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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파 마을 해안대로 - 밤의 습지 산책 본문

외국 돌아다니기/2017.03 Macau & Hongkong

타이파 마을 해안대로 - 밤의 습지 산책

mooncake 2017. 3. 31. 08:25


타이파 마을에 도착한 것은 해가 지고난 저녁 8시. 밤의 타이파 마을이 내심 궁금하기도 했지만, 타이파 마을이 처음인 친구는 "보이는 것도 없는데 여긴 왜ㅜㅜ!"라고 할까봐 살짝 걱정이었는데, 다행히도 마음에 들어했다 :)

타이파 주택 박물관 앞 벤치에 앉아, 습지와 저 건너편의 호텔들을 바라보며 잠시 쉬었다. 어제 마카오의 밤 기온은 21도. 높은 습도로 이국적인 열대기후의 느낌은 물씬 픙기면서도 기온은 높지 않아 돌아다니기 좋았고, 습지 앞 벤치에 앉아 있는 동안은 기분 좋은 바람이 살랑살랑 불기까지해서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가 앉아 있던 주택박물관과 습지 사이 길거리의 이름은 Avenida da praia, "해안대로"다. 간척사업을 통해 타이파와 꼴로안이 하나의 섬이 되고, 땅이 아니던 곳이 땅이 된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이름이지만, 포르투갈이 마카오를 통치하던 시절만 해도 우리가 앉아 있던 곳은 바닷가였던 것이다.

그 바닷가 앞, 지금은 마카오 주택박물관이 된 건물들은 포르투갈 관료와 그 가족들이 살던 일종의 ​​관사였다. ​바다가 땅이 되고 집이 박물관으로 변하는 세월 사이, 그곳에 살던 포르투갈 사람들은 오래전에 이 세상을 떠났고, 그들이 집 앞에서 바라보던 마카오의 풍경도 지금과는 천지차이였을테지만, 기분좋은 3월의 밤바람,촉촉한 공기, 어딘가 기분이 설레이는 그 대기의 느낌은 지금과 같았을거라 생각하니, 기분이 묘해졌다. 긴 세월의 흐름 속에서 보면, 백년도 살지 못하는 내가 지금 집착하고 신경쓰는 대부분의 일들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들인지.

조금 이상한 결론일지도 모르지만, 밤의 타이파 습지에서 다시 한번 다짐한 것은 어차피 삶은 짧고 유한하니 고민과 괴로움은 최대한 던져버리고 매순간순간 즐겁게 살자는 것. 물론 이건 내 인생의 모토이면서도 실제로는 정반대로 사는 순간이 훨씬 더 많지만... 그래도 잊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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