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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넷째주 일기 본문

Trivia : 일상의 조각들

1월 넷째주 일기

mooncake 2015. 1. 30. 13:55


1월 27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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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날씨가 추워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한낮의 햇볕에서는 미약하게나마 봄냄새가 난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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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마지막 LP 공장 이야기...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2806046

물론, LP수요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는 반가운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마지막 하나 남아 있던 LP 공장" 이라니 뭔가 찡하다.




1월 28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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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시조에 가서 스시를 잔뜩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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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미친듯이 숫자들과 사투를 벌이고 탈진상태.

전산오류까지 함께해주시니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 하루만에 10년쯤 늙은 기분.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봉착했다는 기분이 들때면 나의 마음은 언제나 대학원 논문학기때로 돌아간다. 연구실에 쳐박혀서 통계패키지를 돌리고 돌리고 또 돌리고 관련서적과 참고문헌들을 읽고 또 읽어도 답은 나오지 않고, 어느 순간 미로에 빠진 기분, 막다른 벽을 마주한 절망감,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듯 멍하니 바닥으로 가라앉는 느낌. 졸업을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런 혼돈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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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학년때의 프랑스어 수업 교재는 쌩떽쥐페리의 어린왕자 원서였다. 삭막한 고3 생활에 프랑스어 수업 시간만이라도 여유와 낭만을 즐기라는 선생님의 배려였으나, 대부분의 친구들은 차라리 교과서가 낫다고 했다ㅋㅋ 그래도 나는 프랑스어 수업을(솔직히 말하자면 '프랑스어 수업만') 열심히 들었고, 아직도 종종 어린왕자의 첫 문단을 떠올린다.

  

Lorsque j'avais six ans j'ai vu, une fois, une magnifique image, dans un livre sur la Forêt Vierge qui s'appelait "Histoires Vécues". Ça représentait un serpent boa qui avalait un fauve. Voilà la copie du dessin.


원체 고등학교를 다니며 배운 것도 없거니와 여태까지 기억하는 건 더더욱 없으나, 저 문장들 만큼은 여전히 내 머리속에서 선연히 빛난다. 특히 "J'ai vu, une fois, une magnifique image"(한번은, 굉장히 압도적인 이미지를 보았다) 는 이 문장은, 여행지에서 대단히 멋진 풍경을 볼때마다 나도 모르게 한국어보다도 먼저 중얼거리게 되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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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레코드포럼에서 씨디 8만원어치(그래봤자 2장)을 지른 게 타격이 크다.

긴축재정 중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급 지출로 긴축재정 붕괴모드. 음반가게의 낭만은 이렇게 돈 몇푼 앞에서 급속히 식어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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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엔슈테판 비투스 맥주 전용잔(500m짜리!!)가 너무너무 갖고 싶다.



바이엔슈테판 병맥주 4개들이를 사면 사은품으로 준다! 술을 자주 먹는 편이 아니다보니 대형마트에서 수입맥주 행사할때 주는 전용잔을 단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데(ㅠㅠ), 이 잔은 정말 갖고 싶다. 게다가 바이엔슈테판 비투스는 정말 맛난 맥주라고 하니 더더욱 +0+

추가로 이태원에 있는 바이엔슈테판 탭하우스도 너무너무 가고 싶다!! 



1월 29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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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휴가사용계획을 적어내라길래 (의례적인 절차로 실제 휴가 사용과는 거의 상관없음)

패기 넘치게 5월달에 "10일"이라고 썼다가 급소심해져서 "8일"로 고쳤다. 

5월에 10일 휴가를 내면 대략 14박16일짜리 여행이 가능하다!!!!!!!!!!! 근데 아무래도 눈치보여서 8일 휴가로 바꾸면, 여행은 10박12일이 된다. 휴가 사용일수는 2일 차이인데, 여행 가능일수는 4일이 줄어드는 거다. 업무대직자인 옆자리 선배는 괜찮을거라고, 다녀오라고, 업무는 본인이 커버할 수 있다고(이럴때마다 에인절의 헌신같으심ㅋㅋ) 비행기표부터 지르라고 용기를 북돋워주시긴 하는데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

보스와 최종보스에게 "나 올해는 여름휴가 짱 길게 갈꺼임!"하고 지금부터 선전포고를 해놓는 게 나을지 아님 5월초에 "내가 정신이 훼까닥해서 비행기표를 질렀는데 지금 알아보니 환불이 안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난 가야함!!"이라고 폭탄선언을 하는게 나을지 고민된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당연히 전자가 나은데, 요즘 부서 분위기가 메롱메롱하고 한치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상황이라 정말 판단하기가 어렵다.


나는 올해 과연 14박 16일짜리 여행을 할 수 있을까? 나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두둥두둥! 두구두구두구두구두!



1월 30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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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10여일 전, 여행 가고 싶어 징징대던 찰나, 지인 덕에 웨스틴조선호텔 이그제큐티브룸을 저렴한 가격으로 예약하게 되었다. 진짜 여행을 가기엔 시간도 체력도 부담스러웠던지라 여행 간 셈 치고 클럽 라운지에서 맛난 것도 잔뜩 먹고 수영도 하고 그렇게 여행간 기분으로 푹 쉬다 오려고 했는데





며칠전부터 심상치 않더라니 결국 투숙 하루 전인 오늘, 천식이 도지고 급성 기관지염도 왔다...ㅠㅠ

수영도 못하고 술도 마시면 안된다 => 호텔에서 하려고 했던 주요 활동 두가지가 불가능. 헐. 

이번 한주는 정말 힘든 한주였기 때문에, 주말에 웨스틴조선 가서 실컷 놀 생각만으로 버텨왔는데 멘붕이다.

오전에만 해도 "아파도 갈테다! 그냥 쉬고 오면 되지 뭐"하고 하고 있었는데 

오후가 되자 열도 더 많이 나고, 몸살도 심해져서 아무래도 엄두가 안난다. 그저 집에 가고 싶은 생각 뿐.

같이 가기로 한 친구한테도 미안하고

참 여러가지로 속상하다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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