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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여행기(9)티볼리 - 감격의 빌라 아드리아나<3> 카노포 연못 본문

외국 돌아다니기/2015.05 Italy & Belgium

이탈리아 여행기(9)티볼리 - 감격의 빌라 아드리아나<3> 카노포 연못

mooncake 2015. 7. 25. 21:30




드디어 카노포Canopo 앞에 도착했다.

빌라 아드리아나에 오자마자 카노포로 직행하지 않고, 다른 곳들을 먼저 돌아보다 우연히 카노포와 맞닥뜨렸기 때문에 더 감동적이었던 것 같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본 카노포의 전경.



옛 건물 사이로 이어진 통로로 내려가, 드디어 카노포와 마주할 시간!









카노포 연못에는 남생이? 자라? 거북이???도 있었다.






이 그리스식 석상들은 물론 진품이 아니다.

진품은 안전하게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고, 이곳에 설치되어 있는 것은 모두 복제품. 근데 참 감쪽같이 잘 만들어놨다.



저 건너편에 계신 분이 찍은 사진에는 내 모습이 콩알만하게 나와있겠구나ㅋ






드디어 이 곳에 오다니 정말 감격이다.

물론 영화 "더 폴"에 나온 모습과는 당연히 느낌은 좀 다르지만 충분히 예상하고 있던 바이고...






원래도 사진을 참 많이 찍는 편이긴 한데

이곳에선 특히 똑같은 사진을 찍고 또 찍은 것 같다...^^;;






















하드리아누스 황제는 이 곳, 카노포를 즐겨 산책했다고 한다.



위풍당당할 줄 알았는데

실제로 보니 철골 구조물이 그대로 나와 있어 안쓰러워보였던 악어상.









카노포 주변을 한바퀴 돌고 나니 오후 1시 10분

나의 체력은 이미 정오부터 방전된 상태였었지만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었다 ㅠㅠ



점심을 먹기 위해, 카노포 앞 벤치에 앉아 뽄떼 맘몰로역 카페에서 사온 치킨&치즈 샌드위치를 꺼냈다.


 

벤치에서 보이는 풍경은 대략 이랬다.



치킨&치즈 샌드위치는 정말 맛이 없었다.

빵은 너무 딱딱&뻣뻣한데다가 안에 들어있는 닭과 치즈도 별 맛이 없고ㅠㅠ

정말이지 "살기 위해 억지로 먹는 기분"

(난 왠만하면 모든 걸 맛나게 먹는 사람이고 왠만큼 아파도 식욕이 떨어지는 일은 없는 사람이라

내가 "살기 위해 억지로 씹고 또 씹는 일"은 정말 드물다ㅋㅋㅋㅋ)


로마공항 화재 여파, 도착 첫날 대중교통 파업, 시끄러운 호텔 등 여러 이유가 있긴 하지만

내가 로마에 대한 기억이 안좋은 이유 중에는 분명 맛있는 음식을 먹지 못한 것도 한몫하는 것 같다.

물론 이 얘기는 로마 음식 맛없졍! 이 아니라 내가 맛있는 음식을 못먹었다는 얘기다.



카노포 주변 풍경.

왼쪽 옆의 건물은 박물관인데, 너무 피곤해서 들어가보지 못했다.






밥을 다 먹고 한참 앉아 쉬다가 다시 카노포 주변을 한바퀴 돈 다음

이제는 이 곳을 떠나야 하는데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왜 이렇게 애틋한 기분이 드는건지^^;

언제 여길 다시 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니 더더욱.


그렇게 한참을, 카노포를 바라보고 서 있다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옮겼다. 












빌라 아드리아나는 실로 정말 넓은 지역이어서,

저 안쪽까지도 모두 돌아보고 싶었지만 난 이미 너무 지쳐 있었다.


















대욕장

이곳에서 자꾸 미묘한 불안감이 들었다.

하지만 너무 지쳐 있었기에 그 불안감을 애써 무시;;









멋진 까마귀

(가 아닌가? 혹시 다른 새면 알려주세요;;;)



이제는 빌라 아드리아나를 떠나야 할 시간.









빌라 아드리아나의 작은 풍경 하나하나를

잊지 않도록

눈에 담고 또 담았다.



아침에 걸어내려온 언덕길을 다시 내려가



아쉬운 기분으로 빌라 아드리아나를 나와

기념품점에 가서 빌라 아드리아나에 대한 책을 넘겨 보는데

근데

근데

근데

책 속에서 떼아트로 마리띠모를 보는 순간, 그때서야 나는 깨닫고야 말았다.

아까 대욕장 앞에서 들었던 미묘한 불안감의 실체를.


내가 빌라 아드리아나에서 꼭 보고 싶었던 곳은 영화 더폴에서 나왔던 두 장소,

Teatro Marittimo와 아까 다녀온 Canopo 였는데

그 중요한 떼아트로 마리띠모를 까맣게 잊고 안보고 나오다니!!!


이미 여러번 썼듯이 난 너무 지쳐 있었고 그래서 빌라 아드리아나로 되돌아갈 체력은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에 잠시 고민했지만,

그래도 또 언제 이 곳에 올 수 있을지 기약이 없었으므로 힘들어도 다시 들어가 보고 나와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래서 매표소로 가서 아까 구입한 표를 보이며 

"내가 꼭 봐야 하는 곳 하나를 못보고 나왔다는 걸 이제서야 알았다. 이 표로 다시 들어갈 수 있냐?"고 물었더니 이미 사용한 표로 재입장은 불가하단다. 

대신 직원용 프리패스로 입장시켜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프리패스를 든 젊은 남자직원과 빌라 아드리아나 입구까지 동행하게 되었는데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활짝 웃으며 전혀 아니란다.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기쁘단다. (아이구 친절해!)

그러면서 어디를 못봤냐고 묻길래 갑자기 이름이 잘 생각안나서

"떼아트로 마리..모? 라고 했더니 혹시 떼아트로 그레꼬(Teatro Greco)를 말하는 거 아니냔다.

여튼 그 직원은 입구에서 날 들여보내준 다음 떼아트로 그레꼬는 저 쪽으로 가면 된다고 알려주고 그 직원은 다시 매표소로 돌아갔다. 


마리모가 그레꼬 보다는 마리띠모랑 더 비슷하게 들릴 것 같은데 이상하네? 왜 자꾸 그레꼬 얘기만 하지?

라고 중얼거리며 빌라 아드리아나로 가는 언덕을 오르는데, 진짜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ㅠㅠㅠㅠ


언덕을 힘겹게 오르며 또다른 불안감이 스물스물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나름 빌라 아드리아나를 한바퀴 돈 것 같은데 왜 주요 스팟 중 하나인 떼아트로 마리띠모를 못봤을까?

설마, 아까, 공사 중이던 그곳들이 바로 떼아트로 마리띠모는 아니겠지.

설마, 아니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두둥.

불안한 예감은 계속 맞았습니다.

떼아트로 마리띠모는 보수 공사중이었습니다 ㅠㅠㅠㅠ


사진 마지막을 보면 공사 완공 예정은 원래 2015년 4월 3일 이었으므로 내가 빌라 아드리아나를 방문한 2015년 5월 16일에는 공사가 끝나 있어야 했겠지만

원래 공사라는 게 예정되로 끝나는 게 아니다보니... 그것도 다른 동네도 아니고 로마잖아...

공사는 2015년 12월 26일까지로 연장(proroga lavori)되어 있었다 ㅠㅠㅠㅠ



공사 중이지만 혹시 틈으로라도 떼아트로 마리띠모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기대를 가지고 떼아트로 마리띠모를 향해 걸어갔다.



뭐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떼아트로 마리띠모 쪽으로 가며 아까 미처 다 못본 곳을 보기는 했지만

난 이미 너무 지쳐 있었...









공사 중인 떼아트로 마리띠모 앞에 도착.

나 말고 나이 많은 부부 두분도 이 앞을 서성이고 있었는데, 이미 안내판에서 여기가 떼아트로 마리띠모가 맞고 공사 중인 게 맞다는 걸 확인했으면서도

그 분들에게 괜히 한번 더 물어봤다ㅠㅠㅠㅠ

말을 걸고 보니 그 분들은 영어를 거의 못하시는 프랑스 분들이셔서 

결국 쓸데없이 말을 건 죄로;;; 거의 다 까먹은 프랑스어를 써야했다.

사실 작년 포르투갈에서도 포르투갈어보다 프랑스어를 더 많이 썼는데;; 이게 대체 뭔 상황이야.

프랑스 사람들이 여행을 많이 다니는 건가 아님 내가 가는 곳마나 유난히 프랑스 사람이 많은건가...?

암튼 그 분들도 떼아트로 마리띠모 보러 오셨는데 공사 중이라며 아쉬워하고 계셨음 ㅠㅠ

ㅠㅠㅠㅠ


왠만하면 로마 다시 가기 싫었는데 이때쯤 체념함ㅋㅋ

아, 어쩔 수 없이 로마에 다시 한번 와야겠구나....ㅎㅎ



미련이 남아 공사 중인 마리띠모 떼아트로를 기웃기웃






다시 입구 쪽으로 나가면서

아까 오지 않은 다른 길로 가게 되었는데

어떤 남자가 카메라를 들고 이쪽으로 열심히 가길래 뭔가 있나 싶어 슬쩍 따라가봤더니



이런 곳이 나온다.



결과적으로는

빌라 아드리아나에 재입장 하게 되면서, 뗴아트로 마리띠모는 못봤지만 대신 새롭게 본 몇가지가 생긴 셈인데

엄청난 시간소요+체력소모만 아니였다면 괜찮았겠지만

나의 몸은 완전 너덜너덜해졌다 ㅠㅠ



빌라 아드리아나를 다시 떠나와

또다시 기념품점에 입장.

이 곳에서 나는, 빌라 아드리아나에 대한 책을 한권 샀다.


빌라 아드리아나의 현재 모습과 과거의 모습을 대조해 볼 수 있는 책으로, 과거의 모습은 투명 OTP재질로 만들어져 현재 모습 위에 덧씌워지는 형태로

뼈대만 남은 건물을 볼때는 상상치 못했던 호화로운 빌라 아드리아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근데 문제는 이 책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버젼만 남아 있었다는 것.


*유사한 형태의 책이 두 종류였는데

영어 버젼이 남아있는 책도 있었지만 그 책은 빌라 아드리아나와 빌라 데스떼의 비중이 반반이라

나는 빌라 아드리아나 위주로 나와 있는 책을 구입하고 싶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독일어 버젼으로 구입했다. 이때만 해도 독일어 공부 열심히 해서 꼭 이거 다 독일어로 읽어야지!하는 생각이었는데

요즘 독일어 공부 완전 손놔서 아마 계속 그림만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ㅋㅋㅋㅋ

걍 프랑스어로 살걸;;;


또한, 사진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빌라 아드리아나 기념품점에서는 마르그리뜨(마그리뜨) 유르스나르의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을 다양한 언어와 다양한 출판사 버젼으로 팔고 있었는데

빌라 아드리아나에 온 기념으로 한권 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짐을 늘리면 안된다는 생각에 꾸욱 참았다.



 로마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



빌라 아드리아나로 가기 전에 만났던, 황홀한 사이프러스 나무와 양귀비 밭을 또 한번 지나치고



근사한 쟈스민 꽃나무를 또 한번 지나치고

- 사실 이때 너무 지치고, 내가 정류장까지 다시 잘 찾아갈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에 우울한 상태였는데,

쟈스민 향이 너무너무 좋아서 여기를 지나가는 동안은 기분이 엄청 좋아졌었다.

향기가 이렇게까지 사람의 기분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렇게

20분여에 달하는 길을 걸어 버스 정류장을 찾아 내려오고 있었는데

2/3 지점까지는 잘 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길을 잃어버렸다ㅠㅠㅠㅠ


많이 당황해서인지 이때는 사진도 없다^^;

길은 너무 낯설고 주택가는 사람 한명 안지나가고 때마침 구름이 껴서 흐려지고 급 무서워지기 시작

(남자 한두분은 어쩌다 지나가긴 했는데 왠지 길 물어보기가 무서웠다;)


그러다가 빌라 데스떼 쪽으로 가는 티볼리 지역 내부를 운행하는 4X 버스 정류장을 발견해서

정 안되면 저 버스라도 타고, 빌라 데스떼 쪽으로 가서 로마행 버스나 기차를 타야지! 라고 마음 먹은 찰나

사람들이 드문드문 서 있는 것이, 왠지 로마행 버스 정류장 느낌이 나는 곳을 발견하고 허겁지겁 길을 건너갔다.


친절해보이는 아주머니에게 여기가 로마행 버스 정류장이 맞냐고 여쭤봤더니

맞다고 하신다

버스가 곧 올거라고도 알려주셨다.

휴. 다행이다.



참고로 이 버스 정류장 표식은 이렇게 생겼다. 

사진 속에 크게 보이는 광고판이 버스 정류장 표시가 아니고, 그 옆에 녹이 슨 아주 쪼끄만 표지판

A.cotra.l.

FERMATA

이게 버스 정류장 표지판이다 ㅠ.ㅠ


길 건너편에서 알아본 내가 더 신기하다(표지판 보고 알아본 거 아니고 사람들 보고 혹시? 한거지만ㅋ)


암튼, 여기, 내가 아침에 내렸던 정류장 건너편하고는 확실히 다른 곳인데

내가 내렸던 정류장 전인지 후인지는 잘 모르겠다.



버스를 기다리며 찍은 사진.

나에게 버스 정류장 맞다고 확인해주신 아주머니가 얼마나 친절하셨냐면

로마행 버스가 오길래 버스 사진을 찍다가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져 뒤돌아보았더니, 

나에게 바로 이 버스 타면 된다고 한 번 더 알려주시고는 내가 알겠다고 하니 환하게 웃으셨다^^

버스 오는데 탈 생각은 안하구 사진 찍고 있으니 걱정이 되셨던 모양이다^^;;;

버스 안에서 내릴 장소 알려주신 할머니도 그렇고, 빌라 아드리아나 오가는 길엔 유난히 친절한 분들을 많이 만났다.


그나저나 로마행 버스만 타면 좀 편해질 줄 알았더니

로마행 코트랄 버스엔 사람이 정말 정말 많아서 앉기는 커녕 서있기도 힘들었다ㅠㅠㅠㅠ

그러다 간신히 자리가 나서 어케 앉기는 했는데(우리나라 지하철 아주머니 수준으로 몸을 날렸다고는 차마 말 못...)

이번엔 목이 너무 말랐다. 



그래서 뽄떼 맘몰로 역에 내리자마자

아침에 카푸치노랑 빵 사먹었던 가게에서 콜라 구입!

근데 카푸치노+빵 가격 = 콜라 가격(2유로)라 좀 기분이 이상했음ㅎㅎ 울 나라였음 아무리 싼 가게라도 카푸치노+빵 가격이 훨씬 비쌌을텐데^^;;


이렇게 로마에 도착해, 지하철을 타고, 이번엔 콜로세움으로 향했다.

마음은 호텔로 직행하고 싶었으나 한국에서부터 콜로세움 입장권을 예매해온 탓에ㅜㅜ



*

참고로, 빌라 아드리아나 여행을 계획 중인 분이 이 글을 읽으신다면, 

제가 너무 힘들다고 징징거린 건 이 날 새벽부터 돌아다녔고+여행 전부터 원래 몸이 안좋았으며+제가 갖고 있는 지병들 탓입니다.

빌라 아드리아나가 특별히 여행하기 힘들거나 아주 많은 체력을 필요로 하는 곳은 아닙니다. 

대부분은 하루에 빌라 아드리아나+빌라 데스떼 두 곳을 돌아보며, 열심히 다니시는 분은 빌라 그레고리아나까지 세 곳을 보시더라구요^^

그러니 돌아다니기 힘든가보다!하며 지레 걱정하지는 않으셨음 좋겠습니다.

그치만 운동화 신고 가시는 건 필수입니다^^

또한 빌라 아드리아나 내부에 매점이 없으므로, 물과 간식은 준비해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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