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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via : 일상의 조각들

어두움

mooncake 2014. 11. 6. 09:46

올해 동짓날은 12월 22일이구나.

해가 일찍 지는 게 싫어서 요즘같이 점점 해가 짧아지는때에는 동지만 기다리며 산다. 동짓날만 지나면 이제 다시 점점 해가 길어지기 시작할테니까.

이 증상은 직장인이 된 다음 시작되었다. 직장에 묶인 신세가 되기 전엔 해가 일찍 져도 별 상관없었는데 직장인이 된 후에는 퇴근한 후에도 여전히 날이 환할 날들과 퇴근하기도 전에 이미 밖이 어둑어둑한 날들에 느끼는 감정이 완전 다르다. 퇴근한 후에도 여전히 날이 환할땐 아직 뭔가 더 할 수 있고 하루가 끝나지 않은 것 같아서 괜히 희망적이지만 퇴근하기도 전에 이미 밖이 깜깜하면 그날 하루는 이미 다 끝나버린 느낌이 든다.

 

요즘 건강이 좀 많이 안좋아졌다. 오래된 지병 두개가 도졌는데 사람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지, 평소엔 늘 불평불만투성이었으면서 건강이 안좋아지고 나면 "아프지만 않아도 뭐든 하겠는데, 지금 아프지만 않아도 참 홀가분하고 행복하겠는데"라는 생각이 든다. 암튼간에 하나도 아니고 두개가 동시에 도져서 이래저래 힘들다. 사는 게 참 버겹다.

 

올해 안에 여행 한번 더 가려고 남은 연차 3개를 고이고이 아끼고 있었는데 이번에 건강이 안좋아지면서 결국 휴가를 써버려야만 했다. 어차피 당분간 여행 갈 수 있는 몸 상태는 아니면서도 어찌나 아쉽던지. 꼭 멀리 여행 가는 게 아니더라도 평일에 휴가 내서 한적한 도심을 산책하고 여유있게 미술관 관람을 즐기고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유유자적하게 식사하는 건 얼마나 즐거운가. 근데 내 휴가엔 그런 게 없다. 먼 곳으로 떠나던지 아님 아파서 드러눕던지...ㅋ

 

암튼간에 몸이 안좋으면 활동성이 극히 저하되고 괜히 세상도 더 어둡게 보이고 뭐 그렇다. 그런데다가 요즘 워낙 경기 전망이 안좋으니까 - 국가부채위기 등등 - 이래저래 심란하다. 많이 비관적인 사람들은 부채 조기상환은 물론이고 펀드마져 환매해서 금을 사네 달러를 사네 하고 있는터라 머리속이 좀 복잡하다. 약 1년 반 뒤에 휴직내고 유학(을 빙자한 현실도피) 또는 장기여행 갈 생각이었는데 최악의 경기 시나리오대로 간다면 실행 불가능. 그렇다고 미리 조금씩이라도 유로화를 사놓기엔 유로화도 썩 믿을만하지는 않고...

 

이럴땐 쇼핑으로 기분전환하는 게 최고인데(어차피 아파서 못돌아다니니까 다른 방법이 별로 없음) 당장 내년부터 길고 긴 경제 암흑기가 찾아올지도 모르는데 지금부터라도 최대한 긴축재정하고 살아야 하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어서 또 마음이 편치 않다.

 

쓰다보니 글 전체가 온통 먹구름.

일단 건강부터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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