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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마나한 푸념 본문

Trivia : 일상의 조각들

하나마나한 푸념

mooncake 2015. 10. 13. 23:06

가급적 퇴근 후에는 회사 생각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오늘 저녁에 겪은 짜증나는 일은 뇌리에서 떨쳐지질 않는다. 회사 다니기 싫은 건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지만 정말 당창 박차고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말 그대로 생업임과 동시에, 여행 자금원임과 동시에, 내 인생의 최대스트레스임과 동시에, 알량한 면죄부인 회사.

면죄부라 함은, 평범하진 않은 내 자신과 내 삶에 대해 크게 간섭받지 않을 최소한의 무언가랄까? 그러니까, 결혼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닥 결혼할 생각은 없으며, 가능하다면 세상을 방랑하고 싶은 마음만 가득하고, 어른으로써의 일반적인 생활감각은 거의 없으면서 여전히 장난감만 보면 눈을 반짝이며, 남들 눈엔 도대체 왜 먹고 사는 일과 전혀 관계없는 포르투갈어나 독일어를 배우는지 도통 이해가 안가는 그런 사람, 철도 안들고 왜 저렇게 요령없이 사나 의아해보일, 바로 "내 자신"이 사회에서 용인될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바로 회사일 거다.

아마 내가 직장조차 갖고 있지 않았다면 주위 사람들에게 도대체 왜 그렇게 사냐는 심한 잔소리를 들었겠지. 그렇지만 일단 내 속이 문드러지든 말든 꾸준히 다니고 있는 직장 덕에 제 앞가림은 하는 걸로 보이니 내가 좀 남다르게 살아도 "쟨 원래 좀 독특했지" 정도 선에서 마무리되는 거다.

그러니 회사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적지만 돈도 주지,
면죄부도 되어 주지,
(소수지만) 좋은 인연도 만나게 해줬지...
게다가 결정적으로 회사 안다니면 먹고 살 방법이 없기 때문에 죽을 정도로 회사가 싫어도 다녀야한다. 사실 사람들의 시선 같은 건 부차적인 이슈다ㅋ

그래서 결국은 하나마나한 푸념이다. 써내려간다고 마음이 풀리는 것도 아니고 상황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내일 아침 세상이 (좋은 쪽으로) 달라져 있을리도 없고... 이런 글 쓸 시간에 10분이라도 더 자는 게 훨씬 실속있다.

근데 열받아서 잠이 안와...ㅜㅜ
피곤한데 잠이 안와...ㅜㅜ
다년간의 트레이닝으로 진짜 왠만하면 회사일로 잠 설친 적은 없는데 아 정말ㅜㅜ

원래는 나 혼자 끄적이는 블로그였는데, 그래서 그냥 대나무숲처럼 나 혼자 화내고 울고 웃는 그런 장소였는데, 어느 순간 정기적으로 찾아주시는 고마운 분들이 생기고, 좋은 말씀도 많이 주시고, 수시로 징징대는 나에게 토닥토닥도 많이 해주시고... 그래서 사실 이젠 이런 글 쓰는 게 많이 민망하기도 하고(맨날 징징거려서), 또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오신 분들께는 공해같은;;; 글을 보게 해서 죄송하기도 하고 그런 마음이다.

여튼 저도 늘 컨텐츠가 있는 그런 양질의 글만 쓰고 싶지만; 기본적으로는 일기장처럼 쓰는 개인블로그이다보니 이런 우울한 심경토로글을 종종 쓰게 되네요. 혹시 잘못 밟았다 싶으심 슬쩍 즈려밟고 다음글로 지나가주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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