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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담-너무나 사소한 & 본문

Trivia : 일상의 조각들

일상잡담-너무나 사소한 &

mooncake 2025. 4. 1. 23:40

아침엔 쌀쌀했지만, 점심을 먹고 난 이후로는 따듯한 햇살(과 미세먼지로) 봄 기운이 완연한 하루였다. 길을 걷다보니 저 멀리 노란 개나리가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내가 어릴 때만해도 대표적인 봄꽃이 개나리였는데 어쩐지 요즘은 나의 생활 반경에서 개나리를 잘 보지 못한 것 같다.

아니면 예전 우리 집 마당에 있던 개나리 나무들이 사라져서 더 그렇게 느끼는 걸 수도 있겠다. 진달래, 개나리, 목련, 라일락, 장미, 모란, 모과꽃 등등을 전부 우리집 마당에서 볼 수 있었던 때가 새삼 그립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절.



오늘 서울역 지하보도를 끝에서 끝까지 가로지르게 되었는데, 새삼 역이 크다고 느꼈다. 낮시간인데도 상당히 붐비기도 했고. 그래서 신주쿠역 생각도 잠깐 났다.

그나저나 서울역의 출구 방향 숫자는 대체 왜
14 -> 13 -> 12 -> 11 -> 10 -> 9-1 이 아니라 엉뚱하게 중간에 9-1 이 끼어 있는 걸까? 덕분에 0.1초 정도 인지부조화가 왔다ㅎㅎ
그저 실수인지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긴 서울역 터널에서 빠져나와, 스타벅스 서울역동자동점. 마침 커피가 필요했는데 딱 오늘까지인 스타벅스 쿠폰이 있어서 잘 썼다. 이럴 때는 사소하지만 기분이 좋다.

내 입맛엔 스벅 라떼는 너무 밍밍해서 샷 추가가 필수다. 다만 오늘은 밤에 잠을 못잘까봐 살짝 망설였다. 커피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최근 들어 여러번 잠을 설친 탓이다. 확실히 나이가 들긴 했는지, 전만큼 커피가 안땡긴다. 물론 그래도 남들보다는 많이 마시는 편이긴 하지만. 어릴때는 하루 다섯잔 여삿잔도 즐겁게 마셨는데 - 심지어 부정맥 빈맥 증상으로 고통받던 때에도 - 지금은 하루 두세잔 정도 마시면 더이상 커피를 마시고 싶지 않아서 놀라곤 한다. 사실은 이게 일반적인 쪽에 가깝겠지만.


그리고
티스토리 서비스가 종료될 거라는 얘기가 또 들린다. 십몇년째 들리는 소리이니 무시하고 싶지만 카카오에서 다음이 분사되는 지금은, 이제라도 네이버로 갈아타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이 된다.
늘 말했지만 내 티스토리 블로그는 남에게 보이기 보다는 나를 위해 쓴다. 나를 위한 기록으로. (물론 그렇다기엔 너무 자주 쓰다 안쓰다를 반복하며, 중요한 이벤트는 죄다 넘기고, 재밌고 바쁠때보다는 주로 우울할때 하소연을 하는 용도라던가, 심지어 오늘처럼 영양가 1도 없는 글만 쓰고 있지만)

비록 불완전하고 너무나 사소하지만, 그래도 이 기록들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안타깝다. 백업 기회야 주겠지만 이 많은 글과 사진이 다른 플랫폼에서 완벽 복원될리도 없고, 심지어 다음블로그와 티스토리 통합 때를 보니 댓글은 전부 날아가던데 -_-

아무튼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


Sleepless Night - Hanno Karlhuber

한동안은 블로그를 나름 전보다는 열심히 쓰는 것 같더니 다시 한참 블로그의 글을 쓰지 않은 이유는 또 아팠기 때문이다. 새삼스럽지만 올해 들어서 너무 자주 아프다.
빡시게 일하고, 아파서 뻗고, 출근 하지 못한 사이 밀린 일을 다시 빡세게 하고, 또 다시 아프고의 반복.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니까 아파서 드러눕게 되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주게 되고 스스로도 자괴감이 든다. 회사일만 속상한 건 아니다. 사실 가장 속상한 건 내 인생 그 자체. 당연하지만 아프니까 개인적인 일정이나 약속도 다 취소되었고, 내 방 내 침대에서 보낸 시간이 가장 길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자잘하게도 자주 아프고, 크게도 여러번 아팠다. 물론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나보다 훨씬 아픈 사람들도 많이 봤고, 어떨 때는, 사실은 그저 사람이 생존해 있는 것 만으로도 기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항생제를 하도 많이 먹어서, 대부분의 항생제에 내성이 생겨 있는 상태. 그래서 이대로 가다간 사소한 일로 입원을 했다가 슈퍼 박테리아에 감염되어 어이없게 죽을 수도 있다는 경고를 듣고 있지만, 자꾸만 항생제를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걸 어째…
지난 주에 아파서 일주일을 통으로 날리고 병원 갔다 오는 길에 기분이 굉장히 우울했는데 사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받지 못했다면 나는 이미 죽었을 수도 있음. 물론 이건 극단적인 예시로 한국에서 그랬을리는 없지지만, 전쟁 중인 아프리카 극빈국에서 이런 체질로 태어났더라면 진작 죽었을 것임ㅎㅎ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은 어차피 여분으로 살고 있는 거니깐 인생이 잘 안풀렸어도, 즐거운 순간은 5%도 채 안되고 95%의 순간은 화나고 힘들고 아프고 지친 상태로 살고 있더라도 그리 억울해할 일은 아니게 되는 거다.

물론 내가 이렇게 생각 했다고 해서 긍정적인 기분으로 행복하게 사는 건 아님. 인생은 여전히 힘들고 나는 여전히 아프고 회사는 여전히 짜증난다.  

그래서 말인데 회사.
이젠 진짜 진지하게, 더 나이 들기 전에 회사를 그만 두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고민을 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회사를 박차고 나가서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가고 싶은 곳을 가고, 그렇게 여한없이 인생을 즐겨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 회사를 다니지 않는다고 해서, 지금보다 건강 할 것이라는 것은 착각일 수도 있다.
- 특히, 워낙 게으른 성향이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더 안좋을 수도.

그리고 회사가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다.
- 당연하지만 무엇보다 돈
회사를 안다니면 1:1 필라테스, 비즈니스 항공권, 좋아하는 뮤지션의 내한공연, 빈티지 찻잔, 계속 출시되는 리멘트를 전부 포기해야된다. 그리고 진짜 더 무서운 건 지금은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그러나 살다보면 맞닥뜨리게 되는 위험들일테다.
- 임직원 단체보험
나는 개인적으로는 실손 보험 가입이 안되지만 회사에서 단체로 가입하는 실손보험은 기왕증도 보상 받을 수 있다. 이게 또 쏠쏠해서 여태 퇴사 못한 것도 있다.
- 사람들
회사에서 주기적으로 새로운 친구들을 공급해 준다. 낯가림은 없지만, 자발적으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지는 않는 나에게 회사를 다니는 것 만으로도 계속 새로운 사람들을 알게 되는 건 괜찮은 일.
물론 회사에서 만난 사람과 진짜 친구가 된다기보다는, 시절인연 쪽이 훨씬 더 많고, 또 꼴 보기 싫은 사람도 쌔고 쌨지만ㅎㅎ 그래도 회사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도 많다. 어쨌든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라 좋든 싫든 다른 사람들과 교류를 하는 것이 정신건강과 인지기능 보존에 필수적이기도 하고.

그 외에도 회사에서 제공하는 교육과 경험도 있고, 코로나 마스크 대란 때 회사에서 마스크를 구해줘서 수월했다거나… 이 정도면 퇴사하지 않으려고 자체적 즙짜기를 하는 건가ㅎㅎ

#그래서결론은없어요
#나도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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