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wanderlust

책에 갇히다 : 책과 서점에 관한 SF 앤솔러지 & 완물상지형 인간 본문

음악영화책그림

책에 갇히다 : 책과 서점에 관한 SF 앤솔러지 & 완물상지형 인간

mooncake 2025. 6. 17. 22:00

책에 갇히다 : 책과 서점에 관한 SF 앤솔러지

책벌레였던 어린 시절이 무색하리만큼 독서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그래도 여전히 책에 대한 애정은 남아 있어서, 예전에는 읽지 않는 책을 사들이는 출판계의 빛과 소금이었다면, 현재는 읽지 않는 책을 도서관에서 빌렸다 반납하는, book walker(책 산책시키는 사람) 생활을 하고 있다. 다만 읽지 않은 책을 반납할 때 드는 회의감은, 책을 빌려 가는 행위가 도서관계의 빛과 소금에 해당한다는 말을 들은 후로는 꽤 많이 엷어졌다.

그렇게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써 책과 도서관과 서점을 주제로 한 이 SF 단편집은, 말 그대로 취향 저격이었다. 모든 소설이 다 재밌었지만 아래 세 가지가 특히 더 마음에 들었다. 세 이야기 모두 먼 곳으로의 탐험을 포함하고 있어, 나의 확고한 취향을 다시 한번 느꼈다. 책과 모험, 그거면 충분하지.

- 붉은구두를 기다리다(김성일)
- 금서의 계승자(문녹주)
- 바벨의 도서관(이경희)


그리고 또 한 가지.
“책에 갇히다” 수록작 중 “역표절자들”을 쓴 이지연 작가가 본인에 대해 “완물상지형 인간”이라고 했는데, 완물상지 玩物喪志 이거 완전히 나잖아요;;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물건에 빠져서 뜻을 잃는다는 것이고,
한국학중앙연구원에 따르면
“그런데 이때 물건, 즉 ‘물(物)’은 단순히 물질적인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물질적, 정서적, 오락적으로 누리는 것을 통틀어 가리킨다.”
라고 하니 얼마든지 그 뜻은 확대될 수 있다.

다만 나는 다소 좁은 의미에서, 각종 물건과 수집품과 재미에 집착하다가 원대한 이상과 포부를 잃어버렸다는 뜻으로 쓰고 있다. 서경에 나오는 주나라 이야기라 하니, 나 같은 인간은 고대부터 쭉 있어 왔구나. 어쩔 수 없지 뭐(?!)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