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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via : 일상의 조각들

외국어 공부

mooncake 2014. 9. 30. 16:49

이 나이가 될 때까지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해 본 적이 별로 없다.

뭐라고? 너 불어 라틴어 포르투갈어 독어 배웠거나 배운다는 얘기 많이 했잖아! 라고 하겠지만

 

프랑스어, 라틴어는 대학교에서 수업 들었던 거고

포르투갈어는 학원 3달 다녔고

독어도 현재 3달째 다니는 중인데

공통점이라면 수업 듣는 시간 외에 따로 공부한 적은 거의 없었다는 것. 그래도 그럭저럭 외국어를 쓸 수 있었던 건 외국어에 한해서만큼은 기억력이 좋아서 한번 들은 단어는 잘 안까먹는 덕이다.

 

하지만 그것도 옛 얘기.

요즘 배우고 있는 독어는.. 왜 이렇게 단어 뜻이며 동사변화형이 생각 안나는지 미칠 지경이다.

분명 지난 수업 텍스트에서 본 단어인데 뜻을 모르겠다. 무슨 뜻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네,가 아니고 무슨 뜻이었는지 전혀 짐작조차 안된다. 늙으면 언어 습득 능력이 감소하는 게 맞나부다. 주변에 이 고충을 토로했으나 "흥 우리는 어릴때부터 그랬거든. 니가 이상했던 거라고"하면서 욕만 먹었다 -_-

 

심하게 감소한 언어습득능력 때문에 "새삼 나이 먹었다는 게 느껴져서 우울"하고, 학원엔 언어를 배워 뭔가 해보겠다는 열의로 가득한 이십대 초반 수강생들이 대부분이다보니 "내가 이 나이에 새로운 외국어를 익혀서 뭐하게?" 라는 생각까지 들었던 게 최근 며칠의 일. 회사에서 시간에 쫓기며 일하다 헉헉 거리며 달려와, 졸음과 싸워가며 수업을 듣고, 시큰거리는 무릎으로 4층 높이의 계단을 내려올때면 뭔가 서글프기까지 했다.

 

그런데 어제 학원에 갔더니 내가 듣는 수업의 바로 전 시간에, 70대 할머니 수강생이 계시는 게 아닌가!

선생님에게 아까 그 할머니도 수강생이시냐고 여쭤봤더니 맞단다. 독일 가곡을 좋아하셔서 독일어를 배우신다고. 와! 완전완전 멋지다!!!! 동시에, 나이 많이 들어 힘들다고 투덜거리던 자신의 경망스러움이 부끄러워졌다. 언어습득의 효율성이 좀 떨어지면 어떤가, 나이 들어도 계속 뭔가 배운다는 것이 중요하지. 그리고 그 배움이 인생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고.

 

참고로 그 할머니 수강생이 아주 평범한 할머니는 아니셨다. 작고한 배우자분이 유명한 문인이자 국문과 교수였으면서, 본인도 수필집을 두 권 낸 작가님. 그렇다고는 해도 늦은 나이에 등단하기 전까지, 오랫동안 전업주부 생활을 해온 분이라 새로운 언어를 익힐 용기를 낸다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였을 것 같은데, 얼마나 멋진가. 바라건대 내 70대에도 계속 새로운 언어를 익히고 있었으면 좋겠다. 세르비아어라던가, 스와힐리어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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