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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일상 잡담 - 지옥탈출기, 도쿄여행고민, 안탈랴, 구두 그리고 정리마녀 유루리 마이 본문
Astrud Gilberto - It Might as Well Be Spring
1. 올해 들어선 뭔가 계속 정신이 없었습니다. 새로운 일에 적응하느라 허덕이며 지내다 보니 벌써 3월이네요. 피로가 누적되었는지 2주간 앓기도 했구요. 처음 시작은 감기였는데 이때다 싶었는지 여러 지병들이 두두두둥 같이 악화되어서 고생스러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요즘은 출근하는 게 별로 싫지 않아요. 물론 아침에 너무 피곤해서 일어나기 싫은 것과는 별개지만요. 즉, 체력적인 부분에선 출근하는 게 죽을 맛이지만 적어도 마음 자체는 2014년 5월부터 2015년 12월까지의 "정말 죽을만큼 회사 가기 싫다"는 기분은 아니라는 겁니다.
새삼 지난번 조직이 얼마나 지옥같았는지 깨닫게 되었어요. 물론 그 안에 있을때도 매일같이 지옥같다고 징징거렸지만 그 공간과 시간에서 빠져나오고 보니 더욱더 그 시간들이 끔찍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왜 진작 박차고 나오지 않았을까,라는 안타까움이 듭니다. 물론 저의 나약한 멘탈로 그 지옥을 견뎌낸 데에는 정말 많은 이유가 있었어요. 같이 힘든 시기를 겪은 동료들에 대한 애정, 커리어와 승진에 대한 욕심, 그리고 무엇보다 큰 이유 중 하나는 제가 포기자,도망자(Quitter) 컴플렉스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릴때부터 관심사도 다양하고 좋아하는 것도 많아서 정말로 많은 것들을 시작했지만, 흥미가 금방 식거나 게으르거나 또는 체력이 받쳐주질 않아 대부분 중도 포기했습니다. 제가 시작했다 관둔 것들을 여기서 줄줄이 나열하면 너무 우울해질 것 같아 생략하지만, 이것저것 건드리기 좋아하는 성향은 제가 손 댄 외국어-프랑스어, 일본어, 라틴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독일어, 인도네시아어 등등-만 봐도 드러나죠.(그래도 그나마 외국어는 다른 것들에 비해 성공적인 편ㅠㅠ) 그러다보니 이제는 새로운 걸 잘 시작못합니다. 하다 관둔 게 너무 많아서 부정적인 시나리오가 먼저 그려지거든요. 그리고 어느순간부터 "중도 포기자"는 제 컴플렉스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전의 조직도 쉽게 포기하고 나오지 못했던 겁니다. 지나고 나면 별 거 아닌데 너무 힘들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 관두고 나오면 조금만 더 참을걸 이라고 후회하지는 않을까, 또다시 쉽게 관둔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게 되진 않을까,라는 두려움이 있었거든요. 그러다 정말 한계에 봉착해서야 빼애애애액! 하고 뛰쳐나온 것인데, 나와 보니 왜 진작 안나왔을까 너무 후회됩니다. 인생은 짧잖아요. 때로는 인내심과 기다림도 중요하겠지만, 순간순간의 행복을 희생시킬 만큼 중요한 건 그다지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어려운 것이, 그 상황에 직면하고 있을땐 이 상황이 그럭저럭 버틸만한 것인지(또는 버틸 의미가 있는 것인지) 아님 너무 힘든 상황이라 빠져나오는 게 더 나은 건지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그리고 현재로썬 잘 나왔다고 생각하고 있어도 또 몇개월이 지나면 제 마음이 바뀌거나 조직 상황이 바뀔 수도 있는 것이고요. 혹시 몇달뒤에 제 마음이 바뀌더라도, 적어도 초반엔 잘 나왔다고 생각했다는 기록을 여기 남겨놓았으니 너무 후회하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ㅋ
기왕 이렇게 된 거, 앞으로 저는 사회적 성공 같은 것은 - 원래도 그닥 추구하지 않았지만 - 염두에 두지 않고 매일매일의 행복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말은 이렇게 해놓곤 퇴근하면 그냥 뻗어버리지만요ㅋㅋ
요는, 우리는 힘든 상황에서 벗어날지 말지 고민할때마다 도망치는 자신이 너무 나약한 게 아닌가 내지는 조직은 어딜가나 거기서 거기다...라는 생각으로 망설이지만, 그래도 좀 더 낫거나 자신에게 더 잘 맞는 환경의 차이는 분명히 있고, 또 충분히 노력했다면 "도망치는 게" 꼭 도망치는 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작년에 제가 했던 고민과 유사한 상황으로 많이 힘들어하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마음에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2. 도쿄 2박3일과 3박4일 중에서 고민 중입니다. 김포-하네다 구간으로 아침 일찍 출발했다 저녁 늦게 돌아오는 비행기는 늘 그렇듯 비싸서 현재 40만원에 육박하는데, 비행기값 40만원 내고 2박3일 다녀오는 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물론 늘 말하듯 저는 체력<시간<돈 순으로 부족한 사람이니 (이건 물론 어디까지나 비교우위. 그나마 체력, 시간보다 여유있는 게 돈인데, 그 돈이 많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ㅋㅋㅋㅋ) 부족한 체력과 시간을 돈으로 메꾸며 사는 게 맞지요, 맞는데, 아깝습니다. 특히나 요즘처럼 인터넷을 통해 남들 싸게 예약했다는 이야기를 자꾸만 보게 되는 때는요. (환승 스케쥴 괜찮은 유럽행 항공권 80만원대에 구입하고서 "저 비싸게 산 것 같은데 어떻나요?"라며 질문글 올리는 애들은 대체 정체가 뭐임... 답정너인가??)
물론 제가 늘 비싼 돈 내고 비행기표를 끊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똑같은 유럽행 에미레이트를 2013년에는 160만원 내고 탔고 2015년에는 80만원대의 금액으로 탔는데, 이 가격 차이는 2013년엔 극성수기 8월 표를 출발 일주일전에 발권했고, 2015년엔 5월 비행기표를 출발 3개월 전에 구매한 탓입니다. 2013년 비행기표는 비싸게 샀지만 출발 직전에 발권함으로써 어려움 없이 다녀올 수 있었던 반면에 2015년 5월은 비행기표 발권 이후에 중요한 업무 스케쥴과 충돌이 생기는 바람에 엄청 엄청 마음 고생을 했었어요. 그때 마음 고생한 걸 생각하면 출발 직전에 발권함으로써 더 내야했던 80만원은 아깝지가 않을 정도죠. 그러니까 결론은 모다? 비행기표 값 아까워하지 말고 눈치 안보이게 2박3일로 다녀오자. 근데 왜 눈물이 흐르지...? ㅠㅠ
3. 블로그에 Antalya Summer광고(터키 안탈랴 관광 광고)가 뜨네요. 최근에 터키 쪽은 검색한 적이 없었는데 대체 왜죠?! 터키관광청은 나한테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터키 안탈랴 in 그리스섬 out으로 해서 2주 정도 여름휴가를 다녀오고 싶어집니다ㅎㅎ (하지만 불가능ㅠㅠ)
4. 거의 10년 전에 하늘색 오드리를 신었었는데 갑자기 다시 신고 싶어져서 어제 자기 전에 인터넷을 검색했어요. 여러가지 추억이 생각나면서, 또다시 같은 신발을 신고 싶어졌어요-사실 색상은 좀 달라졌지만요ㅋ
그리고 이 신발도 눈에 들어왔어요. 이렇게 굽 높고 앞코가 뾰족한 신발은 절대 못신지만, 아아 갖고 싶다...
5. 요즘 흥미있게 읽은 책(만화책)은 정리마녀 유루리 마이의 "우리집엔 아무것도 없어" 입니다. 집안 정리, 특히 물건 버리는 법에 대한 책은 엄청나게 많이 나와 있지만 이 분은 그 중에서도 최고 레벨. 집을 이렇게 해놓고 사신대요.
거실
주방. 개인적으로 주방이 제일 놀랍습니다. 혼자 사는 집 아닙니다. 할머니, 어머니, 남편 그리고 고양이 세마리랑 같이 살고 있어요!!
침실
매번 실패했지만, 그리고 절대 이 레벨에는 이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새삼 귀감이 되는 모습입니다. 저도 가능하다면 진짜 이렇게 아무것도 없이 살고 싶어요. (물론 취미&취향상 불가능하죠ㅋㅋ) 쓸데없는 물건은 가급적 전부 다 버리고 왠만하면 물건을 들이지 않도록 다시 한번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근데 이런 결심을 하고 나면 하루이틀만에 안지를 수 없는 무언가가 나타나더라구요ㅋㅋ
그래도 지난 2주간 기력이 없어서 쇼핑을 전혀 안했더니 돈도 다른 달보다 좀 덜 쓴 것 같고 짐을 늘리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만족스럽습니다^^
6. 분명 점심 먹었는데... 4시엔 해물 잔뜩 들어간 삼선짬뽕이 먹고 싶더니 5시가 되어가는 지금은 갑자기 도쿄팡야의 에그마요빵이 먹고 싶네요...;;; 1번에서 언급한 지옥생활이 저에게 안겨다 준것은 노화된 피부와 인간에 대한 불신과 엄청나게 불어난 살 뿐인데, 대체 살은 언제 빼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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