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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를 가장한 한탄 본문

Trivia : 일상의 조각들

일기를 가장한 한탄

mooncake 2015. 4. 7. 23:31



KC and The Sunshine Band의 Give it up

영화 "킹스맨"에 삽입되었던, "이보다 더 80년대스러울 수 없는 곡"ㅋㅋ

특히 전주 부분이 마음에 든다. 아오 씐나. 춤도 막 따라추고 싶다ㅎㅎㅎㅎ

(여러분 스킵하지 말고 꼭 재생해보세요. 신나요ㅎㅎ)


#1.

올해 들어 내 주위엔 집을 산 사람들이 여럿 있다. 물론 아파트 구매 적기라던가 돈이 많아서라던가는 아니고, 전세 만기가 다가왔는데 전세 물량은 너무 없고 전세금은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오르고 있고... 해서 울며 겨자먹기로 집을 사게 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근데 그렇다고는 해도 역시, 뭐랄까, "다들 나처럼 대책없이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래도 그들은 집 살 돈은 있었어!"라는 가벼운 충격이 왔다. 


물론 집을 사기 위해 은행 대출을 한도까지 땡긴 경우가 대부분이라, 내 집 장만과 동시에 하우스 푸어가 되었다고 한탄하는 그들에게 "그래도 너네는 하우스라도 있지 나는 그냥 푸어야ㅠㅠ"라고 말했더니 한 오빠가 "그럼 넌 트래블 푸어라고 해줄께"라고 답했다ㅎㅎㅎㅎ 트래블 푸어ㅋㅋㅋㅋ 그렇지만 사실 트래블 푸어라고 하기도 부끄럽다. 트래블 푸어 정도로 불리려면 회사고 뭐고 다 때려치고 일이년 이상 여행 다녀온 사람 정도는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지난달에도 친구 여동생이 회사 그만두고 6개월짜리 남미 여행을 떠났다. 멋지고 부럽다!!)


#2.

주변 사람들이 "다음달 여행 준비는 잘 되가?"라고 묻는데 아직도 큰 일정 조차 못정했다. 내가 생각해도 미친 듯...ㅋㅋ

내 머리속 로직의 예 : 요즘 계속 컨디션이 안좋으니 무리하지 말고(바르셀로나, 니스 등은 포기하고) 로마 5일 브뤼셀 5일 하자. 한 도시에 오래 머물수록 아플때 쉬어가기 좋잖아 → 로마 별로 안좋아하는데 로마에만 5일 있기는 좀 아깝다. 그냥 최초 계획대로 베네치아에 갔다 갈까? → 근데 베네치아 숙소는 너무 비싸고 불편하잖아. 그러면 베로나로 가서 시로미오네 호수에서 푹 쉬다 갈까? → 근데 베로나에서 브뤼셀로 바로 가는 비행기표는 너무 비싸잖아. 어쩔 수 없이 베네치아로 가야겠군 → 근데 베네치아 숙소는 너무 비싸고 불편하잖아 → 그럼 피렌체에 갈까? 근데 피렌체에서 브뤼셀 가는 비행편도 너무 비싸잖아 → 아 그럼 그냥 비행기표 싼 바르셀로나 들렸다 갈까? → 근데 비행기 이동은 기차 이동보다 앞뒤로 잡아 먹는 시간이 길잖아. 10박 12일짜리 여행 가면서 이렇게 멀리 찍고 다니는 비효율적인 여행은 좀 아닌 것 같아 → 악 다 귀찮다. 여행이고 뭐고 머리아파. 난 진짜 미친듯 ㅠㅠㅠㅠ : 이렇게 뫼비우스의 띠처럼 생각이 돌고 또 돌다보면 결국 멘붕이 와서 여행이고 뭐고 쳐다보지도 않게 된다.

원래 우유부단하긴 하지만 이렇게 거점도시 결정 못하긴 처음인 듯ㅠㅠ (예전엔 근교 도시들 놓고 고민은 많이 했지만 거점 도시 자체는 늘 정해져 있었다) 


#3. 

작금의 와이드 팬츠 유행에 대해 한탄하고 있었는데, 어제 7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할머니가 검정색 크롭드 와이드팬츠에 검정색 트렌치 코트를 입고 지나가시는 모습을 목격했다. 적당한 사진은 못찾았는데, 대충 아래 사진 바지 핏을 생각하면 되겠다. 할머니가 최근에 쇼핑을 하신 걸까? 아님 주구장창 유행과 상관없이 와이드팬츠를 입으셨던 걸까? 아님 예전에 입던 옷을 잘 넣어두었다가 요즘 다시 꺼내 입으신걸까? 아마도 세번째겠지? 은발의 날씬하고 꼿꼿한 할머니가 와이드 팬츠에 단정한 트렌치 코트를 입고 걸어가시는 모습은 꽤 인상적이었다^^ 


정녕 와이드 팬츠는 대세가 되는 것인가. 

근데 와이드 팬츠 싫다고 궁시렁거리다보니깐.... 내가 최근 몇년 유행한 의상 아이템에 대해 호의적인 경우가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그 이유는 살이 쪄있기 때문이라는 것도 동시에 떠올랐다. 뭐가 유행하던 간에 "난 소화 못해"라는 생각부터 하게 되는 거. 아. 슬프다.



#4. 

오늘 드디어, 아주 오래된 **** 펀드를 환매했다. 4년전엔 아주 환상적인 수익률을 보여줬지만, 게을러서 환매 시기를 놓쳤더니 이후 폭락의 폭락을 거듭한 비운의 펀드다. 증권사 방문하기 귀찮아서(반드시 증권사를 방문해야 하는 건인데 회사 근처에 지점이 없었다) 4년 동안이나 미적미적하고 있었더니 요즘 조금 회복하려는 기세가 보여서 그냥 생각난 김에 정리해버렸다. (좀 더 지켜봐도 좋았겠지만 그러다 또 까먹을까봐...ㅠㅠ) 수익률을 생각하면 상당히 아쉽지만 그래도 속이 후련하다. 


작년엔 포르투갈 여행 직전에 친디아 펀드를 팔아서 그 돈으로 포르투갈 여행을 다녀왔는데(그 친디아 펀드야말로 마이너스 상태에서 회복되자마자 "지긋지긋해서" 팔아버린 것이기 때문에 정기예금 수익률도 안나왔다ㅋㅋ) 동기가 그 얘길 듣더니 "오~ 이제 여행 가고 싶은 지역마다 펀드 들어놓고 그거 환매해서 여행 다니면 되겠네"라고 했다. 그러나 그 논리대로라면 난 러시아랑 브라질 여행은 평생 못갈 듯^^ 지금 현재 러시아는 -28.34%, 브라질은 -42.69%... 또르륵... 내가 이래서 유로 펀드는 안한다는


#5.

지난주 목요일은 독일어 학원 개강날이었는데 "절대 빠질 수 없는 야근" 때문에 결국 학원에 가지 못했다. 

아니 물론, 평소의 100배 정도 아쉬운 소리를 하면 빠질 수는 있었겠지만, 그렇게까지 자존심을 버리고 싶지도 않았고 또 바로 전날 새로 발령 받아온 직원 보기도 민망했기에 결국 학원을 포기했다. 그리고 그 날은 서울 시내 곳곳에 동남아 스콜같은 게릴라성 집중 호우가 내린 날이었다. 밤늦게 일을 마무리하고 집에 가기 위해 택시를 잡는데 날이 워낙 안좋으니 빈 택시도 없고, 가뭄에 콩나듯 빈 택시가 나타나면 누군가 새치기 해버리는 통에 결국 게릴라성 집중 호우에 쫄딱 젖어버렸다. 그런 상태로 집에 돌아왔더니 짜증이 부글부글. 야근도 짜증나지 독일어 학원도 못갔지 비에 젖은 생쥐 꼴이라 감기 걸릴까봐 걱정되지... 근데 씻고 나왔더니 회사에서 전화가 3통 ㅠㅠ 결국 밤 12시 넘어서까지 유선으로 업무처리를 하고 잘 수 있었다.(사실 머리까지 감고 나와 물이 뚝뚝 떨어지는데 다시 회사로 오래는 걸까봐 초긴장했으나 전화로 마무리할 수 있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아... 나 진짜 다음달에 여행 갈 수 있을까?

부서 동료들(업무대직자들)은 나 여행 가는 거 다 아는데 아직 보스랑 최종보스는 모르는 상태.

여행 계획도 안짰지 상사들한테 보고도 안했지, 나날이 내 심장은 쫄깃쫄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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