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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derlust

물건 버리기 이후 6개월 본문

Trivia : 일상의 조각들

물건 버리기 이후 6개월

mooncake 2020. 2. 26. 15:25

(*블로그에 꾸준히 들려주시는 분들껜 이미 아는 얘기를 반복해서 죄송합니다.)

 

작년에 대량의 짐을 정리하기 위해 휴직까지 내고 약 3개월 동안 물건을 버렸다.

원래 그 전에도 물건 정리 중이긴 했는데 워낙 물건을 못버리는 성미에다 정리할 물건이 너무 많아 휴직이라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미니멀리즘 관련 책이나 카페 글을 보면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고 삶이 바뀌었다는 간증(ㅋㅋ) 사례가 매우 매우 많은데

내 경우, 그렇게 많은 물건을 버렸는데도 삶이 달라지지 않았고 딱히 좋은 일이 생기지도 않았다. 흥칫뿡!

(오히려, 일이 더 안풀리고 있는 느낌이다ㅜ.ㅜ 인생은 끝까지 살아봐야 안다지만...)

물론 물건 좀 내다버린다고 해서 드라마틱하게 삶이 바뀔 거라는 기대를 했던 것은 아니였다. 문득 떠올려보니 그렇다는 얘기다.

(아니면 미니멀라이프라고 하기엔 여전히 짐이 너무 많기 때문인지도. 가졌던 물건의 2/3 가량을 버리긴 했어도 여전히 물건이 많다;;;)

 

아무튼, 삶이 바뀌는 기적은 없었으나, 반강제적인 미니멀리즘 시도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지 꼽아보자면

 

쇼핑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미 갖고 있는 물건을 예전보다 잘 활용하게 되었다.

 

-옷,가방,신발을 250KG 버리고 나니까 (이게 말이 250KG지, 큰 김장용 봉투 40개 이상의 분량이다. 정말 끔찍하게 많았다.) 옷 자체에 질려버려서 옷을 새로 사고 싶지 않다. 왠만한 옷은 사봤자 결국 또 쓰레기가 될 것 같다. 새 옷을 들이는 기준이 매우 엄격해졌다.

 

-예전엔 사놓고 까먹은 물건들이 너무 많았다. 택도 안 뗀 새 옷도 열 몇개가 나왔는데 결국 버리긴 했지만 옷은 그래도 언제든 입을 수 있는 거라 쳐도, 유통기한이 있는 물건들은 정말 한숨이 나왔다. 대랑으로 사놓고 까먹은 화장품, 의약품, 식료품 등등등. 이젠 왠만하면 물건을 쟁이지 않으려고 한다.

 

-찻잔과 장난감과 음반과 책 등등은 취미생활이라 많을 수 밖에 없고, 정리한 양도 한정적이었다. 하나씩 보면 완전 소중한데 어마어마한 양의 짐을 보고 있노라면 한숨만 나왔다. 남의 손에 맡길 수 없어 직접 짐을 싸느라 몇달 내내 몸과 마음이 굉장히 힘들었다. (포장이사의 의미가 없었다는...ㅠㅠ)

평생 가져온 물건들을 버리고 평생 살아온 집을 떠나는 건 너무 슬프고 힘든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상실감과 트라우마가 적지 않다. 그런 무시무시한 경험을 하다보니 역시 새 물건을 사는 건 극도로 신중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미니멀리즘의 부작용도 있다.

예전처럼 물건을 쟁여놓지 않으려다보니까, 설 연휴 때 마스크, 알콜스왑, 손소독제를 추가로 구매하려다 관뒀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된 지금 많이 후회하고 있다. 작년에 구입한 마스크가 현재 70장 정도, 알콜스왑은 두박스 정도 남아 있긴 하지만, 언제쯤 상황이 좋아질지 알 수 없으니...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가 이 것 때문이다ㅋㅋ)

 

또 아이러니한 결론이지만, 버리는 걸 두려워하면 새로운 물건도 만날 수 없다는 것.

미니멀리즘을 통해 추구하는 목표란 결국 "좀 더 쾌적한 환경에서 행복하게 살기"이지 절약이나 절제가 최종 목표는 아닐 것이기에, 물건의 증식을 부담스러워하는 지금의 삶은 뭔가 반쪽짜리 같고, 지나치게 건조하고, 색채가 없는 느낌이다.

 

여튼, 비자발적인 미니멀리즘의 실천은, 개인의 상황 상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절약이라는 면에서는 효율적이나, 그 외에는 상당한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남들은 뭐 버렸는지 기억도 안난다는데, 난 버린 물건이 자꾸 생각나고 버린 게 후회되는 물건이 적지 않다. 태생이 맥시멀리스트라서 어쩔 수 없는 건가. 아님 그저 과도기인 탓일까. 다음 6개월 뒤엔 또 어떤 생각일지, 다시 한번 글을 써봐야겠다ㅎㅎ

8 Comments
  • 첼시♬ 2020.02.27 19:11 신고 맥시머미스트이지만 열심히 재고 정리중인 제가 왔습니다...! ㅋㅋ
    지난번 말씀드린 이후로도 제 정리는 아직 현재진행형이에요.
    전 미니멀라이프까지는 실천할 자신도 의지도 없지만 저와 제가 아끼는 물건들이 좀더 쾌적하게 지내길 바라는 마음에서 버리고 있어요.
    mooncake님은 오래 갖고 있어서 애착이 가는 물건들도 정리하시다보니 더 마음 쓰이실 것 같아요.
  • mooncake 2020.02.28 09:45 신고 사실 저도 아직 정리할 물건이 많은데, 요즘은 그냥 손 놓고 있어요. 왜 이렇게 버린 물건들 생각이 많이 나는지...ㅎㅎ

    더이상 짐에 치여살고 싶지 않고, 현실적으로도 짐 보관할 장소도 줄어들고, 추구하는 인테리어에 많은 짐은 방해가 되어서 정리하긴 했는데, 본성을 거스르기란 쉽지 않은가봐요ㅋㅋ

    아무튼 첼시님도 저도 화이팅! (뭐가 됐든 행복하게 살아요^^)
  • Normal One 2020.02.28 00:16 신고 요즘 슬슬 방구석에 쌓여가는 짐들 때문에 고심중인데
    (그러면서 조금 전에 지름글 하나 쓰고왔는데...ㅋㅋㅋㅋ)
    이 글을 보며 다시 필요없는 물건의 정리에 박차를 가해야겠군요...!!
    지금까진 사기만 했으니, 이젠 팔 때도 됐다며... ㅋㅋㅋㅋㅋ
  • mooncake 2020.02.28 09:48 신고 앗... 아앗...
    물건 버린 거 후회하는 글을 보면서 왜 정리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하시는지?ㅋㅋ
    근데... 노말원님 말씀이 맞아요. 평상시에 미리미리 그때그때 정리해야 후유증이 덜한 듯 ㅠ.ㅠ
  • 아님말지머 2020.03.06 22:34 신고 요즘같은 땐 쟁임병없는게 불리한 것 같아. 난 왜 청소하다 2년전에 산 마스크들을 발견하는 일이 안 생기는걸까(왜긴 왜야 안 사두니까지ㅜㅜ).
    암튼 너~무 많이 사두지 않는 선에서 자기답게 사고 쓰고 버리고 때론 잊고사는것도 나쁘진않다고봐. 예쁘지만 쓸모없는거 사는 것도 한때 인 것 같고 그 시절에 실컷 낭비하며 사는 호사도 누려보고 해야 나중에 후회없지않을까.
  • mooncake 2020.03.06 22:56 신고 응 맞아 실컷 돈 쓰고 낭비하는 호사는 잔뜩 누려서 그쪽 후회는 없는데 (물론 분야별로 좀 다르긴 할 듯ㅋ 모든 분야에서 흥청망청 쓴 건 아니니) 대신 과거의 소비 잔여물 때문에 여태까지 고통받고 있어서... 그쪽의 후회도 만만치 않네. 결국 예전에 너무 사들여서 지금 새 물건을 살 공간이 없는 거거든ㅜㅜ 그리고 물건 안질렀으면 아마 지금 아파트가 두채이지 않을까ㅋㅋ 그것도 많이 후회됨! 회사를 빨리 때려칠 수 있었는데 쓸데없는 소비에 인생을 저당잡혔...

    난 이번에 집 정리하면서 안쓰고 쟁여둔 온갖 물건에 너무 질려버려서(내 것 뿐만 아니라 가족 것두) 아직도 쟁임병에 대해선 부정적이야ㅋ 쟁임병의 가장 큰 문제는 사놓고 정작 필요할 때 못쓰는 거라서... 내가 대대적으로 짐 정리 안했으면 지금 갖고 있는 마스크 70여개 중 절반 이상이 여기저기 다 뿔뿔이 숨어 있어서 아마 코로나 사태 종식된 후에 나왔다에 한표 ㅜㅜ
  • 아님말지머 2020.03.06 23:10 신고 아파트 두 채라는 단어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쟁임병 나빠요...아무것도 안 쟁일게요 힝ㅜㅜ
  • mooncake 2020.03.10 10:03 신고 아파트 두채는 물론 과장입니다ㅋㅋ
    물론 낭비를 안했고 2014년 즈음 갭투자를 했으면 이론적으로 가능은 했는데, 내가 했을리가 없긔ㅋㅋㅋㅋ

    하필 쟁임병 버리자마자 코로나 마스크 부족 사태가 터져버려서 역시 나랑 미니멀리즘은 뭔가 안맞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억울해!!!!!!!!! 그리고 왜 자꾸 말이 바뀌냐. 그것은 지금 과도기에 있기 때문입니다ㅋㅋㅋㅋ 혼란스럽다 혼란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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