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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개인적인, 2016년 1월 일기 본문

Trivia : 일상의 조각들

지극히 개인적인, 2016년 1월 일기

mooncake 2016. 1. 24. 21:11

<이 글은 정말로 일기. 의식의 흐름대로 쓴 글입니다ㅎ

별로 읽을 영양가는 없으니 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지대한 게 아니라면 패스하시는 게 소중한 시간을 절약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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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번달은 최근 몇년간 가장 사진을 적게 찍은 달이 아닐까 싶다. 필름카메라나 똑딱이는 말할 것도 없고, 아이폰으로도 거의 사진을 찍지 않았다.

뭔가 이상한 기분이다. 많이 피곤한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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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같이 일하던 사람들을 만났더니 불과 삼주 사이에 얼굴이 엄청 좋아졌다고 한다.

나는 잘 모르겠는데(오히려 춥고 건조한 날씨 덕에 엉망인 것 같은데) 사람들은 내 피부가 환해졌다고 한다.

역시 일로 고생하는 게 맘 고생보단 백배쯤 나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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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점심시간엔 오래전에 같이 있었던 인턴 친구가 회사 앞으로 찾아와 같이 밥을 먹었다.

서로 사는 게 바쁘다보니 간간히 카톡으로만 연락을 주고 받다가 정말 오랜만에 얼굴을 보게 되어 반갑기 그지 없었다. 게다가 이 친구랑은 사실, 같은 부서에서 일한 것도 아니라서(옆 부서에서 삼사개월 가량 근무해서 사실 회사에선 몇번 마주치지도 않았다;;) 아직까지 인연이 유지된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뭐랄까, 나는 살갑지도 않고, 사람들에게 연락을 꾸준히 잘 하지도 못할 뿐더러, 애초에...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지 않다. 이런 무심한 면모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기도 하고 워낙 다양한 취미와 관심분야를 갖고 있어서 사람들에게까지 쏟을 에너지와 시간이 없는 탓이기 때문이라고 굳이 변명해본다. (또한, 나중에 써먹을지도 모르는 인맥 형성을 위해 술자리에 가는 것보단 그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일하지도 않은 이 친구와 여태까지 연락하고 지낼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이 친구의 덕이 크다. 회사에서 자주 보지도 않았고, 또 내 사는 일에 바빠 잘 챙기지도 못했는데 꼬박꼬박 연락주고 만날때마다 살갑게 대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소중한 인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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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날 병원에서 내 지병들 중 하나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 하나를 더 추가해주었다. 

선천적으로 내가 가지고 태어난 결함들을 - 다행인지 불행인지 심장 판막 역류로 피가 샌다던가, 폐 크기가 정상인의 80% 수준이라던가 하는 식의, 겉으론 전혀 티가 나지 않는 결함들이라 누구든 날 보면 건강할거라고 생각하지만 - 하나하나 따져보면 아무래도 난 역시 불량품 같다.


어릴때는 그게 매우 불만이었는데 바꿔서 생각해보면, 그래도 의학이 발달된 시대에 헌신적인 부모님 아래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이날 이때까지 목숨을 부지하고 살아온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제왕절개술이 없던 시절에 태어났더라면 태어나지도 못하고 죽었을 것이고, 어떻게 운좋게 태어났더라도 이미 진작에 죽었을지도 모르니깐. 그렇다면 불평할 일이 아니라 감사해야할 일이다. 


여튼, 그 비관적 전망을 듣고 있는데, "그러니까 더 나빠지기 전에 빨리 회사를 쉬면서 세계일주를 하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더욱더 강해졌다. 어떤 사람들은, 더 나빠지기 전에 빡세게 돈을 벌어놓자고 생각할 것 같은데(이게 좀 더 일반적이겠지?) 나는 더 나빠지기 전에 세계여행을 꼭 가야겠다라는 걸 하는 걸 보면, 역시 운명과 팔자는 80% 이상 성격이 만든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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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정말 떠날 수 있을까...? 포르투갈 어학연수든 아님 진짜 세계 여행이든...?

둘중에 뭐가 됐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아 몰랑 다 귀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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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요즘은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일을 하는 것 만으로도 그냥 벅차고 피곤하기 때문이다ㅠㅠ

게다가 내가 가장 취약한 계절인 겨울이기도 해서,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어찌나 피곤한지 쇼핑도 귀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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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만! 그래도 뭔가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들이 스물스물 올라오고 있다.

일단 무엇보다 포르투갈어든 독일어든 다시 학원을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독일어는 학원을 안다니니깐 절대 나혼자 공부하는 일은 없어서 죄다 까먹었고, 그나마 포르투갈어는 브라질 음악이라도 들으니 독일어보단 살짝 낫지만 확실히 나는 수업이라도 들어야 머리에 단어 한개라도 더 기억될까 말까하는 인간인 것이다. 근데 두 개를 동시에 다닐 수는 없어서 - 사실 회사 다니면서 학원 한 개 다니는 것도 체력적으로 매우 부담 - 2월부터 무슨 수업을 들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아무래도 포르투갈로 공부하러 갈 생각을 하고 있으니 포르투갈어 수업을 듣는 게 낫겠지만, 포르투갈어는 정말 학원이 몇개 없다. 3년전보다 강의가 더 줄어들었고, 그나마도 초급 강의가 대부분이라 중고급 강의는 찾기가 어렵다. 독일어 수업 들을때 같이 듣는 사람들이 독일어는 마이너 언어라 배우기 쉽지 않다고 투덜거렸지만, 포르투갈어에 비교하면 독일어는 그래도 엄청난 메이져 언어다!!!!!!!! (핀란드어나 루마니아어 공부하는 사람들은 또 그나마 학원 강의가 아예 없진 않은 포르투갈어를 부러워할지도 모르겠지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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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클렐레도 배우고 싶다.

이유는 단 하나, 작고 쉬워서-0-


내가 했던 악기는 피아노와 첼로, 둘다 크고 무겁다. 사실 피아노야 연주자가 들고 다니는 게 아니니 상관없지만 첼로는 크고 무거워서 항상 힘들었다ㅠㅠ 바이올린이랑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첼로를 사랑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케스트라 활동때는 작고 가벼운 바이올린이 부러워서 크고 무거운 첼로를 택한 걸 살짝 살짝 후회하기도 했었다. (이건 내가 좀 특이해서 그럴거다. 여행할때도 무거운 짐이 아주아주 괴롭게 느껴지곤 하니깐)


그러다보니 이젠 좀 가볍고 마음 편한 악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우쿨렐레 배워서 우클렐레용로 편곡한 보사노바 곡들을 연주해보고 싶다!! 근데 이것 역시 위의 언어들과 마찬가지로 회사 다니면서 배우기엔 체력적으로 부담이 돼서 몇달째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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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브라질 포르투갈어로 더빙된 퓨쳐라마(Futurama, 포르투갈어 발음으로는 푸뚜라마ㅋ)를 보기 시작했다.

우주&SF 덕후인데다가 심슨을 좋아하는 나에겐 이보다 더 좋은 애니가 또 있을까. 거기에 포르투갈어 공부까지 되는 듯한 느낌적 느낌이 더해지니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는 내내 기분이 아주 좋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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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겨울 날씨는 정말 부럽다.

리스본 현재 날씨는 대략 17도!!!! 전에 6월에 포르투갈 갔을때도 비 와서 추운 날은 대략 그 정도 기온이었는데;;;

포르투갈은 연간 기온차 보다는 일교차가 더 크다고 하더니 그말이 진짜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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