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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derlust
로마 스페인 광장의 해질녘 본문
로마 스페인 광장에서 이 사진을 찍을때 난 그닥 행복하지 않았었다.
오르비에또를 다녀오던 길,
때이른 무더위와 레죠날레 기차의 연착으로 인해 찜통 안에서 한참을 견뎌내야 했던 나는 완전히 녹초가 되어 있었다.
스페인 광장 앞의 유명한 영국 찻집 바빙턴 티룸에 들어가 쉬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이 너무 꼬질꼬질하여 당췌 그 우아하고 비싼 찻집 안으로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여행자 특유의 뻔뻔함을 발휘하기엔 내가 너무 지쳐 있었던 모양이다.
터덜터덜 계단을 오르는데
일요일 저녁 스페인 광장엔 정말 많은 연인들이 달콤한 한때를 나누고 있었고
꼬질꼬질하고 초라하고 지치고 목마르고 배고픈 나는 갑자기 깊은 외로움을 느꼈다.
사진 속 근사한 레스토랑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참 부럽게만 느껴졌다.
뭔가 나랑은 다른 세계 사람들 같았다.
그래도 로마 스페인 광장에서 바라본 5월의 해지는 풍경은 참 아름다왔다.
로마 마음에 안든다고 맨날 투덜거렸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래도 그때가 그립다.
오늘도 나는 쓸데없이 감성충만. 하하하...
저 풍경 속에 서 있던 그 당시 느낌에 잘 어울리는 음악.
영화 레전드(Legend) 삽입곡 Your race is run
세간의 혹평과는 달리 이 영화 참 재밌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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