으나, 피곤해 보이는 일정 탓에 고민하다가 역시 비행기 가격이 오르며 기회를 놓쳤다. 계획대로 떠났다면 지금쯤 트리에스테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있거나, 로비니로 항햐는 버스 안이었을 듯.
(3) 9월 17일 자정에 에티오피아 항공 비즈니스를 타고 아테네. (1)번과 (2)번이 수포로 돌아간 뒤, 에티오피아 항공 비즈니스 가격이 그나마 저렴하길래 (305만원 정도) 아테네 여행을 고려해봤다. 비록 공항 안이기는 하지만 아프리카 대륙에 발을 디뎌본다고 생각하니 그것도 매우 끌렸다 (아디스아비바 공항!!!) 이건 오늘 아침(9월 15일)까지도 고민했던 일정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아테네를 급여행으로 떠나기엔 내가 너무 피곤했다. 멀리 가면 싸야할 짐도 많구....
정말 나는 뭐가 문제일까
그래도 기왕 여행 가려고 추석 전에 일정을 비워놨는데(일정만 비워놨지 일은 잔뜩 쌓임ㅋㅋ), 아무데도 안가면 너무 서운해서, 가까운 곳에 가는 비행기표와 호텔을 호다닥 예약했다. 문제는 아까 2시에 회의 들어가야되는데, 웹투어에서 자꾸 오류가 나서 (오늘 오후 1:30에 예약했는데 결제시한이 오늘 오전 10:30으로 세팅되어 있어서 시한이 지났다며 결제가 안됨 대환장!!!!!) 포기하고 다른 항공편을 다른 여행사에서 예약&결제까지 마치고 회의 들어갔는데, 회의 도중에서야 웹투어에서 결제시한 수정해 줌. 웹투어 나에게 왜이럼...? 하지만 이미 다른 여행사에서 발권이 완료되었으므로 웹투어 파라타항공을 포기했다. 파라타항공은 10:35 출발이고 대신 예약한 트리니티항공은 10:10 출발인데, 아침 일찍 공항 가는 거 힘들어서 25분이라도 늦게 가고 싶었던 내 마음 ㅠㅠ
예전엔 임박해서 저렴한 항공권이나 호텔을 잡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요즘은 가격이 계속 오르기만 하고, 우유부단함 때문에 막판까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결론적으로 항상 비싼 가격으로 급여행을 떠나는 게 조금 심란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는 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그리고 종류만 바뀔 뿐 여행의 장애물은 늘 있다는 것이 슬프기도 하다. 몰랐던 것은 아니다. 10년전에도 나는 여행의 장애물은 늘 있으니, 어지간해서는 여행을 떠나는 게 맞다는 쪽이었다. 왜 이런 안좋은 예측은 늘 귀신같이 맞을까?

이렇게 몇달 내내 벼르기만 하고 못간 여행들로 인한 문제점
(1) 막연히 여행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만나자고 해도 약속을 선뜻 못잡음. 하지만 결국 여행을 못가서 공휴일이나 주말에 그냥 집에 있는 사람 됨 (사실 요즘 맨날 피곤에 쩔어 있기 때문에 집에서 쉬는 것도 좋기는 함. 그래도 친구와 지인들에게 미안해서…)
(2) 시간 낭비가 어마어마함. 맨날 바쁘다고 난리지만 항공편, 호텔 검색한 시간에 쓴 시간을 다른데 썼더라면 훨씬 더 건설적으로 살고 있을 것임
(3) 양치기 소년이 됨. 맨날 여행 간다고 하고 안감. 싱거운 사람됨
(4) 나 스스로에게도 질림
(5) 그러고보니 여행 공수표 때문에 올해 생일 점심에 혼자 밥먹음 ㅋㅋ 휴가내고 여행 갈 생각에 회사에서 점심 약속 안잡았는데, 여행도 못가고 일은 밀리고 해서 출근하게 됨 ㅠㅠ (약속 없이도 같이 밥 먹을만한 사람들은 전부 출장이나 휴가나 선약이 있었다. 박복하구먼) 사실 내 나이쯤 되면 생일에 혼자 밥 먹는다고 해서 크게 신경쓰이지는 않음. 그냥 농담 + 자조삼아 하는 말이지 심리적 데미지가 있거나 하지는 않음. 혼자 커피랑 샌드위치랑 고구마케익까지 야무지게 먹음 ㅎㅎ 생일에 혼자 점심 먹어서 아쉬웠다기보다는 (1), (2)번과 마찬가지로 시간을 효율적으로 내지는 의미있게 쓰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아쉬움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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