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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도, 쇼핑몰에도 없는 것 - 소비성향에 대한 반성 및 일상잡담 본문

Trivia : 일상의 조각들

냉장고에도, 쇼핑몰에도 없는 것 - 소비성향에 대한 반성 및 일상잡담

mooncake 2016. 3. 21. 22:12


내가 쇼핑을 좋아하게 된 건 언제부터일까, 그건 적어도 동전을 들고 집 앞 수퍼마켓으로 뛰어가던 4-5살 무렵부터 시작되지 않았을까. 초등학교 때 엄마는 가끔 걱정을 하곤 했었다. 설날에 세뱃돈을 받는다거나 해서 용돈이 생기면 오빠는 통장에 꼬박꼬박 저금을 하는데, 나는 돈이 생기면 바로 쇼핑몰로 뛰어가 몽땅 써버린다고 말이다. (하지만 초등학교때 쓰던 통장을 보면 돈을 저금한 기록이 꾸준히 있어서, 엄마의 걱정은 다소 과장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시간이 훌쩍 지나버린 지금도 나의 소비성향은 초등학생 때와 비슷하다. 나름 저축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원체 소비지향적인 인간인데다가 쇼핑이 삶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어서 필요한 물건이 없어도 주기적으로 무언가 사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다. 지금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뭔가 사고 싶어 드릉드릉한 마음"을 잠재우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이런 순간마다 나는 몇년전에 읽었던 빅토리아 모란의 "냉장고에도, 쇼핑몰에도 없는 것"의 표지를 떠올린다.

 


(교보문고에서 퍼온 책소개)

뚱뚱하고 가난하고 외롭다는 느낌을 받는가? 먹어도 먹어도 속이 허하고, 지름신을 따라 물건을 잔뜩 샀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별로 없고, 많은 사람과 함께 있지만 혼자인 듯한 감정이 든 적이 있는가? 이 책은 여성들 대부분이 고민하는 비만, 경제적 궁핍, 외로움을 물리치는 방법을 제안한다. 인생을 바꾸는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 본문은 먼저 내면의 공허함을 벗어던지기 위한 도구를 소개한다. 멋진 삶을 방해하는 모든 것들이 내면에 들어올 수 없도록 도와준다. 그런 다음 도처에 널려 있는 비만과 우리가 음식으로 채우는 내면의 공허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서 말하는 비만이란 외면상의 문제가 아니라 기름진 음식을 먹으며 책상에만 앉아 있다 보니 생기는 문제를 말한다. 그리고 돈 한 푼 들지 않고 달콤하고 단순한 즐거움을 누리는 방법, 자신의 매력을 발견하여 충만한 영혼을 가지는 방법을 차례대로 알려준다. 마지막에는 자신의 본래 모습에 충실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활용하고, 당신만의 빛깔을 냄으로써 주목받을 수 있는 길을 안내한다. 책 전반에 걸쳐 지금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의 내용은 훌륭했으며 여러가지 시사점이 많았지만, 늘 그렇듯이 책 한두권 읽는 걸로 인생이 바뀌는 일은 결고 일어나지 않아서 난 여전히 쓰잘데기 없는 물건을 주기적으로 사들이고 있으며 다이어트는... 오히려, 저 책을 읽던 시점이 그나마 날씬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살이 쪄버리고 말았다! (망했어요.)

우울,피곤,분노,곤란,슬픔 등의 감정을 죄다 먹는 걸로 (특히 탄수화물로) 해소하려는 습관을 버리지 않는다면 다이어트는 영원히 요원한 일이 될터이다. 근데 이 나이까지 이렇게 살아왔는데 과연 바뀔 수 있을까. 아. 역시 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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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인터넷 면세점 쇼핑은 나를 고뇌에 빠트린다. 뭔가 더 살 게 없을지 기웃거리다 필요없는 것들을 지른 뒤 결국 쓰지 않고 방치하는데, 그런 시간낭비와 돈낭비를 일년에 대여섯번은 반복한다. 일년에 세번 정도는 출국하고, 엄마도 보통 그 정도는 여행을 가시니 두세달에 한번은 면세점 쇼핑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자주 사면 사실 딱히 살 게 없는 때가 더 많은데도, 맨날 시간이 부족해서 여행준비 못했다고 징징거리면서 면세점은 들여다보고 있을때가 많고(...) 또 돈 벌기 힘들다고 투덜거리면서 안필요한 물건을 마구 질러버리는 행동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건 그냥 중독이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자, 내가 왜 이렇게 자아비판을 하고 있냐면 지금 다섯번째 비비안 웨스트우드 가방을 지르고 싶어 고민 중이기 때문이다ㅋ 한때 나는 비비안 웨스트우드 가방을 연속 4회 지른 적이 있는데, 그 중 잘 들고 다닌 건 딱 한개 뿐이고, 나머지 세 개는 어딘가에 박아놓고 거의 쓰질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또 비비안 웨스트우드 가방을 사고 싶어하다니 제대로 한심하다. 안쓰는 비비안 웨스트우드 가방 세 개 살 돈으로 유럽이나 한번 더 다녀왔다면 차라리 좋았을텐데. 블로그에서 이렇게까지 스스로를 흉봤으면 챙피해서라도 안지르겠지?싶지만 나도 날 모른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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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봄기운이 제법 완연해서, 꽤 기분 좋은 봄바람이 분다.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그런 가볍고 부드러운 봄바람이다. 해가 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냉랭하게 변해버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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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엔 온갖 물건이 다 있는데 정작 찾는 물건은 안보인다. 지금까지 "정리"와 "버리기"에 대한 책만 몇 권을 샀는지, 그래도 여전히 방이 온갖 물건들로 터져나가려는 걸 보면 한숨만. 내일 꼭 필요한 서류가 있는데 나타나지 않아서 피곤하고 우울하다. 포기하고 그냥 자야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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