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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 & 탈린에서 본 공연 정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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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 & 탈린에서 본 공연 정리

mooncake 2015.10.08 00:58



A. 9월 26일(토) 저녁 7시 : Sibelius Piano Trio (Mikael Agricola Church) / 25유로 

시벨리우스 피아노 트리오 공연. 내가 좋아하는 곡 로비사Lovisa가 포함되어 있어 꼭 보고 싶은 공연이었지만, 도착 첫날 저녁 공연이라 선뜻 예약하기가 어려웠다. 가능성은 낮지만 비행기가 연착될 수도 있고, 또, 한국 시간으로는 새벽 1시~3시에 하는 공연이라, 도착 첫날의 피로와 시차 문제로 공연 중 졸릴 가능성이 너무 높아보였기 때문이다. 이건 공연에 대한 흥미랑 상관없이 생리적으로 졸린 거라 방법이 없으니...


근데 막상 현지에 가니깐 토요일이라 가게들이 죄다 일짝 닫아 별로 할일도 없고 그렇게 많이 졸리진 않길래 커피를 마시고 공연을 보러 갔다. 관광객은 거의 가지 않는 헬싱키 구석의 "미카엘 아그리꼴라 교회"에서 공연이 있었는데, 내가 묵는 호텔 바로 앞에서 출발하는 트램이 교회 도보 1분 거리 역에 정차하니 교통도 좋았다. 그래서 갔는데, 정말이지, 시선 집중. 동양인이라고는 나 혼자,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 역시 나 혼자, 하다못해 젊은 사람도 거의 나 혼자인 듯한... 정말 그렇게 궁금증 가득한 시선을 잔뜩 받은 건 첨인 듯ㅋㅋ 여튼, 헬싱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가득한 그 교회에서 나는 정말로 멋진 공연을 들었다. 공연 순서는 Hafträsk -> Loviisa -> Korpo 이었고, 앵콜로는 하이든의 짧은 곡을 연주했다.


이 "시벨리우스 피아노 트리오" (이날 공연한 트리오의 이름도 시벨리우스 피아노 트리오다;)의 공연은 이미 유튜브로 여러번 봤는데도, 너무나 당연한 소리이긴 하지만, 유튜브로 본 것과 실제로 코앞에서 본 공연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마치 저해상도의 사진을 보다가 HD급 화질의 대형 사진을 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 음색의 선명함, 유려함, 풍부함. 게다가 어찌나 트리오 세 명의 합이 잘 맞고, 또 얼마나 연주를 즐기면서 하는지, 보는 내가 다 즐거웠다. 특히 첼리스트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예전에 첼로를 했었기 때문에 첼로를 유심히 보고 듣는 경향이 있다. 첼로 다음으로는 피아노를 신경쓰는데,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베이스기타를 한 친구는 같이 공연을 보러가면 베이스기타 위주로 얘기하고, 드럼을 한 친구는 드럼 얘기를 제일 많이하는 걸 보면, 다들 자기가 했던 악기를 중심으로 보고 듣는 듯 하다.)


드디어 Lovisa를 연주할때는 정말 감격에 겨워서 코가 시큰거릴 정도였다. 아, 내가 헬싱키의 한 교회에 앉아 이들의 연주를 바로 앞에서 듣고 있다니 믿기지 않아! 막 이런 기분?ㅋ


이젠 더이상 첼로를 하지 않는데도, 첼리스트 Samuli Peltonen의 연주하는 모습을 씹어삼킬 듯 바라봤다. 활을 쓰는 방식, 현 위에서 움직이는 손가락, 비브라토, 피치카토, 바이올린 연주자와 주고 받는 모습, 그 모든 것을, 예전에 첼로를 하던 시절로 돌아가기라도 한 듯 집중해서 보고 흡수하듯 배우려는 마음으로, 그렇게 바라봤다. 


정말 미칠듯이 좋은 공연이었지만, Hafträsk와 Loviisa 이후 인터미션이 30분 넘게 주어지면서 나는 급속히 졸려지고, 피곤해지기 시작했다ㅋ (한국 시간으로는 새벽2시가 넘어가니 피곤할 수 밖에) 아니 무슨 인터미션이 35분이 넘냐며 궁시렁궁시렁 거릴때쯤 Korpo 연주가 시작되었고, 좋긴 좋았는데 몸이 너무 피곤하다보니 전반부만큼 즐기진 못했다.


공연이 끝나고 아쉬운 마음 반, 안도한 마음 반으로 교회 예배당을 나서는데, 한 할아버지가 "오늘 공연이 즐거웠냐"고 말을 걸어왔다. 몇마디 나누다가, "오늘 한국에서 출발해서 여기 도착했다"고 하니, 헬싱키에 온 날 이 멋진 공연을 보다니 아주 운이 좋구나!라고 말씀하셔서 정말 그렇다고 대답했다. 피곤했지만 멋진 저녁이었다. 



B. 9월 28일(월) 저녁 7시 : Toivo Kuula (Helsinki Music Center) / 16.5유로 

이 공연도 볼까말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 포르보에 다녀오니 너무 피곤해서 헬싱키 음악센터 로비 의자에 널부러져 잠시 고민을 했다.

몸이 아프지 않으려면 빨리 들어가 쉬어야 할 것 같고, 하지만, 내가 언제 또 또이보 꿀라의 곡을 연주하는 공연을 볼 수 있을까? 사이에서의 갈등. 

바흐나 멘델스존, 쇼팽, 말러 등등등등등 유명 작곡가의 음악 공연은 시간과 돈만 있으면 쉽게 볼 수 있지만, 또이보 꿀라는 핀란드에서도 그렇게 공연이 자주 있는 작곡가는 아니다보니 어떻게든 이번 기회에 이 공연을 봐야할 것 같았다.


이 갈등의 시간에 아이폰 다이어리앱에 나는 분명히 "공연을 보고 싶지만 몸을 생각하면 들어가서 쉬어야해"라고 적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티켓을 사고 있는 게 아닌가ㅋㅋ 난 언행불일치의 대표주자임.


이 공연 역시, 시벨리우스 피아노 트리오 공연만큼은 아니였지만, 좋았다. 다만... 이 공연에 "애기"를 데리고 들어온 사람들이 무려 세명이나 있었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들어온 부모는 좀 더 많았는데, 과연 저 아이들이 얌전히 공연을 볼까 걱정이 되었다. 나는 어릴때부터 피아노와 첼로를 하고, 또 클래식을 즐겨 들었던 아이이지만 그런 나에게도 어린 아이 시절에 한시간 넘게 얌전히 앉아 공연을 보는 건 분명 지루하고 힘든 일이었으며, 더군다나 이 날 연주될 또이보 꿀라의 곡들은 일반적으로 어린아이가 즐길만한 곡은 아니였던 것이다.


나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아서 6개월도 안되어보이는 아기는 앙앙 울기 시작했고, 황급히 부모가 애기를 데리고 나가고, 그 와중엔 달래며 버티는 부모도 있고,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자 어린 아이들은 객석을 종횡무진하거나 좌석을 발로 차기 시작했고, 아이를 열심히 달래는 부모와, 아이를 방치하는 부모로 나뉘어졌고... 뭐 그런 당황스러운 상황이 벌어졌다. 솔직히 내가 연주자였다면 "겁나 짜증"나고 집중이 흐트러졌을것 같은데, 왜냐면 단지 보기만 하는 입장에서도 짜증이 났으니까. 매우 짧은 시간이 주어진 여행자로써, 매우 한정적인 자원(시간과 돈)을 쪼개 이 공연에 들어왔는데 왜 내 공연 관람을 망치는 건가란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어린 애기를 키우는 사람 중에도 공연을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있을텐데, 공연 관람에 약간 방해가 된다고 짜증을 내는 건 이기적인 태도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근데 그래도... 어린이까지는 양해한다쳐도, 아직 대화를 통한 설득이 불가능하며, 큰소리로 우는 게 일상인 애기들을 피아노와 바이올린 공연장에 데리고 오는 건 좀 심한 게 아닌가... 나라면 마음이 불편해서라도 계속 공연장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을거다. 

*그 와중에, 공연 내내 아주 집중해서 공연을 듣던, 한국나이로 8~9살쯤 되어보이던 한 남자아이가 인상적이었다. 원형의 공연장 특성상 내 대각선 쪽에 앉아 있어 계속 그 아이가 눈에 띄일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차분하고 진중한 관람 태도는 정말 놀라웠다. 장래의 음악 천재인가?!^^



C. 9월 30일(수) 저녁 7시 : Die Zirkusprinzessin (Estonia National Opera) / 22유로 

에스토니아 국립 발레&오페라 극장에서 관람한 헝가리 작곡가 에머리히 칼만의 오페레타 Die Zirkusprinzessin (서커스 프린세스). 내가 유일하게 예매해 간 공연이다.

무대가 아주 화려하고, 의상도 예쁘고, 또 모두 실력도 좋아서, 아주 즐겁게 감상했다. 메인 곡 한두개 정도만 알고 있을 뿐, 줄거리는 모르는 오페레타인데다가 에스토니아어 공연이라 줄거리를 못따라갈까봐 살짝 걱정했는데, 영어 자막이 나와서 아주 고마웠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영화관 자막같은 건 아니다보니 자막과 무대를 동시에 볼수는 없어서, 자막 보랴 무대 보랴, 아주 힘들었다. 자막 보려니 힘드네 이래서 외국어 공부를 해야...라고 무심코 생각하다보니, 그래도 그렇지 에스토니아어까지 익힐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엔 거의 자막을 포기하고 무대만 봤다. 


요즘 사람들이 보기에 줄거리야 상당히 유치하고 좀 어이없기까지 하지만, 무대가 멋지고 멜로디가 대중적이며 노래가 좋으니 정말 신나게 봤다. 공연 시간도 상당히 길어서, 7시에 시작한 공연이 끝나고 나오니 9시 40분이였다. 너무 당연한 소리이지만 다들 노래를 정말 잘했고, 무대 매너도 좋았고, 또 역시 당연한 소리이지만 음악은 전부 오케스트라 연주였다. 근데 이 당연한 소리가 한국에선 당연하지 않다. 아직도 티켓 일이십만원씩 받으면서 오케스트라 연주가 아닌 MR 틀어놓는 발레 공연이 얼마나 많나. 워낙 우리나라 공연 가성비가 안좋으니 내가 유럽에만 가면 공연 한개라도 더 보려고 기를 쓸 수 밖에...(우리나라 공연비가 비싼 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초대권 남발만 줄여도 훨씬 낫지 않을까? 내가 왜 진정한 음악 애호가도 아닌 관람 태도 안좋은 뜨내기들 공짜표까지 내줘야 하냐고...)


아참, 사람들이 에스토니아 내셔널 오페라 극장 공연에 엄청 치장하고 온다고 해서 조금 신경쓰였는데 - 그래서 나름 이쁜 원피스 한벌도 싸감. 근데 호텔 들려 갈아입기 귀찮아서 그냥 감 - 사람들의 복장은 정말 다양했다. 편안한 차림으로 입고 오신 할머니도 계셨고, 샤넬수트 같은 정장 차림, 또 진짜 이브닝드레스 입고 온 여자들도 여럿 보이고. 남자들도 대부분 정장. 전반적으로 다들 꽤 차려입고 온 듯. 그 와중에 아주 꿋꿋하게 보풀까지 일어난 캐쥬얼 니트원피스로 버틴 나에게 박수를!(원래 한국에서 싸갈땐 분명 보풀은 없었는데 여행 중에 생겼나봄 ㅠㅠ) 사실 인터미션 시간에 로비 돌아다닐땐 좀 민망했으나 "여행자가 다 그렇지 머" 라고 뻔뻔한 표정을 유지했다ㅋ 


공연 시작 전 오페라 극장 카페에서 저녁 대신 커피와 초코케이크를 먹었는데 맛이 없었다. 그리고 티켓 창구의 할머니 직원이 몹시 불친절했다. 소비에트 연방 시절의 잔재같았다. 이 두 가지 빼고는 매우 즐거운 경험이었다.



D. 10월 1일(목) 오후 2시 : Tütarlastekoor Ellerhein 등 (Tallinna Jaani Kirik) / 무료

난 A, B, C 까지가 이번 여행 공연의 마지막일 줄 알았다. 6박짜리 여행에 3번이나 공연을 봤으니 이것만으로도 정말 성공적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유유자적하게 탈린을 걷던 나에게 행운이 일어났으니, 그건, 세인트 존 교회(Tallinna Jaani Kirik)에서 오후 2시에 공연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앗싸! 교회 게시판에 붙어 있는 공지는 온통 에스토니아어로 쓰여져 있어 이해할 수 없었으나, Kontsert (콘서트)와 Orel (오르간)만큼은 확실히 알아보았다. 유럽 성당 오르간 공연 매니아인 나에게 이렇게 반가운 일이! 


다른 곳에 갔다 시간 맞춰 공연이 있는 교회로 돌어왔다. 다만, 아까 공지문을 해독하려 애쓰던 나에게 떠올랐던 의구심은 Orel과 Kontsert 말고도 엄청나게 많은 문자가 있었다는 것인데... 알고보니 무려 이 성당에서 연속적으로 공연이 5개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공연들은 모두 매우 환상적이었다. 첫번째 공연은 소녀 합창단이었는데, 너무 구태의연한 표현이지만 정말로 신비로운 "천상의 목소리"가 교회 안에 가득 울려퍼졌다. 그 이후는 기타 솔로(역시 엄청나게 아름다웠다), 연이어 바이올린 앙상블, 그 이후에 드디어 내가 제일 기다린 바이올린과 오르간 연주가 시작되었다. 소녀 합창단이 노래를 할때는 1층에 있는 파이프오르간을 사용했는데, 바이올린과 오르간 연주때는 2층에 있는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했다. 와! 2종의 오르간 소리를 둘다 듣다니 정말 좋았다. 바이올린과 오르간 연주 이후에는 또다시 오르간+소프라노 공연이 있었는데, 이 오르간+소프라노 공연까지 모두 보고 싶었지만 이미 공연을 보느라 2시간이 훌쩍 지나갔고, 계속 공연을 듣고 있기엔 탈린에서 못본 게 너무 많았기에 한참을 고민하다 교회 밖으로 나왔다. 참 많이 아쉬웠다. 



E. 10월 1일(목) 오후 4시 : Harmoonium & Mandoliin (Tallinna Toomkiriku Käärkamber) / 무료

근데! 내 공연 행운은 D가 끝이 아니였다! 아쉬운 마음으로 세인트 존 교회에서 나와 톰교회를 찾아왔더니, 이번엔 톰교회에서도 공연이 있다는 게 아닌가! 이게 바로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하나의 문이 열린다는 그런건가?ㅎㅎ 압도적인 느낌의 툼교회 메인 홀을 지나, 공연을 보러 왔다고 하니 은밀한 느낌의 작은 방으로 안내되었는데 그곳에선 하모니움(Reed Organ)과 만돌린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리드 오르간 연주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와, 난 만돌린 음색이 이렇게 아름다운지, 또 만돌린으로 이렇게 근사한 연주를 할 수 있는지 정말 처음 알았다. 너무나 놀라운 연주였다. 만돌린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난생 처음으로 들었다.


이렇게, 난 6박 8일의 짧은 여행동안 공연을 다섯번이나 봤다^^ 원래 보려던 공연을 다 보고(A, B, C) 거기에 기대 못했던 선물같은 공연(D, E)까지 덤으로 받다니, 정말로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참으로 만족스러운 공연과 여행이었다. 


* D와 E 공연이 혹시 더 궁금하신 분들은 http://www.xn--muusikapev-x5a.ee/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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