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lust
일상잡담 - 2023년 연말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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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생활의 심란함과,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전반적인 인간관계의 회의감과, 몇년째 지속되는 이슈들로 인해 우울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불행하고 우울하다고 느꼈던 시절을 돌이켜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잃어버린 것을 그때는 가지고 있었고" "지금보다는 행복했다". 늘 같은 패턴이다.
그러면 지금 이 순간을 다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는 "그래도 그때는 지금보다는 나았지"라고 생각하게 될까? (사실은 얼마 지나지 않은 올해 상반기도 이미 그리운 구석이 있으니. 분명히 그렇겠지. 슬프다) 그래서 늘 내리게 되는 결론은 미래는 알 수 없고 시간이 지나면 지금 이 순간조차 소중하고 그리울 수 있으니 현재를 최대한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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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토리에 구글 애드센스를 연동하지 않아서인지 블로그 화면에 광고 오류 표시가 1년 넘게 떠있었는데 귀찮아서 무시하다가, 어제에서야 처리했다. 버튼 몇번만 누르면 되는 거였는데 이걸 귀찮아서 안했다. 게으른 삶, 미루는 삶은 자아효능감을 크게 떨어트린다고 한다. 삶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많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위에 쓴 것처럼 현재를 즐기는 것과 매일 매일 할 일을 미루지 않고 스스로를 잘 돌보며 사는 것 정도가 되겠다. 그러면 지금보다는 조금 나은 삶이 되지 않을까. 앞으론 조금 더 부지런하게 살아봐야지. (이 결심을 살면서 이미 만번쯤 한 것 같긴 하지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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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의 좋은 점 한가지는 불꽃놀이 직관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강에서 보는 것만 하겠냐만, 자리 맡느라 고생할 필요도 없고, 쌀쌀한 날씨도 걱정이 없다. 한동안 코로나로 인해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열리지 않아 아쉬웠는데 작년엔 하필 불꽃축제날 약속이 있어 보지 못했고, 올해 10월에서야 드디어 방구석 불꽃놀이를 즐길 수 있었다.
한화에서 주최하는 서울세계불꽃축제의 규모가 워낙 독보적이긴 하지만, 이 불꽃축제가 아니더라도 간간히 불꽃놀이를 볼 수 있다. 유람선 프로그램으로 불꽃놀이를 하는 경우도 있고, 여의도에서 공연이 열릴 때 개막식에서 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물론 시간은 5~10분 정도로 짧다. 한번은 모 아이돌 가수 생일이라고 팬들이 유람선을 띄우고 불꽃을 쐈는데 덕분에 나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유용한 팬심이다. (다만 불꽃놀이가 환경에는 많이 안좋다고 하니까, 이 부분을 생각하면 또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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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전 우연히 기회가 생겨 스피치코리아에서 보이스트레이닝을 받았다. 2시간 정도, 이를테면 원데이 클래스 같은 거라 한번 받는다고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새로운 걸 배우는 건 언제나 즐겁다. 내가 말하는 장면을 녹화해서 분석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저 녹음된 제 목소리 싫어하고 영상 촬영된 제 모습도 안보고 싶어서 이거 신청할까 말까 고민 했어요"라고 얘기드렸더니 아나운서 출신 원장님께서 "저도 이게 직업인데도 방송에 나오는 제 모습 꼴보기 싫어요. 방송에 나오는 제 목소리도 듣기 싫어요. 다들 그래요"라고 하셔서 빵터지고, 덕분에 약간의 부담을 내려놓고 트레이닝에 임할 수 있었다. 물론 나를 위해서 과장되게 말씀해주셨을 수도 있지만, 사람은 다 똑같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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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참 쓸데없는 자잘한 것들에 관심이 많다.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 중 하나도 이것일 거다. 쓸데없는 (= 돈 안되는, 생산적이지 않은) 활동에 시간을 너무 많이 쓴다. 근데 이걸 심각한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그냥 내 본질 중 하나이니까. 다만 삶의 우선 순위는 지켜가면서, 조금만 더 생산적인 활동이나 자신을 보살피는 일에도 시간을 할애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얼마전 다른 글에도 썼는데, 박치욱 교수님이 “가치와는 무관한 앎을 기뻐하는 이상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트위터하면서 절실히 깨달았다“고 했는데 이거 보고, 어머 이거 바로 나잖아!라고 했다ㅋㅋ 쓸데없는 것에 관심이 많은 나같은 사람을, 가치와는 무관한 앎을 기뻐하는 사람들이라고 우아하게 표현하다니 역시 배운 분은 다르군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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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너무 사소한 이야기이지만 오래전부터 들어오던 Take The A Train 라는 재즈 스탠더드곡 가사에 "to go to Sugar Hill way up in Harlem" 이라는 구절이 있는데 몇달전에서야 슈가힐이 뉴욕 할렘에 진짜 있는 동네 이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엔 그냥 설탕처럼 달콤하고 좋은 동네 그런 은유적인 표현인 줄 ㅋㅋㅋㅋ
삶은 종종 고달프고 불합리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좋은 음악들이 있고 또 계속 새롭게 알게 되는 흥미로운 사실들이 있어서 작은 위안이 되어주곤 한다. (이것 말고도 올해 새로 알게 된 것들이나 좋은 음악이나 흥미로운 것에 대해 블로그에 쓰고 싶은 게 많았는데 하도 블로그를 게을리 하는 바람에 못써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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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수경재배 Anthurium을 샀는데 꽃은 몇달만에 전부 시들었다. 화분 Anthurium은 일년 내내 꽃이 피어 있던데 아무래도 수경재배니까 어쩔 수 없나보다. 그래서 다시 꽃을 볼 수 있을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올해 다시 꽃이 두송이 피어서 정말 반갑고 신기했었다. 가끔 수경재배용 영양제를 넣어주기는 하지만, 그래도 흙 없이 물 뿐인데, 물과 햇살로만 이렇게 단단하고 두꺼운 재질과 선명한 색깔의 꽃을 피워내는 게 너무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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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어느 정도는 내가 원하던 것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는 삶이 방향이 정리된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찰나였고 허상이었다. 이를테면 그리 풍성하게 부풀지도 않았던 풍선이 빵 터진 느낌인데, 허무하고 슬프다. 나의 현재, 내 삶, 내가 가진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는 것. 평생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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