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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여행 - 열대박물관, 포르투갈 시나고그, 신교회, 니콜라스 성당 오르간 연주회 등 본문

외국 돌아다니기/2016.08 The Netherlands

암스테르담 여행 - 열대박물관, 포르투갈 시나고그, 신교회, 니콜라스 성당 오르간 연주회 등

mooncake 2016. 9. 2.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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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1일 (수) - 일곱번째날

원래는 다른 도시에 갈 예정이었지만, 어쩐지 만사가 귀찮아진 나는 암스테르담에서 하루를 보냈다. 정확히는 꼭 가고 싶었던 도시들을 다녀온 이후, 다른 도시들의 우선 순위를 좀처럼 정할 수 없었다. 아른헴 근교의 크뢸러 뮐러 미술관, 히트호른, 델프트, 엥크하위젠, 마스트리히트... 고민에 고민이 거듭되다가 "아 몰랑"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근교 도시 여행을 포기하고 10년전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열대박물관에서 늦은 하루를 시작했는데, 10년전의 나는 이 곳이 "열대자연사박물관"인줄 알았다. 그러나 실상 이 곳은 "열대문화박물관"이고 더 정확히는 네덜란드가 식민지배했던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의 문화를 모아 전시해놓은 곳이라, 식민지배를 당한 적이 있는 나라의 국민인 나로써는 열대박물관을 둘러보는 마음이 썩 편치 않았다. 그런 지적을 감안해서인지 박물관 곳곳에는 "decolonize the museum"에 대한 글이 보였고 또 자신들의 식민지배가 폭력적이고 올바르지 못한 행위였음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내용이 있기는 했지만, 뭐랄까... 세상에 과연 정의가 있을까... 힘과 권력의 논리로 정당화되는 잘못들이 지금도 너무 많지 않은가...나중에 반성해봤자 뭐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그렇게 좀 착잡해진 심정으로 근처의 포르투기즈 시나고그에 들렸다. 포르투갈에 살던 유대인들이 17세기 암스테르담으로 대량 이주한 후 세운 유대교 교회로, 처음 지었을 당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 샹들리에만 해도 다른 교회들은 전부 전구로 바꾸었으나 이 곳은 아직도 촛불을 고집하고 있을 정도다! 그 덕에 독특한 분위기가 있기는 한데, 그래도 유대교 신자가 아니라면 굳이 꼭 들릴 필요는 없을 듯.

그 다음은 에르미따주 박물관이었는데, 온갖 특별전이 주렁주렁 나붙어 있는 걸 보곤 어쩐지 기운이 빠져서 - 저걸 다 보고 나면 완전 진이 빠질 것 같았다 - 잠시 고민하다가 에르미따주 박물관 카페에서 점심만 먹고 나왔다. 이러니깐 예술적 소양이 0인 사람 같자나...;;; (원래도 딱히 소양이 많진 않지만ㅋㅋㅋㅋ) 아무래도 이번에 뮤지엄을 넘 많이 가서 좀 질린 감이...;;;; 음음;;;;

이후엔 신교회와 블로엔마르크트를 구경하고, 칼버스트랏에서 각종 상점가를 훑어준 다음, 다시 중앙역으로 돌아와 미리 이메일로 예약해둔 니콜라스 성당의 파이프오르간 연주회를 감상했다.

사실 어제는 좀 많이 지치기도 했고 방문한 박물관들이 그닥 재밌지 않은데다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에 좀 우울한 하루였는데 그나마 오후의 쇼핑과 환상적인 파이프오르간 연주가 시시한 하루를 살려주었다;; 전날 저녁에 잔담을 방문한 이후부터 뭐가 좀 안풀리는 기분이 들었지만, 매일매일이 다 좋을 수는 없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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