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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작은 순간들 - 말라카 하늘, 목각 소, 테마리즈시, 코키오, 킷사텐, 래플스호텔, 에스토니아 국립오페라극장 본문

외국 돌아다니기/여행계획&잡담

여행의 작은 순간들 - 말라카 하늘, 목각 소, 테마리즈시, 코키오, 킷사텐, 래플스호텔, 에스토니아 국립오페라극장

mooncake 2020. 9. 14. 17:20

 

2014년 말레이시아 말라카

말라카 호텔의 창문 너머로 보이던 저녁 풍경.

저 멀리 하늘이 꼭 바다처럼 보여서 설레인다. 먼 바다로, 미지의 세계로 항해를 떠나고 싶어지는 기분.

 

2014년 말레이시아 말라카

말라카는 거리 곳곳에 앤틱샵이 즐비해서 참 좋았다. 특히 그 중에서도 숙소 근처였던 앤틱샵이 참 근사해서 여러번 들렸는데 결국은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망설였던 것은 사진 속의 목각 소. 원래 목각 제품이나 소를 좋아하진 않는데 저 소는 유독 눈에 들어와서 고민하다 호텔 체크아웃 시간이 촉박해서 결국 관뒀는데, 한마리 쯤 사와도 좋았을 걸. 그리고 그땐 눈에 안들어왔는데 사진을 보다보니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무처럼 생긴 큰 돼지(돼지 맞겠지?)의 표정도 심상치 않은 게, 상당히 귀엽다+_+

 

2018년 일본 이누야마

이누야마성 근처 식당에서 먹은 "테마리즈시"

공 모양의 작고 예쁜 스시. 처음엔 어린아이들에게 먹이기 위해 동글동글 한입 사이즈로 만든 것에서 유래하였다고 들어서, 설명 탓이겠지만 어쩐지 상냥한 맛이다♡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데서 보니 한껏 치장한 교토의 게이샤들이 입을 크게 벌리기 어려우므로 한입에 먹기 편하도록 만든 것이 시작이었다는 설도 있다. 기원이야 어찌됐건 간에 예쁘고 맛도 좋았다.  

 

2016년 네덜란드 기차 안

마트에서 산 코키오Cocio 초콜렛우유와 한없이 펼쳐진 네덜란드의 평원. 참으로 사소한 순간인데도 요즘같은 때는 눈물나게 그립군.

 

2016년 일본 도쿄

아사쿠사 갓파바시 근처의 오래된 킷사텐. 친구랑 한참동안 그릇을 구경하다 지친 다리를 쉬기 위해 들어갔다.

커피와 간단한 식사류가 판매되는 전형적인 옛날 일본 찻집. 적당히 고즈넉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좋아 나중에 갓파바시 쇼핑을 하러 가게 되면 또 들려야지...라고 생각해두었으나 2년 뒤에 보니 그 사이 폐업. 상당히 오래 운영한 것 같은데 어째서 문을 닫게 되었을까. 딱 한번 들린 가게인데도 적잖이 놀라고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2013년 싱가폴

출장 중 들렸던 사무실의 뷰. 이런데서 일하면 뭔가 성공한 사람이 된 기분이 들 것 같다ㅋ
멋진 곳에 많이 갔지만 엄근진한 분위기의 출장이라 사진을 거의 못찍었다. 이 사진도 눈치 보며 한장 후다닥...


사진 속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에 묵진 못했지만, 인피니티풀 옆의 바는 갔었다 : )

 

2013년 싱가폴

그럴일은 없지만 누가 굳이 고르라고 한다면, 마리나베이샌즈보다는 래플스 호텔이 훨씬 더 내 취향이다.

바로 옆 칼튼 호텔에 묵었기에 짬이 날때마다 래플스 호텔을 둘러보곤 했었다. (호텔 정원도 넓고 바도 있고 기념품점도 있고 카페도 있어서 숙박하지 않아도 구경할 게 많았다.) 콜로니얼 양식의 건축이 참 아름다웠다.

그런데, 콜로니얼 양식의 건축물을 좋아하는 취향에 대해서는 늘 미묘한 양심의 가책이 느껴진다. 건축 양식은 건축 양식일 뿐이야. 문화 유산일 뿐이지.라고 생각하려고 해도 식민 지배를 받았던 나라의 국민이 다른 나라의 식민지풍 건축을 좋아하는 게 왠지 아이러니하게 느껴져서. 

 

2015년 에스토니아 탈린

에스토니아 국립오페라극장의 옷 보관증. 

나를 제외한 대부분의 관람객은 멋들어진 겉옷을 입고 공연을 보러왔고, 옷을 받아 보관하는 직원들도 말끔한 복장에 매우 정중한 태도를 갖춰, 내 옷을 맡기는 게 약간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9월말-10월초의 춥고 변덕스러운 현지 날씨와 우기를 대비해 여러겹 껴입은 복장이었다. 셔츠와 니트원피스, 경량패딩과 바람막이.) 누가봐도 오페라 관람객으로는 적절하지 않은 복장이었지만, 아 몰랑 나는 여행자인 걸ㅠ.ㅠ 그래도 시간이 지나고보니 그 조차도 그리운 기억이다.

 

2015년 에스토니아 탈린

공연이 시작되기 전 에스토니아 국립오페라극장 카페에서 저녁 대신 작은 초콜렛케이크와 커피도 한 잔.

이 역시 하루종일 걸어다녀 다리가 아프다는 핑계로, 노부인 두명이 앉아 있던 자리에 뻔뻔하게 합석을 요청했다. 죄송하지만 옆에 앉아도 될까요?라고. 평소엔 전혀 안하는 행동을 여행 중엔 가끔 하게 된다. 휴. 이 민망한 순간 또한, 이렇게 오래 여행을 못 가고 있는 요즘은 (그리고 언제쯤 다시 옛날처럼 여행을 갈지 도통 알 수 없는 때에는) 다 그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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