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wanderlust

여행지와 음악(1) - 런던, 프라하, 호치민, 마츠야마 본문

외국 돌아다니기/여행계획&잡담

여행지와 음악(1) - 런던, 프라하, 호치민, 마츠야마

mooncake 2020. 7. 30. 23:00

여행 중 공연에서 인상적으로 들었던 음악이나, 여행 내내 자주 듣고 다녔던 음악들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아, 그 음악을 잠시 듣는 것 만으로도 아주 쉽게 여행의 추억을 소환하곤 한다. 예를 들어, 지금도 시벨리우스의 Lovisa Trio를 들으면 내 눈앞엔 헬싱키의 공원 너머로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와 청명한 공기가 생생히 떠오른다. 예전부터 여행지 별로 설정된 나만의 주제곡 같은 걸 정리해보고 싶었는데 이제서야 써본다 ^^ 



▷ 런던 2013





Alexander Borodin - Prince Igor - Polovtsian Dances


나에게 2013년 여름의 런던을 추억하게 하는 가장 대표적인 음악은 바로 알렉산더 보로딘의 "프린스 이고르"다. 당시 이 곡에 푹 빠져 있어, 영국 여행 내내 듣고 다녔다. 그래서 지금도 이 곡을 들으면 내 마음은 7년 전 런던으로 돌아가, 곧 특별한 모험과 장대한 서사가 시작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아쉽게도 보로딘은 프린스 이고르를 20년 동안 썼는데도 완성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보로딘의 본업이 의사이자 화학자라서 작곡은 쉬는 날만 했다고. 화학자로써 세운 업적도 가벼운 것은 아니였지만(그의 이름을 딴 "보로딘 반응"이란 것도 있다), 보로딘이 음악에 전념해주었다면 멋진 곡들이 얼마나 더 많이 나왔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화학자들의 견해는 다를 수 있다ㅎㅎ) 차이코프스키의 석연치 않은 죽음 만큼이나 아쉽다. 한 사람에게 재능이 너무 몰빵되어도 이렇게 안타까운 결과가 나온다. 



Vincent Lübeck - Praeludium in E Major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의 Summer organ festival에서 들었던 뤼벡의 프렐류드 E장조도 기억에 남는 곡이다. 웨스터민스터 애비를 꽉 채운 오르간 소리는 마치 천상의 소리같았다. 혹시나 해서 검색해보니 올해 써머 오르간 페스티벌은 코로나19 때문에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ㅠ



Oasis - Don't Look Back In Anger


그리고 영국여행에서 오아시스의 곡을 이야기하는 건 너무 구태의연한 것 같지만 이 곡은 정말 꼽을 수 밖에 없다. 

토요일 낮, 당시 핫했던 Monmouth coffee 앞에 커피를 마시기 위해 줄서있는데, Party bike를 타고 맥주를 손에 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돈 룩 백 인 앵거를 큰 소리로 부르며 토요일의 붐비는 거리를 천천히 지나갔다. 다들 기분 좋게 술에 취해 있었고, 길거리에 서 있던 사람들 몇몇도 노래를 따라 부르고,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웃었다. 헷살이 너무 뜨거워 찌푸리고 있던 나도 잠시 웃었다. 행복한 풍경이었다. 



Jamie Cullum - London Skies


딱 한가지 아쉬운 건, 런던에 가기 한참 전부터 런던에 가면 제이미 컬럼의 런던 스카이즈를 들으며 런던 거리를 쏘다녀야지, 생각했는데 막상 현지에선 까먹었다는 것ㅋ




▷ 프라하 2012





Dvorak - Romance in F Minor for Violin and Orchestra, Op. 11, B. 39

Itzhak Perlman/London Philharmonic Orchestra/Daniel Barenboim


2012년 9월 프라하. 우연한 계기로 프라하의 St. Giles church (Kostel svatého Jiljí)에서 파이프오르간과 바이올린 콘서트에 갔는데, 그때 연주되었던 드보르작의 바이올린 로망스. 내 평생 가장 압도적인 바이올린 연주였다. 관람객도 몇 명 없었고, 매우 어둡게, 조명을 거의 꺼놓다시피한 예배당에서 코 앞의 바이올리니스트가 열정적으로 연주를 하는데 진심 전율이 느껴졌다. (사족이지만 워낙 오래된 교회라 불을 어두컴컴하게 꺼놓으니 배경은 살짝 무서웠다.)  그 후로 다양한 버젼으로 이 곡을 들어봐도 그때만큼 마음에 다가오는 연주는 없더라. 세인트 자일스 처치에서의 경험 이후로 여행만 갈라치면 연주회 정보부터 검색하게 되었으니 어떤 면에서는 인생을 바꾸는 경험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아참, 이때 프라하에서 당일치기로 독일 드레스덴을 다녀왔는데 프라하에서 드레스덴으로 가는 기차 이름이 "EC 77 Antonín Dvořák"였다. 우와 드보르작 기차라니! 하며 혼자 마구 신났었다. 기차에 왜 드보르작 이름을 붙였나 했더니, 드보르작이 기차를 매우 좋아했던 모양이다. 다만, 지금은 더이상 운행하지 않는 루트인 것 같다. 




▷ 호치민 2014





Maroon 5 - Maps


낯선 여행지를 혼자 여행하는 것에 거의 겁이 없는 편인데, 2014년에 베트남 호치민에 갈 때는 좀 긴장을 했었다. 사기와 바가지가 성행한다는 호치민... 택시도 브랜드 잘 보고 타야 한다는 호치민... 공기가 엄청 나쁘다는 호치민... 수 많은 오토바이의 질주로 인해 길 건너기가 어렵다는 호치민... 오토바이 날치기가 많아 조심해야 한다는 호치민...  뭐 하나 좋은 얘기는 없고 나쁜 얘기만 들렸다. 그렇게 호치민에 도착해서 경계심 가득한 상태로 도심을 걷고 있을 때 내 귀에 들어온 마룬 파이브의 신곡 맵스. 한국이나 베트남이나 유행하는 노래는 같군. 낯선 곳에서 들려온 익숙한 노래, 그 동시대성이 내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도 미세먼지 심할때가 많아서 호치민 공기 나쁜 건 생각보다 크게 느껴지지 않았고, 길 건너는 건 눈치껏 현지인 옆에 붙어 건너면 되고 (가끔 얘 뭐야?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시는 분도 있지만 ㅠㅠ), 3일 머무는 동안 특별히 소매치기 사고 같은 것도 없었지만 확실히 바가지는 많이 씌우더라. 이게 돈을 떠나서 일단 기분 문제임! 현지인 가격에 비해 2~3배 정도 바가지 씌우는 정도는 기분 좋게 돈 치를 용의가 있는데 10~20배씩 바가지 씌우는 건 진짜 기분 상함. 




▷ 마츠야마 2016





Concerto For Lute And Plucked Strings I. Moderato


마츠야마성으로 가는 길의 상점가에서 흘러 나오던 음악.

생뚱맞게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OST가 (그 중에서도 이 곡만) 나와서 신기했는데, 또 이 곡이 의외로 비 내린 뒤 신선해진 공기, 여러모로 쾌적했던 당시 분위기에 잘 어울려서 기분이 상큼했다. 


아직도 몇 곡 더 남았는데, 쓰다보니 지쳐서 여행지와 관련된 다른 음악들은 다음 편에....^^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