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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기-White elephant 본문

집짓기

집짓기-White elephant

mooncake 2020. 11. 14. 20:30

제목은 집짓기인데 사실 집짓기보단 인테리어 얘기다.

따져보자면 우리집은, 설계-허가-착공까지의 과정이 엄청나게 속을 썩혔고, 

착공 이후 골조 공사는 순조로운 편이었으며 (유례없는 긴 장마와 레미콘 파업이 있었으나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

인테리어 단계에 들어선 지금은

속이 까맣게 타다 못해 홧병 걸려 죽을 것 같다.

 

특정 직업군을 싸잡아 비난하는 건 해서는 안되는 일인데,

그래서 이 글을 쓰면서도 기분이 매우 찜찜하지만,

지금 당장 내가 속이 터질 것 같아서 어쩔 수 없다. ㅠ.ㅠ 

도대체 왜!!!!!!!!!!!!! 인테리어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분들 중엔 무책임하고 양심 없고 양아치 같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나.

(이 글을 혹시라도 읽으실, 선량한 인테리어 종사자분이 계시면 정말 죄송합니다. 어디까지나 제 경험 기준입니다. 제가 오죽하면 이러겠어요. 제가 겪은 일만 써도 책 한권은 나올 듯 합니다. 인터넷에 인테리어 불만 같은 걸로 검색해도 피눈물 나는 후기가 너무 많죠. 도대체 문제가 뭘까요? 업계의 자정 노력은 불가능한 걸까요?)

그래도 굳이 위안을 삼자면 인테리어야 살면서 얼마든 다시 고칠 수 있으니까 건축설계사나 시공사를 잘못 선택해서 문제가 생긴 것에 비하면, 인테리어가 속을 썩히는 편이 낫다. (라고 어떻게든 위안을 삼아본다. 안그러면 속 터져 죽을 거니깐.)

다락

아무튼간에 우리집.

거실 2개, 방 4개, 화장실 2개, 부엌, 세탁실, 다락층, 그리고 베란다와 테라스가 6개.
이렇게 써놓으면 꽤 큰 집 같은데 실제로는 좁고 작은 집이다.

다락까지 3개층을 세 명이서 쓰는 거니까 좁다고 하기엔 좀 그런데(욕 먹겠죠 아마도),

그렇지만 작음.

특히 부엌이랑 화장실이 정말 작아서 협소주택 수준이다. (베란다랑 테라스도 숫자만 많지 엄청 작아서 실제 활용도 있는 베란다는 아무리 잘봐줘도 1~2개 정도, 그리고 아파트 베란다처럼 실내 베란다 아니고 전부 실외임) 진심 집이 예전보다 엄청 작아져서, 침대도 수납침대로 사야하나 고민 중임...

 

이 작은 사이즈와, 사선 벽면과, 독특한 구조로 인해서, 인테리어 과정이 단 하나도 순탄한 게 없다. 우리나라는 아파트 공화국이기 때문에 한샘이고 리바트고 전부 규격화된 아파트 위주로만 제품이 나와서, 우리집처럼 비규격화되고 독특한 구조의 집에는 쉽게 적용할 수 없다. 뭘 하든 간에 다 맞춤이라 비싸다. (비싸도 너무 비싸다) 인테리어 업체들도 뾰족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 다들 아파트 인테리어에만 익숙하다. 경험이 없다. 우리집에 대해서만큼은 인테리어 전문가가 전문가가 아니다. 물론 돈을 많이 쓴다면 단독주택 인테리어 경험이 많은, 뛰어난 업체를 고용할 수 있겠지만 그럴 여유가 없다는 게 문제다. 집 자체도 제약 요소가 너무 많아 거듭되는 좌절을 겪고 있는데 무책임하고 능력없는 각종 인테리어 업자들과 부대끼다보니 진심 대환장 파티. 거기에 다른 개인적 문제도 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회사도 너무 바쁨. 회사일만 놓고 봐도 마음에 분노가 찰 상황인데 집 문제까지... 살려주세요.

 

결국은 후진 결과물에 만족하던가 아님 내가 더 많은 시간을 쏟고 발품을 팔아야 하는데, 현실은 내가 너무 바쁘고 더이상 신경 쓸 여력이 안돼서 후진 결과물에 불만족하며 살 것 같다. 아니 지금같아선 새로 지은 집에 이사를 들어갈 수 있을지조차 모르겠다. 너무 지쳐서 더이상 아무것도 못하겠음 ㅠ.ㅠ

 

그래서 새로 지은 집이 하얀 코끼리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고대 동남아시아의 왕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신하에게 하얀 코끼리를 하사해서 곤란하게 만들었다는 것처럼, 내 집이 나에겐 하얀 코끼리가 되어버렸다. 이 힘든 나날이 잘 정리되고 정 붙이고 살다보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지금은 그렇다. 근데 홧병 나서 새 집에 입주할 때까지 내가 살아 있기는 할까? 아오 젠장...

 

 

 

+) 위에서 건축설계사님은 좋은 분이라고 했는데 좋은 분이긴 하지만 설계가 100%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특히 부엌이랑 화장실이 너무 좁은 건 좀... 너무했다!! 그나마 부모님 화장실은 각고의 노력 끝에 어느 정도 쓸만해졌는데 내 화장실은, 심지어 너무 좁아서 당초 설계안보다 확장을 했는데도 여전히 좁다. (그 확장 때문에 거실 모양이 이상해진 건 덤ㅠㅠ) 사선 벽면 욕실이라 샤워할때마다 주의하지 않으면 사선 벽면에 머리를 쿵쿵 박게 생겼다. 그리고 아직 세면대도 없다. 화장실 볼때마다 화가 난다.

마찬가지로 부엌도 좁아서 부엌 가구 선정에 제약도 많고, 동선도 나쁘고, 수납공간도 작다. 이런 상황 탓에 부엌 가구 업체들과 첫 컨택한지 3개월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부엌 가구 업체가 선정되지 않았구, 요즘 워낙 인테리어 공사를 많이 해서 지금 예약해도 시간이 한참 걸린다고 한다 ㅠㅠ 망했다... 

나는 요리를 별로 안하니까 부엌이 작고 불편해도 큰 지장이 없지만, 노년에 갑자기 작고 불편한 부엌을 쓰게 된 엄마에겐 너무너무 미안하다.

 

+) 아주 어릴때 부터 나는 특이한 아이란 소리를 참 많이 들었다. 나의 이 "특이함"은 일종의 아이덴티티이면서 동시에 컴플렉스이기도 했다. 어떤 면으로는 "남들과 다른 나"를 추구하면서도 어떤 면으로는 내가 특이한 아이인 게 굉장히 싫어서 남들과 비슷하게 보이려고 노력을 참 많이 했다. 이 특이함 중에는 여러가지 제약 요소도 포함되어 있어서, 남들에겐 쉬운 일이 나에겐 어려운 일인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난 그게 진짜 싫었다. (반대의 경우로 남에게 어려운 일이 나에게 쉬운 일이 경우도 많긴 했지만, 사람은 나에게 불리한 걸 더 크게 보는 법이니까.) 

근데 왜 하필 나의 집 마저 특이한 것일까. 그리고 왜 이렇게 제약 요소가 많은 것일까. 하다못해 타일 마저도 고르는 족족 우리집엔 안된다고 해서 타일가게를 정말 수십번 가야 했다. 나중엔 정말 분조장 오더라. 요즘같이 바쁘고 복잡한 세상에 인테리어 같은 건 그냥 이지고잉하면 얼마나 좋나. 근데 뭐 하나 쉬운 게 없구 고객님 댁은 ~~해서 ~~는 안되세요를 골백번도 더 듣게 만드나. 그래서 내 인생은 왜 이래,라며 새삼 또 울컥했다. 작년부터 생각한 건데 전생에 죄를 많이 지은 사람들이 자신의 집을 짓는 형벌을 받는 게 틀림없다. (돈이 많아서 그냥 돈 주고 다 맡겨 놓는 부자들 말고 나 같이 집 짓다 10년 늙어버리는 서민들...)

 

+) 이렇게 울분에 차있다가 사람들이 집 예쁘다고 칭찬하면 아주 잠깐은 기분이 좋다. (하지만 오래 가지 않음;;)

 

+) 반대의 경우로 왜 이렇게 좁냐 별로다 이런 말 자꾸 들으면 또 빡침. 두세번 정도야 나도 그렇게 생각하니깐 끄덕끄덕하지만 인테리어 관련자들이 대안 제시도 없이 자꾸 그런 말 하면 짜증남. 집이 좁은 건 어쩔 수 없지만 그 안에서 최선의 결과가 나오도록 노력해야지, 공간이 좁아서 어렵다!까지만 말할 거면 도대체 전문가가 왜 필요함. 그건 일반인도 다 할 수 있는 말인데.


+) 어릴때부터 인테리어에 관심이 참 많았는데... 결국 내 로망은 전부 다 접어야했다. 모든 순간이 좌절이었다. 하다못해 페인트는 꼭 하고 싶었는데 도배 마감보다 가격이 너무 비싸고 시간도 많이 걸려서 포기했다. 차선책으로 페인트 느낌 도배지를 고르긴 했는데 그냥 벽지같다. (인테리어에 크게 관심 없는 분들은 페인트냐고 묻긴 하지만, 내눈엔 그냥 벽지임;;)

 

+) 이번에 집을 지으면서 젊은 세대랑 나이든 세대랑 건축, 인테리어 업종에 있는 분들의 업무 처리 방식이 엄청나게 차이난다는 걸 느꼈다. 내가 느끼기에 나이 드신 분들은 일처리가 명확하지 못하고, 뭔가 구렁이 담넘어가듯 대충...인데 또 뭐랄까 좋은 게 좋은 거지 이런 생각이 있어서 본인이 좀 손해보더라도 더 해주는 부분이 있고(말로는 표현이 어려움) 젊은 분들은 계산이 정확하고 분명하고 빠릿한데 대신 그냥 그게 전부임. 근데 아무래도 나는 그냥 계산이 정확한 게 더 체질에 맞는다. 실제로는 나이 드신 분들의 방식이 나에게 더 이익이 되더라도, 내 성격 상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물론 개인 차이는 있겠죠. 어디까지나 경향성이 그렇다는 겁니다... 근데 거의 예외가 없었음;;

아무튼 이번 글은 특정 직업군과 연령대에 대해 편견이 가득해서 이 글의 존재가 부끄럽지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렇게라도 토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정말 엄청나게 표현을 순화해서 쓴 거다.......!!!

10 Comments
  • esther 2020.11.15 08:32 어떤 울분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아
    위로를 보냅니다.
    건축 인테리어를 아시는 분이니
    더 더 답답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으실 것 같구요.

    좋지않은 기억이라 대충 덮고 살았지만
    이십년 전 살던 집의 지붕을 교환수준으로 수리한 적 있는데...
    그때 아기를 둔 엄마면서 진심...여러 번, 욕나올 뻔 했었지요..
    무성의한 태도와 계속 청구되는 추가비용, 공사지연으로 위염 생기고 ㅠㅠ
  • mooncake 2020.11.15 10:09 신고 그냥 아파트 갈 걸 그랬나봐요. 너무 힘드네요. 아님 울 나라가 일본만큼만 단독주택이 발달됐더라도 좀 쉬웠을까요.

    제가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그래도 확고한 취향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보편적이지 않다거나, 돈이 많이 들거나, 독특한 집 구조로 인해 전부 포기해야 해서... 많이 속상했어요.

    여튼 지금 상황은 원하는 것도 못하고, 일정은 계속 지연되고, 사람들은 너무 속 썩이구 ㅠㅠ 그냥 다 던져버리고 잠적하고 싶어졌어요. 다들 무책임하게 구니 저도...!
  • Normal One 2020.11.15 09:52 신고 제가 단편만 봐서 모르지만.. 사진만 봐선... 예뻐요!! 세련되게 나온 것 같아요!! 어디까지나 사진만 봐서 이런 말 하는거지만요.

    그리고 본문에 있는 내용.. 은.. 괜히 인테리어 할 때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닌 것 같아요...ㅜㅜ
  • mooncake 2020.11.15 10:03 신고 집 지어보니 아는 사람 있어도 모든 폭탄을 피해가긴 어려운 것 같아요. 집 짓는 거랑 인테리어 관련해서 엮이는 분야가 수십개고 그 분야별로 일하는 사람이 또 수백명이다보니... 별별 사람 다 있고 그렇습니다ㅠㅠ 말이 길어지면 쌍욕 나올 것 같아 이 정도에서...
    그냥 집 안 짓고 사는 게 속편한 것 같아요...ㅠㅠ 저 진짜 수명 10년은 짧아진 듯 ㅋㅋ
  • 空空(공공) 2020.11.20 09:17 신고 전문적인 분들은 상대방이 자기 분야에 대해 잘 모를거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됩니다.
    실제로 그렇고요..
  • mooncake 2020.11.20 09:21 신고 요즘은 워낙 정보가 많아서, 눈가리고 아웅 식으로 넘어갈 수 없는 게 많은데 나이 드신 분들은 본인 젊을 때 생각만 하시고... 세상 바뀐 걸 모르는 경우가 많는 것 같아요. 적어도 제가 접한 분들은 거개가 그랬습니다.
    물론 저도 더 나이 들면 또 새로운 세태를 모르고 저 젊은 시절대로 생각하고 행동하겠지만요 ㅠㅠ
  • 더가까이 2020.11.21 13:27 신고 사진과 실제는 좀 다를수 있겠지만 iPhone 6S로 찍어 저 정도면 너무 예쁜데요. 파란 문도 예쁘고, 다락방 올라가는 사다리도 예쁘고, 다락방... 하악 하악...

    우리집에 제일 높은곳 조그만다락방
    넓고 큰 방도 있지만 난 그곳이 좋아요
    높푸른 하늘품에 안겨져 있는
    지붕 나의 다락방 나의 보금자리
    달무리 진 여름밤 고깔 씌운 등불켜고
    턱괴고 하늘보며 소녀의 나래펴던
    친구는 갔어도 우정은 남이았는
    이제는 장미꽃핀 그리움 숨기는곳
    우리집에 제일 높은곳 조그만 다락방
    넓고 큰 방도 있지만 난 그곳이 좋아요
  • mooncake 2020.11.21 18:50 신고 아이폰6입니다ㅎㅎ 빨리 아이폰12프로 사고 싶은데 재고가 없어요 ㅠㅠ

    네 집은 예뻐요. 다들 예쁘다고 하시더라구요. 아직 짐이 없어서 그럴수도 있지만요ㅎㅎ 도배 하자도 멀리서 보면 티가 안나구요.
    문 예쁘다고 해주시니 뿌듯하네요. 저 문 골랐더니 남들 안하는 특이하고 비싼 거 골라한다며 인테리어 사장님이 구박(?)해서 -_- 마음에 좀 남았어요ㅋㅋ
    사다리는 ㅜㅜ 올라가는 것 까진 괜찮은데 내려오는 게 무서워요. 다른 계단도 있긴 해서 (근데 계단으로 올라가면 바깥 베란다로 문을 열고 나가 다락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동선이 먼 건 아닌데 아무래도 이 쪽도 번거로운 감이 있어요...
    사다리 있는 쪽이 원래 피아노 놓을 생각을 했던 공간이라 준공검사 후 사다리 제거 여부에 대해 고민 중입니다.

    알려주신 노래는 덕분에 처음 들어봤어요. 노래가 상쾌하구 가사가 참 예쁘네요+_+ 요즘은 나오기 힘든 가사같아요.
  • 2020.11.26 00:16 비밀댓글입니다
  • 2020.11.26 18:26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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