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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서점 아쿠아 알타 Venezia Libreria Acqua Alta 본문

외국 돌아다니기/2015.05 Italy & Belgium

베네치아 서점 아쿠아 알타 Venezia Libreria Acqua Alta

mooncake 2015. 8. 13. 19:30





베네치아의 서점 아쿠아 알타를 알게 된 것은, 내가 즐겨찾는 사이트 Messy Nessy Chic에서 "10 inspiring bookshops around the world"를 본 다음 부터로, 베네치아로 행선지가 결정된 이후 제일 먼저 떠올린 목적지도 바로 이 곳이었다.


리알토 다리에서 구글맵을 켜고 정말 이 길이 맞나 싶을 만큼 어두컴컴하고 좁은 골목을 지나고, 작은 광장을 지나고, 또 예쁜 가게들에도 여러번 시선을 사로잡혀 가며 한참만에 도착한 아쿠아 알타.

제대로 도착했다는 안도감, 기대만큼 멋지진 않구나...란 생각이 살짝 들었던 가게의 첫 인상, 약간 엉뚱한 주인 아저씨들, 그리고 고양이들.





고양이 오줌 냄새가 희미하게 떠도는 가게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니다가 혹시 포르투갈어로 된 책이 있는지 물어보자 친히 포르투갈어 책들이 있는 장소까지 안내해주셨지만, 스페인어 책들과 뒤섞여 있어 조금 실망한데다가 - 포어는 유럽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은 대접을 받는구나라는 느낌?ㅠ - 딱히 흥미를 끄는 책이 보이지 않아 잠시 책 고르기를 멈추고 가게 이곳 저곳을 탐험했다.














서점 바깥에 책으로 만든 계단이 보였고 이 계단 위로 올라가면 Wonderfull view가 있다고 쓰여 있길래 

아직 그치지 않은 빗방울을 맞으며 책 계단 위를 조심조심 올랐더니, 내 눈앞에 펼쳐진 이 풍경.





오래된 책 수백권을 딛고 바라보는 베네치아 뒷골목의 모습...

마침 습기를 머금은 선선한 저녁 바람이 불어오고 어디선가 희미한 아기 울음소리와 유려하고 단정한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지극히 이국적인 풍경과, 그곳에서 느끼는 너무나도 친숙한 기분과, 또 아드리아해에서 불어온 바람이 맞물려 특별한 느낌을 선사했던, 이 마법과도 같은 순간을 뭐라 표현해야 할까.


한참동안 키보드를 붙잡고 있었지만 나의 부족한 표현력으로는 좀처럼 당시의 내 느낌을 표현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내 마음속에만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아픈 다리도 쉴 겸, 베네치아의 정취도 마음껏 느낄 겸, 나는 사진 속 의자에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이 곳에서 생각보다 긴 시간을 보내는 바람에 결국 이 날 저녁에 가기로 했던 공연을 놓쳐버리고 말았지만, 그래도 후회하지 않을만큼 좋은 시간이었다. 





아쿠아 알타에서 무엇이든 꼭 책을 사오고 싶었는데 내 눈에 들어오는 책들은 내가 아는 언어가 아니라던지(이 서점에서만큼은 내가 왜 이태리어를 배우지 않은 건지 잠시 후회했다ㅋ), 너무 크고 무겁다던지, 혹은 너무 비싸던지... 등등의 문제가 있어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이 책, Teddy in Venedig을 구입했다.

친절하게도 제목 밑에 작은 글씨로 nicht nur für Kinder (not just for kids) 라고 쓰여 있어 더 마음에 들었다ㅎㅎ


테디베어의 베네치아 여행기를 다루고 있는 이 귀여운 책은 빌라 아드리아나에서 산 책과 마찬가지로 역시 독일어 책이라서, 

나는 왜 이탈리아에서 자꾸 독일어 책을 사고 있는 건지 스스로도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상해 이상해...




* 책 이야기가 나온 김에 갑자기 딴 애기 하나 : 영화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Only lovers left alive)"의 주인공인 삼천살 먹은 뱀파이어 "이브"는 손가락을 통해 책에 쓰여진 지구상의 모든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캐릭터로 나온다. 오래 살았기 때문에 지구상의 모든 언어를 익힐 수 있었던건지, 아니면 원래 타고난 능력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그간 본 초능력 중 순간이동 다음으로 제일 부러운 초능력이었다. 지구상의 모든 책과 문자를 다 이해할 수 있다면, 정말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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