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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derlust

헬싱키 공원에서 만난 할아버지 본문

외국 돌아다니기/2015.09 Finland & Tallinn

헬싱키 공원에서 만난 할아버지

mooncake 2015.10.25 21:52


헬싱키에서의 두번째날 아침, 호텔 뒷쪽 공원을 한바퀴 돌고 있는데, 친구분과 같이 산책 중이던 할아버지가 어디서 왔냐며 말을 거셨다.

한국에서 왔다니까 굉장히 반가워하며,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줄줄 꺼내셨다.
남한 인구가 몇명이냐고 물으셨는데 워낙 외국어 숫자에 약한지라 순간 당황했다가 "핀란드 인구가 몇명이죠?" 라고 되묻고ㅋ "그거의 열배에요^^"라고 답했다ㅋㅋㅋㅋ

히에타라하티 벼룩시장에 들렸다 수오멘린나에 가야하는 일정이었으므로 마음이 좀 급했는데 할아버지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질문을 해오셔서 결국 꽤 긴 대화를 하게 됐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오! 부유한 나라(rich country)에서 왔구나! 라고 하셔서 좀 당황스러웠다. 이어서 "한국은 경제성장율이 굉장히 높고 IT산업이 발전해있고 실업률은 낮다면서? 부럽다. 우리는 가진 자원도 없고 경기도 나쁘고 일자리가 없어서 실업률이 너무 높아ㅠㅠ"라고 하시는데 레알 당황의 도가니...ㅋ 왜 보통... 막연하게 북유럽은 우리보다 잘 산다고 생각할뿐더러, 유럽 그 어느나라에서도 "리치 컨트리"에서 왔구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는데, 다른 나라도 아닌 핀란드 사람에게 이런 말을 들을 줄이야.
생각하시는 정도는 아니라고... 요즘 한국도 경기가 안좋고 특히 젊은 층의 실업률은 꽤 큰 문제다... 라고 간략히 답해드렸다. 굳이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여행 중에 우울한 문제들을 구구절절히 논하고 싶진 않았으니까.

실제로 한국과 핀란드 중 어디가 더 경제성장률이 낮고 실업 문제가 더 심각한지는 객관적인 지표를 비교해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요는... 자기가 속해 있는 현실은 훨씬 더 비관적으로 보이고, 반대로 남의 상황은 좀 나아보이는, 또는 좋은 부분만 부각되어 보이는 경향이 있으며, 자신의 장점은 안보이거나 작아보인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부분이다.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새로운 생각과 다양한 시선과 각자의 입장에 대해 알게 되는 것. 

헬싱키 할아버지와 내가 꼭 마이너스 경제성장률 같은 우울한 얘기만 한 건 아니고, 장미꽃이 핀 공원의 조그만 호수 앞에 서서 핀란드에 대한 여러가지 얘기도 듣고 또 한국에 대한 질문에도 열심히 답해드렸다. 나중엔 핀란드 여행에 대한 조언도 해주고 싶어하셨는데 이미 일정을 짜왔다고 하니 많이 아쉬워하셨다ㅎ

뜬금없이 헬싱키 할아버지와의 대화를 블로그에 적고 있는 건, 자꾸만 도망가고 싶고 현실이 원망스러운 요즘의 나에게 "어딜가든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 걸" 주지시키기 위해서다.

또한 최악이다 싶은 상황이 꼭 그렇지 않을수도 있다는 것을, 어쩌면 이 세상의 누군가는 나를 부러워할수도 있다는 것을, 물론 그래봤자 내 마음은 자꾸 비관의 늪으로 빠지지만 말이다.

 

이 글을 쓰고 검색해보니 핀란드 경기가 안좋긴 안좋은 것 같다. 핀란드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4년째 마이너스 성장(예정)에 높은 실업률에 나날이 높아지는 물가 거기에 난민 지원에 들어가는 높은 재정부담 등등, 어려움이 많구나. 그래도 우리나라보단 훨씬 나은 것 같지만서도, 정녕 도망칠 곳은 없는 겐가.

 

18 Comments
  • sword 2015.10.25 22:09 신고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청소년과 2030, 그리고 노인 자살율, 노인 빈곤율이 1위인 그래프가 부끄러워져 할말이 없어진....
  • mooncake 2015.10.26 13:34 신고 살기가 왜 이렇게 힘든지 ㅠㅠ

    일견... 헬싱키보다 서울이 화려해보일진 몰라도... 아마 헬싱키에서 만난 할아버지가 우리나라 노인 복지의 실상을 알게 되면 몹시 실망하실듯요...
  • sword 2015.10.27 00:00 신고 경로당의 냉난방비 전액 삭감이란 뉴스가 나온 어제오늘;;

    크윽 -_ㅠ
  • mooncake 2015.10.27 10:30 신고 정말요? 확정인가요? 헉... 폭염과 혹한에 시달리는 울 나라에서 경로당 냉난방비 전액삭감이라뇨ㅠㅠㅠㅠ 진짜 미친듯... 줄일 게 따로 있지...ㅠㅠㅠㅠ 진짜 우울한 현실이네요 ㅠㅠㅠㅠ
  • 둘리토비 2015.10.26 00:23 신고 많은 생각을 하셨을 것 같네요.
    한국의 상황도 알고 계실것이고 저 할아버지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지 참 고민하셨을것 같고....
  • mooncake 2015.10.26 13:35 신고 당황스러웠죠^^;;;
    핀란드도 경기가 좋지 않고, 외국 난민 받아들이느라 재정 지출이 많아져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는 들었습니다만 그래도 할아버지가 너무 비관적으로 말씀하셔서리...
    다들 자기가 겪고 있는 문제는 훨씬 커 보이고, 장점은 잘 안보이는 건가봐요.
  • 공수래공수거 2015.10.26 09:27 신고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건 어딜가나 마찬가지인
    모양입니다 ㅋ
  • mooncake 2015.10.26 13:42 신고 네 정말 그렇더라구요^^;;;
  • mskyung 2015.10.26 09:51 신고 비록 핀란드 할아버지께서 한국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갖고 계셨지만, 그것도 한국에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걸 정정해줄 수 있는 Mooncake님이 마침 그 타이밍에 그 자리에 계셔서 다행이란 생각도 듭니당^^ 저도 그런 여럿 외국인들 만나봤어요 ㅋㅋ 특히 북한과 남한의 관계는 10년이 지나도 핫한 이슈더라고요ㅋㅋㅋ 이런 사람들 만날때마다 저는 반성 많이 해요ㅠ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이 없어 명쾌하게 대답해주지 못해서 미안하기도 하고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부족한 제 모습을 마주하기도 하고요...! 공감가는 글 감사해요 :-)
  • mooncake 2015.10.26 13:45 신고 네 맞아요^^ 그리고 확실히 몇년전에 비해 점점 더 한국에 대해 관심있고 이것저것 잘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만나게 되는 것 같구요.
    북한과 남한의 관계도 단골 주제죠ㅋ 근데 저 역시 설명을 잘 못해주는 것 같아 항상 찜찜함이;;; 여행 중에 찜찜함을 느꼈다가 한국 오면 또 까먹곤 했었는데 MsKyung님 덕에 떠올리게 됐네요^^ 이젠 잊지 말구 좀 준비를 해가야겠습니다ㅋ 저도 감사드려요^^
  • lainy 2015.10.27 00:20 신고 외국나가서..단 한번도 코리안?이라는 말을 들어본적이 없네요
    제패니즈? 차이니즈? 이러기만 하지 그 떄 마다 매번 코리안이라고 말하면..
    열에 한둘은 놀쓰? 사우쓰? 라고 물어보고..-_-a

    암튼 재밌네요. 정말 벗어날 곳은 없어보입니다
    이 나라 이 땅에서 잘살아야지..

    아..출근하기 싫으네요 내일..하..
  • mooncake 2015.10.27 11:34 신고 그쵸 대부분은 일본사람이냐 중국사람이냐 묻죠.
    근데 그래도 한국사람 많이 가는 동네는 또 한국사람인지 귀신같이 알아보더라구요ㅋㅋㅋㅋ

    여길 꼭 벗어나겠다는 건 아니였지만 마음의 보루(정 안되면 다른 나라 가서 살겠어 뭐 이런ㅋㅋ)조차 가질 수 없는 현실이 팍팍하네요. 출근은 잘 하셨나요?ㅎㅎ
  • 즐거운 검소씨 2015.10.27 06:47 신고 지금 세계 어느 나라고 간에 어렵지 않은 곳이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있는 지역에도 일자리가 너무 없어서 실업자로 보내는 분들도 참 많아요. 나이가 들어 은퇴하면 연금이 나오기는 하지만, 생활비랑 공과금, 세금 같은 걸 내고 나면 노인들도 살기가 팍팍해서 계속 일하시는 분들도 보여요.
  • mooncake 2015.10.27 11:36 신고 에구. 그렇군요. 다들 꿈꾸는 이민지인데도 그렇군요.
    슬픈 현실입니다ㅠ.ㅠ
    여기서 열심히 살아야 하는데 현실이 너무 퍽퍽해요.
  • The 노라 2015.10.27 11:13 신고 한참 전부터 핀란드의 경제는 정말 좋지 않았어요.
    세계 전체적인 불황이긴 하지만 핀란드는 EU에 가입한 것이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라고 볼 수도 있구요. ㅡ.ㅡ;;
    그리고 난민문제는 지금 유럽 전체적인 문제인데 핀란드고 독일이고 어느 나라고 간에 아마 조만간 엄청난 큰 갈등으로 유럽사회 전체가 흔들리게 될 지도 몰라요. ㅠㅠ
  • mooncake 2015.10.27 11:30 신고 그렇죠 일단 노키아의 몰락부터가...ㅠㅠ
    9월에 핀란드 전체가 총파업에 들어간 날이 있었는데, 이 총파업도 정부의 복지재정 삭감, 근로조건 악화 정책에 반대하기 위한 파업이었다고 하더라구요.
    아무래도 EU로 덕 본 건 독일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난민 문제 진짜 심각하죠. 참... 너무 어려운 문제같아요...
  • 겨울뵤올 2015.10.28 08:39 신고 그러게요.
    유럽하면 부유한 나라들이란 느낌이 들어서..ㅎㅎ
    아무래도 그곳 경제 성장률 보단 우리네보다 물가가 높기 때문에 단순하게 물가를 기준으로 잡아 잘 산다는 편견을 만들었는지도요.^^;
    그런데 우리나라가 그런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니.. 의아하고 어리둥절하지만, 나쁜 이미지 보단 나으니까 다행? 인 건가요?^^;;:
    제발 다른 이들이 보는 좋은 이미지에 맞춰갔음 좋겠네요.^^
  • mooncake 2015.10.29 10:35 신고 걍 제 추측으로는 그 헬싱키 할아버지가 일본 한국 싱가폴 이런 아시아 나라들 묶어서 굉장히 희망적으로 좋은 부분만 부각해서 쓴 특집기사나 프로그램을 예전에 보신 적이 있는 게 아닐지^^ 외형상으로는 뭐, 서울 중심지랑 헬싱키 중심지를 비교하면 서울이 훨씬 화려하기두 하구요. 근데 이 분이 또는 핀란드 사람들이 좀 특이한 편이긴 한게, 보통은 사실상 한국보다 잘 못사는 유럽국가라 하더라도 (그들에게는) 듣보잡 아시아 국가인 한국이 그럭저럭 잘살고 많이 발전했다는 걸 인정못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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