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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via : 일상의 조각들

드디어 마림바

mooncake 2022. 11. 1. 23:50

첫 마림바 레슨 :)

혹시 오늘 오후에 바로 레슨 가능하신가요? 라고 물어봤더니 선생님이 원래 마림바 한 적이 있냐고 묻는다. 처음인데요!!라고 말하고 바로 휴가 내고 레슨 받으러 갔는데, 처음 배우는 사람답지 않게 상담도 안받고 바로 당일 레슨 받을 수 있냐고 물어봐서 좀 당황하셨다고 ㅋㅋ


왜 이렇게 우당탕탕 즉홍적으로 달려갔냐면, 우울해서. 그리고 일단 시작해야 될 것 같아서. 생각이 많아지기 전에 저질러버려야 한다. 물론 최근의 이태원 참사같은 큰 일도 있는데, 그에 비하면 너무나 하찮은 내 개인의 아픔을 운운하는게 굉장히 죄송스럽기는 하다(ㅠㅠ)


아무튼간에, 어렸을 때부터 배우고 싶었던 마림바를 드디어 오늘 처음으로 연주해봤다. 피아노나 첼로나 우쿨렐레를 배울 때와는 달리 마림바는 타악기라서 그런지, 내가 왜 이렇게 몸치같고 왜 이렇게 뚝딱거리는지 레슨 내내 환장하는 줄. 손의 동선은 자꾸만 꼬이고 내 손 신경쓰다보면 악보는 눈에 안 들어오고ㅋㅋㅋㅋ 하지만 1시간짜리 첫 레슨인데 피아노로 치면 하농같은 스케일 연습에, 마림바 교재에 있는 짧은 곡도 몇개 연주하고, 선생님이 좋아하는 곡 있냐고 보여준 악보집에서 가요도 하나 골라 연주했으니, 생각보다 많은 걸 했네?!
뚝딱거리는 건 차차 나아지겠지(아마도…)


이 글을 쓰며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정말 알찬 한 시간이었다. 마림바의 구조에 대해서도 배우고, 음대 타악기 전공은 실기시험을 무려 세가지 악기나 본다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다 - 마림바, 팀파니(!!!), 스네어드럼. 타악기의 특성 상 원하면 드럼이나 젬베도 같이 배울 수 있다고 한다. 일단은 마림바만 하겠다면 얘기드렸는데,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팀파니도 포함해서 골고루 배워보는 것도 좋을 듯. (배운다기보단 체험에 가깝겠지만;;)
장애물 한가지는, 마림바 학원이 회사에서도 멀고 집에서도 멀다는 것. 직장인의 취미생활이 성공적이려면 둘 중 하나는 가까워야 하는데. 일주일에 한번 레슨이야 어떻게든 다녀보겠는데 연습을 하러 갈 수 있을까 잘 모르겠네. 악기는 연습이 생명인데. 아무튼 마림바를 더 연주하고 기분이 업되어서였는지, 대신 집에 와서 피아노를 쳤다.


p.s.
- 화과자 만들기와 미니어쳐 만들기 클래스도 다니고 싶지만 필라테스+마림바 만으로도 이미 등골이 휠 것 같으니 그건 좀 천천히.. 늘 배우고 싶은 건 많은데 돈도 시간도 체력도 실행력도 모자란 인생. 배우고 싶은 걸 1/10도 못했으니까, 인생이 참 짧긴 하다.
- 마림바 가격 알아봤는데 학원에 있는 5옥타브 마림바를 사려면 3천만원 정도 하는 듯. 게다가 둘 데도 없어서 힘들어도 학원 열심히 다니는 걸로.
- 마림바 학원에 가게 된 계기는 얼마전, 이 우울증의 주요 원인인 “망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에 평소 좋아하던 피아니스트 치프라의 아버지가 침발롬(Cimbalom, 양금) 연주자였다는 사실에 침발롬을 검색해봤고 평소 좋아하던 마림바, 비브라폰 같은 악기들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해서 검색을 해봤고 그러다가 오늘 수업을 받은 마림바 학원을 발견했다는 이야기. 여기서 포인트는 사무실 구석에 박혀 있지 않고 밖에서 사람들과 놀고 있었다면, 굳이 침발롬을 검색해보지는 않았을 것임ㅋㅋ내가 조르주 치프라를 좋아한 게 십수년인데 그간 한번도 침발롬을 검색해보지 않았거든요;;; 결과적으로 마림바를 시작하게 되었으니 망한 프로젝트는 병도 주고 약도 준 셈인가. 지금은 그 병이 너무 큰 것 같아 탈인데, 이건 더 살아봐야 알겠지.
- 왜냐면 피아노도 첼로도 어디 내세울만큼 잘하는 게 아니라서 돈과 시간만 낭비한 것 같았고 자괴감까지 들었어도, 결국 내 취미생활의 중요한 근간일 뿐더러, 덕분에 오늘처럼 새로운 악기 배우러 가는 건 전혀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 그래서 지금은 망한 것처럼 느껴지는 내 인생도 더 고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 아니 근데 뭐야 마림바 레슨 글인데 잡설이 더 길어.. 마음이늘 얘기드리지만 블로그를 일기장으로 써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정말 마지막 잡설인데 ㅋㅋ 나는 늘 내 박자감각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왔다. 클래식 곡을 연주할 땐 그나마 덜한데 재즈 곡을 연주할 땐 손이 어쩔 줄을 모른다(…) 오늘 마림바를 연주하면서 부족한 박자감각에 대해 또한번 느꼈다. 기왕 타악기를 시작했으니깐 박자감각도 좀 개선이 되면 좋을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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