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lust
핀란드의 칼 파제르 밀크초콜렛 본문
핀란드 여행 두번째 날. 새벽 4시에 잠에서 깼는데 배가 너무 고팠다.
전날 저녁을 제대로 먹지 않고 오후 5시쯤 커피랑 머랭을 먹은 게 전부였으니 배가 고플만도 했다. 그리고 내가 도착한 날이 하필이면 토요일이라 마트가 문을 일찍 닫아서 간식거리를 사놓지도 못했다. 창밖은 매우 깜깜했고, 호텔의 조식 시간까지는 무려 세시간 반이나 남아 있었다. 다시 잠을 청하려고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거대한 공허감이 나를 에워싸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때 핀에어에서 남겨온 칼 파제르 밀크초콜렛이 생각났다. 원랜 커피와 함께 초콜렛이 서빙되는데, 내가 초콜렛 집는 걸 깜빡해서 나중에 따로 부탁드렸더니 스튜어디스분이 통크게 한웅큼 갖다주셨던 초콜렛이었다. 뭐, 당연한 일이긴 한데, 그래도 워낙 그 분이 친근하고 발랄한 미소와 함께 초콜렛을 주고 가셔서 그랬는지 괜히 기분이 참 좋았다.
그래서 나는 새벽 5시, 헬싱키 아르투르 호텔의 낡은 나무 테이블 위에 마리메꼬 냅킨을 깔고 칼 파제르 밀크 초콜렛을 펼쳐 놓은 뒤 기념사진을 한 장 찍은 다음, 바로 초콜렛을 까서 먹었다. 당연히 정말 정말 꿀맛이었다!!! 달달하고 부드럽고 진한 맛이 텅 빈 위장 뿐만이 아니라 지친 마음을 달래주었고, 당분이 혈관을 타고 손끝으로 퍼져나가자 몸도 조금 따듯해지는 것 같았다. (새벽에 호텔방이 좀 추웠다ㅠㅠ)
원래도 초콜렛을 엄청 좋아하는데, 공복과 피로에 지친 상태에서 먹었으니 정말 맛있을 수 밖에. 그래서인지 난 이 칼 파제르 밀크 초콜렛에 완전 꽃혀버렸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헬싱키 공항 면세점에서 똑같은 초콜렛을 사와 나혼자 감춰두고(ㅋㅋ) 야금야금 먹고 있었는데, 이제 몇개 남지 않아 아주 많이 아쉽다.
정말 새삼스럽지만, 여행의 추억이 크고 화려한 경험 뿐만 아니라 종종 이렇게 사소한 부분에 맺힌다는 것이, 아니 오히려 더 강렬한 기억으로 남는다는 것이 참 재미있다. 스튜어디스분께 초콜렛을 받는 순간 기분이 좋았던 것과, 헬싱키의 낡고 추운 호텔방에서 새벽에 까먹은 달콤한 초콜렛의 기억이, 아름다운 탈린 올드타운을 누빈 기억 못지않게 두고두고 생각나는 건 정말 신기한 일이다. 무엇이 진짜 큰 추억이 될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아는 법. 그래서 그게 가끔은 큰 위안이 되는 것 같다^^
* 핀란드 가시는 분들, 혹은 핀에어 타고 경유해서 헬싱키 반타 공항에 들리시는 분들, 꼬옥 이 칼 파제르 밀크초콜렛 사서 드셔보세요.
물론 바(Bar)형태나 틴케이스에 들어있는 제품이 훨씬 더 많이 보이지만, 그래도 전 이게 제일 맛있는 것 같아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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