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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 little things

필통을 샀다

mooncake 2014. 10. 14. 14:16

 

 

정말 오랜만에 필통을 샀다. 필통을 갖고 다닌 게 언제적 일인지 기억이 까마득하다. 대학원 시절엔 연구실에 필통을 놓고 다녔고, 직장인이 된 이후로는 가방에 펜 한자루 넣어 다니면 다행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 내가 간만에 필통을 구입한 이유는 독일어수업 때문이다. 늘 까만 볼펜 한자루로 필기를 하다가, 어느날은 그 한자루 조차 없길래 선생님한테 볼펜을 빌렸는데, 선생님이 형광펜도 하나 내주면서 "자 이걸로 색칠도 좀 해가면서 하세요" 하시는 게 아닌가ㅋㅋㅋㅋ

선생님의 섬세함에 깜놀한 뒤(여자 선생님 아님. 남자분임!!) 선생님이 색칠하라는 부분을 형광펜으로 그어놨더니 확실히 눈에 잘 들어오긴 한다. 그래서 독일어 공부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을 겸 사진 속의 필통(GMZ 고스트팝)과 새 펜(미츠비시 3색)과 새 형광펜을 장만했다. 내 나이쯤 되면 주위의 눈을 의식해서라도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필통을 골라야 할 것 같은데 여전히 취향이 이렇다ㅋㅋ

 

자, 이제 장비를 갖췄으니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는데 그게 쉽지 않아 탈이다. 독일어 수업 첫 두달은 참 재밌었으나 요즘 듣고 있는 문법반은 "드디어 고행이 시작되었구나ㅠㅠ"라는 기분이 든다. 영어는 어릴때부터 자연스럽게 접해왔기 때문에 별도의 공부 없이도 그럭저럭 익힐 수 있었지만, 독일어는 평소에 접할 일이 전혀 없고 다 늙어서(......) 배우기 시작했기 때문에 요행을 바랄 수는 없는 노릇. 꾸준히 하는 수 밖에 없는데, 평생 열심히 공부해본 적 없는 내가(그래도 당일치기는 열심히 했음) 과연 내 자신을 극복할 수 있을지... 몇년전까지만 해도 내가 마음을 안먹어서 그렇지 제대로 마음만 먹으면 잘 할 줄 알았는데, 지금은 그런 기대조차 안생긴다. 안될거야 아마.

 

PS. 얼마전 독어수업 지문에 Kuchen(쿠흔) 과 Torte(토르테)가 연달아 나오길래 - 둘다 케익으로 번역되니까 - 두 개의 차이가 뭔지 물었다. 내 관련 지식은 바움쿠흔과 자허토르테가 전부. 근데 선생님 설명을 듣고 나니 더욱더 두 개의 차이를 모르겠음ㅋㅋㅋㅋ 주말에 독일케익에 대해 심도깊은 연구를 해봐야겠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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