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lust
핀란드 화가 알베르트 에델펠트의 그림 몇 장 본문
이번 핀란드/에스토니아 여행은, 공연은 많이 본 대신 미술관은 별로 가지 못했다.
그래도 헬싱키 아테네움 미술관에서 알베르트 에델펠트Albert Edelfelt의 "Boys on the shore(1884)"를 볼 수 있었던 건 참 다행이다.
폐관 시간 직전의 고요한 미술관 의자에 앉아 나 혼자 이 멋진 그림을 독차지하고 있었으니
이런 호사가 또 어디 있을까.
너무나 당연한 소리이지만, 책이나 인터넷으로 그림을 보는 것과 실제 그림을 보는 것은 백만광년 정도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이 그림 역시 직접 마주대하고보니, 그림 속의 햇살과 아이들이 마치 실제와 같을 정도로 생생해서,
심지어 이 장면 주변을 감돌고 있던 공기의 질감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내가 다녀온 포르보의 풍경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는 그림!
1800년대 말의 풍경과 현재의 풍경이 차이가 거의 없다.
아기자기해서 마음에 쏘옥 들었던 포르보가 바로 알베르트 에델펠트의 고향이라고 한다.
내가 여행 다녀온 지역의 옛모습을 - 그러나 사람들을 빼고는 현재와 거의 차이가 없는 모습을 - 그림에서 발견하는 일은 참 즐거운 일이다.
어느 숲을 배경으로 이 그림을 그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혹시 내가 다녀온 누크시오 숲은 아니였을까...라는 작지만 즐거운 상상도 해본다.
알베르트 에델펠트 그림 중엔
아기자기하고 어여쁜 그림도 많아서 참 눈이 즐겁다.
이 그림 속의 소녀는 알베르트 에델펠트의 여동생이라고 한다. 이 자연스러운 포즈는 오빠 앞이기에 가능했던 걸지도?ㅋ
옆에 있는 강아지의 한쪽 귀는 접혀 있고 다른쪽 귀는 서 있는 묘사도 귀엽다.
아테네움에서 직접 본 알베르트 에델펠트의 또다른 작품.
이 그림 속에서 사람들이 배에 실고 가고 있는 것은 어린아이의 관이다.
얼핏 보아도 먹먹함과 슬픔이 전해져온다.
많은 그림을 보진 못했지만
꼭 보고 싶은 그림을 봤다는 점에서 충족감이 가득한 미술관 방문이었다.
(아테네움 방문엔 약간의 사연이 있는데 여행기에서 쓸 생각에 꾹 참음ㅋ
근데 늘 그렇듯 여행기를 쓴다고 쓴다고 벼르다 결국 안쓸 것 같음;;;)
알베르트 에델펠트의 그림들을 보며 다시 한번 핀란드 여행의 즐거움을 되새기는 일,
참 좋다.
핀란드 여행 중에 시간 되시는 분들, 헬싱키 중앙역 건너편 아테네움에 꼭 들려보시길 바랍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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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거운 검소씨 2015.10.20 21:38 신고 그림들이 다 따뜻하게 느껴져서 좋아요. 나이가 드는건지 그림이든 물건이든 사람이든 간에 나에게 따뜻함을 전해주는 것이 참 좋고, 고마워요~
- mooncake 2015.10.21 09:20 신고 그쵸^^ 검소님 저도요^^
-
별 :D
2015.10.20 22:02 신고
첨 듣는 화가네요.^^;
처음 보는 작품들이지만 그림들이 참 예뻐요~
그림은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제 보는 것은 백만광년의 차이가 있다는 말씀 전적으로 공감이요.
저는 고흐의 그림을 실제로 보고 그 아름다운 색감에 홀딱 반했었거든요.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은 화가들의 더 많은 작품들을 실제로 보고파요~:) -
mooncake
2015.10.21 10:14 신고
네 우리나라엔 잘 안알려져 있는 화가죠^^
저도 알베르트 에델펠트의 실제 그림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요(그치만 모르죠^^; 그 숱한 외국 미술관들에서 모른채 스쳐지나갔을지도ㅎㅎ)
겨울뵤올님 말씀대로 아무리 촬영&인쇄기술이 발달하구 모니터 성능이 좋아져도 그림을 실제로 보는 감동은 절대 못담아내는 것 같아요. 코앞에서 거장의 붓터치를 느끼는 감동이란... - 아님말지머 2015.10.20 22:19 신고 그림 내 취향인데? 저기서는 안졸고 잘 관람할수있을것 같아ㅎㅎ
- mooncake 2015.10.21 09:22 신고 응? 언제 그림 보러 갔다 졸았었어?ㅋㅋㅋㅋ
- 아님말지머 2015.10.21 10:14 신고 미술관 가는것까진 좋은데 정작 그림이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르겠고 지~루해서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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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cake
2015.10.21 10:22 신고
아항... 마쟈...
나는 고전주의 미술 중에서 신화나 전쟁이나 종교 그린 건 영 재미가 없더라. 서예도 잘 모르겠구...ㅋ - 空空(공공) 2015.10.21 08:34 신고 멋진 그림 앉아서 저도 덕분에 잘 감상합니다^^
- mooncake 2015.10.21 09:23 신고 그림들이 대체적으로 밝고 예뻐서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것 같아요^^
- 운동하는직장인 에이티포 2015.10.21 09:21 신고 그림이 너무 멋지네요!
- mooncake 2015.10.21 09:23 신고 그쵸^^ 화집 사오는 걸 깜빡해서 아쉬워요.
- pukka 2015.10.21 09:46 제일 처음에 보여주신 그림이 좋아요. 성장기 영화 같은 것도 좋아하는데 묘하게 그런 영화와 오버랩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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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cake
2015.10.21 10:12 신고
저도 첫번째 그림이 제일 좋아요^^
말씀듣고 보니깐 정말 성장기 영화의 한 장면같네요.
저 그림이 그려진 시기의 100년 전에도 또 그 100년 후에도 저 바닷가엔 늘 저렇게 노는 소년들이 있었겠지요? 짧은 찰나의 사소한 순간에서도 영속성이 느껴지는 게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