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lust
지인의 필요성 본문
인간에게 인간관계는 왜 필요한가?
애정을 기반으로 한 가족이나, 마음을 나누는 소중한 친구들 외에도 "일반 지인들"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대한 사소한 예를 몇가지 들어보자면
4-5년전에, 싫어하는 선배가 해외 출장 다녀와 선물로 준 크리니크 쳐비 스틱. 자발적으로는 한번도 살 생각을 안한 제품이었는데 선물 받아 써보니 너무 좋아서, 몇년째 여러 색상을 구매해가며 즐겨쓰고 있는 제품이다.
가로수길 일도씨 곱창의 닭갈비. 나는 붉은 고기 종류를 별로 안좋아하고 특히 곱창은 아예 입에도 대본 적이 없어서 "곱창 가게"는 늘 내 인식 범위 밖에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이 가게 앞을 수차례 오갔지만 곱창 요리 외에 닭갈비도 판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는데, 어느날 지인이 알려주어서 닭갈비를 먹으러 가게 되었다. 가로수길에서 닭갈비를 맛볼 수 있는 곳은 흔치 않은데다가 이곳의 닭갈비는 저렴하고 맛있기까지 해서 더 좋다.
예전에 뉴욕에서 트위즐러를 사왔다가 너무 맛이 없어서 겁나 실망했었던 트위즐러. 미국애들이 맨날 질겅질겅 씹고 있는 트위즐러가 이렇게 맛이 없을 줄이야ㅜㅜ 왠만하면 간식거리를 포기하는 일이 없는 내가 결국 못먹고 버렸던 슬픈 기억이 있는데, 최근에 선배가 줘서 먹게된 "트위즐러스 필드 트위스츠(Twizzlers filled twists)는 새콤하고 쫄깃한 것이 내 입맛에 완전 쫙쫙 맞았다! 할렐루야! 그래, 트위즐러는 맛없는 게 아니였어ㅜㅜㅜㅜ
이렇게 매우 사소한 예만 들어봐도 - 일부러 별로 안친하거나 혹은 안좋아하는 지인의 사례만 꼽았다 - 나에게 지인이 없었다면 맘에 드는 화장품을 만날 확률이 낮아졌을 것이고, 가로수길에서 맛있는 닭갈비도 못먹었을 것이며, 맛있는 트위즐러도 있다는 사실 역시 영영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즉, 지인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나의 경험과 지식의 범위를 쉽게 넓혀 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지인들에게 이런 순기능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쓸데없는 발언과 비교질로 필요 이상의 경쟁심, 낭패감을 갖게 하는 것도 그들이고, 쉽게 놀린 혀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받고, 때로는 일거수일투족이 도마에 올려져 신나게 난도질 당하기도 하고, 특히나 늘 부풀려지고 왜곡되어 세상을 떠도는 억측과 헛소문들은 또 어떻고...(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가끔 속세와 사람들을 떠나서 살고 싶어질때가 있다. 이런 저런 뒷말들과 섣부른 판단, 타인에 대한 근거없는 비방에 염증을 느낄때도 종종 있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언급한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삶 전체를 아우르는 인생관까지 주변 지인들로부터 받는 영향이 어마어마하고, 또 지인들 없이 살아가는 삶은 매우 단조로우며 또 내 자신이 쉽게 편협해질 위험이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오늘도 나는 사람들에게 지친 마음을 다시 한번 추스려본다.
PS 근데 좀 딴 얘기지만 성실 직장인 코스프레 생활에 한계가 온 것 같다ㅋㅋㅋㅋ 성실하고 착한 이미지로 한달 생활했더니 완전 죽을 것 같... 난 원래 한량에다 성질 드러운 인간인데, 본성대로 못사니 죽을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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