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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광 울고 싶은 날의 음악들

mooncake 2015. 12. 24. 11:45

 

블로그에서 자주 징징거린 것과 다르게, 실제의 나는 밝고 즐겁게 꺄르륵 웃으며 지내고 있었다.

종종 마음의 위기가 오기는 했지만 우울해하고 속상해하면 꼭 지는 것만 같아서 일부러 즐겁게 지냈다.

 

그런데 정말 소중한 동료를 한명 또 떠나보낸 오늘은 그런 마음가짐에도 한계가 온다.

요즘 유행하는 말처럼 "광광" 울고 싶은 날이다.

그렇게 광광 울고 싶은 날에 듣는 음악들.

 

 

1. Daniem Barenboim - Mi Buenos Aires Querido 

 

피아니스트/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연주한 까를로스 가르델의 탱고 "미 부에노스 아이레스 꾸에리도(Mi Buenos Aires Quderido)"

오늘 아침에 출근길에 이 곡이 갑자기 미친듯이 생각나서 유튜브로 음악을 들었는데,

참 신기한 사실은, 고3 시절이 어마어마하게 오래전임에도 불구하고 요즘도 감정이 바닥을 치면 고3때 듣던 음악들을 나도 모르게 꺼내 듣는다는 것이다.

 

수능이 100여일 남았던 고3 하반기 시절은 정말 힘든 시기였었다.

몸이 많이 아파서 학교도 못다니고 한동안 집에서 쉬는 사이, 나는 심리적 불안감이 어마어마했고, 친구들은 전부 스스로 여유가 없다보니 나에게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기에 집에 혼자 있었던 나는 정말 사무치게 외로웠었다. 외로움과 불안감이 콤보로 점철된 힘든 시기였다.

비슷한 일을 지금 겪는다면 쉽게 넘기겠지만(오히려 집에서 논다고 좋아할지도 모름ㅋ), 그때는 어렸고 수능을 앞두고 있는데 공부를 할 수가 없으며 세상에 혼자 남겨진 듯한 기분이 들어 정말 힘들었다. (사실은 안아팠어도 공부를 그리 많이 했을 것 같진 않지만 사람 마음이 왜, 할 수 있는데 안하는 거랑 못해서 못하는 거랑은 결과는 같아도 느낌이 완전 다르니깐ㅋㅋㅋ) 그렇게 마음의 바닥을 쳤을때 듣던 곡들 중 하나가 바로 이 곡, 미 부에노스 아이레스 꾸에리도(내 사랑 부에노스 아이레스)인데, 요즘도 마음이 바닥을 치면 나도 모르게 그때 즐겨듣던 곡들이 떠오른다는 게 참 놀랍다.

 

그나저나 이제는 기억도 까마득한 고 3때부터 이 곡을 들으며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공기와 햇살을 꿈꿔왔는데, 아직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못가봤다니, 뭔가 굉장히 중요한 걸 놓치고 살았다는 기분이 든다. 늦어도 내후년까지는 꼭 아르헨티나 땅에 발을 디뎌볼테다!

 

 

2. Carlos Lyra - Influência do Jazz

 

보사노바랑 삼바가 좋아서 브라질을 좋아하게 되고 그래서 포르투갈어를 배우고

포르투갈어를 배우다보니 포르투갈에 가고 싶어지고 포르투갈에 갔더니 포르투갈에 흠뻑 빠지고!

나를 키운 것 중 2할은 보사노바다. 이건 분명해.

 

처음 포르투갈어를 배우러 갔을때, 선생님이 포르투갈어 왜 배우세요? 물어봐서

아 제가 브라질 음악을 좋아해서요, 라고 답했더니

"혹시 홍대에서 보사노바 음악 하시는 분이세요?"라고 되물으셨다ㅋㅋㅋㅋ

아뇨 그냥 취미로요^^ 라고 대답했더니

남들은 보통 생업(브라질 발령, 사업 등등)으로 배우는 데 취미로 배우는 사람은 처음 봐서 참 신기하고 멋지다고 하셨다ㅋ

 

암튼 그렇게 포르투갈어를 배우게 됐는데, 내가 예전에 배웠던 프랑스어/라틴어랑 워낙 유사한지라 진짜 이렇게 쉽게 배워도 되나, 이렇게 언어 하나를 날로 먹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너무 재밌고 쉽게 배운 포르투갈어. 히히...♡

(그렇다고 포르투갈어를 잘하는 건 아닌... 쉽지만 게을러서 공부는 별로 안했...;;;;;;)

 

 

3. Jamie Cullum - London Skies

 

오래전부터 런던에 가면, 꼭 제이미 컬럼의 런던 스카이즈를 들으며 런던을 거니는 BGM놀이를 하리라 생각했었다.

근데 정작 런던을 여행하는 동안은 새하얗게 까먹었고ㅋ 한국에 돌아와서야 아이구 런던에 있을때 런던 스카이즈 듣는 걸 깜빡했네?라고 아쉬워했다.

 

굳이 핑계를 대보자면, 노래가사는 "On a cold winter's day"이고 내가 최근에 런던에 갔던 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다는 영국의 여름, 8월이었으니

그래서 아예 생각이 안난 게 아닐까...라는 것(궁색하다 궁색해ㅋㅋ)

 

춥고 해까지 짧은 겨울 시즌의 여행은 안좋아하지만,

그때 못한 BGM 놀이를 위해서라도 언젠가 한번은 꼭 겨울철에 런던 여행을 가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너무 춥지는 않은, 햇살이 맑은 겨울 날에.

 

 

4.  Shostakovich - Cello Sonata in D minor, Op 40

 

나이가 드는 건 대개 슬픈 일이다.

그래도 나이가 드는 것의 장점이 없지는 않을텐데,

나에게 있어 나이가 드는 것의 가장 큰 장점으로 생각되는 것 중 하나라면 어릴때는 별로 안좋아했거나 혹은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곡들이 나이가 들면서 갑자기 확 좋아지거나 새삼스러운 감동을 느끼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8살 무렵에는 정말 치기 싫어했던 바흐 인벤션이 16살엔 최애곡이 된다거나 

대학교 1학년때 극혐했던 멘델스존 이탈리안 협주곡이 삼사년 지나 들으니 너무 좋다거나(곡 자체가 싫다기보단 오케스트라 연습이 너무 빡세서 질린거지만) 

몇년전까지도 딱히 좋은 줄 몰랐던, 위의 쇼스타코비치 첼로 소나타가 갑자기 심금을 울린다거나 하는 경험들.

 

나이가 드는 건 정말 슬픈 일이지만

그래도 계속 계속 마음에 드는 곡이 늘어날 거라고 생각하면, 또 음악에서 받는 감동은 계속될 것이라 생각하면

그것 하나만큼은 꽤 큰 위안이 된다^-^

 

 

 

그럼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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